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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실 Feb 27. 2023

평균 연봉보다 낮아도 좌절하지 않은 이유

난 쉽게 싫증을 낸다. 호기심이 많아 쉽게 다가가지만, 금방 질려서 바로 물러선다. 좋게 말하면 도전에 머뭇거리지 않는 사람. 그저 장점으로만 여기며 자아도취에 빠져 이것저것 시도하기 바빴다. 그런데 지금, 나는 어느 하나 제대로 할 수 없는 사람이 됐다. 기획을 해도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생각을 문서로 정리하는 일도 잘 못했다. 그러는 데는 끈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내 생각과 다르면 의견 맞추기가 번거로우니 그냥 뒤처진 사람이라 생각하며 뒤돌아섰다. 번거롭고 귀찮은 것들을 다 피했다. 벌려놓은 건 많지만 제대로 마무리된 건 거의 없었다.


"그동안 어떤 일을 했나요?"라는 질문에 이런저런 설명을 하다가도 그 결과에 대해 말할 때는 목소리가 작아졌다. 작아진 목소리만큼 마음도 쪼그라들었다. 스스로 적은 이력서를 보니 나는 자주 이직했고 그렇다 할 성과를 얻은 것도 없었다. 두려움 없이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멋진 사람이라 나를 좋게 포장했는데 막상 포장지를 뜯어보니 별거 아닌 사람이 남아있었다. 연봉 계약을 할 때마다 내 노동력에 대한 가치를 얼마로 측정할지 머뭇거렸다.


요즘 직장인들의 평균 연봉을 검색해 봤다. 물론 직군이나 경력에 따라 기업 규모에 따라 다를 순 있지만 어떤 기준이든 내 연봉은 낮은 쪽에 속해있었다. 그렇다고 내 경력이 쓸데없다 생각하진 않는다. 호기심 덕분에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고 좋아하는 것들을 모아보니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다는 걸 알아차릴 수 있었으니까. 다만 발을 담갔다가 빼는 바람에 그렇다 할 성취감을 제대로 느껴본 적이 없을 뿐이다. 그렇다고 이렇게 애매한 사람으로 지내는 건 싫다. 이제라도 내 문제를 알았으니 앞으론 끈기를 기르는 일에 집중하려 한다. 꾸준히 브런치에 글을 쓰고 인스타그램에 짧은 글을 남기고 출판사에 공모를 하면서 나를 봐달라고 말하려고 한다. 이런 다짐의 순간이 있었다는 걸 남기고 싶어서 글을 쓴다.


어쩌면 스스로 별 볼일 없는 사람이라는 걸 들키고 싶지 않아서 발만 담근 것일 수도 있다. 내 선택이 틀렸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멋있는 사람으로만 살고 싶어서.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이미 최고의 경지에 오른 사람을 보고 선망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거기에 도달하기까지, 노력하며 끈기 있게 버티는 게 어렵지. 그 어려운 일을 꾸준히 해내는 사람이 멋있어졌다. 나는 겉멋도 중요한 사람이라 남들 보기에 멋있겠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모두 경험해 보고 싶다. 기타를 배워서 좋아하는 곡 정도는 칠 수 있었으면 하고 이직하지 않고도 문제의 원인을 찾아 해결할 수 있었으면 한다.


연봉 계약할 때마다 소심해지는 내가 싫다. 연봉이 적어도 욕심내지 않으면 그리 속상할 일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연봉보다도 견디기 어려운 것은 역시나 인내하는 것이다. '재미'가 없으니 벌써 싫증 나려 한다. 회사에서 재미를 찾고 성취감을 느끼려면 내가 포기하고 외면했던 것들을 마주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그렇게 내게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하다 보면 누군가 이런 나를 알아봐 주지 않을까. 어떤 일에 결과를 낼 수 있는 끈기도 중요하지만 내 의견을 믿어주는 사람, 내 재능을 발견해 주는 사람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 덕분에 더 힘내서 내 재능을 발휘할 수 있을 테니.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나는 계속 글을 쓰고 싶다. 그리고 글로 인정받는 그 순간의 성취감을 맛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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