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짐하고 울고 웃고 다시 나아가며

글쓰기 챌린지 3

by 매실

01.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

20대 때 많은 방황을 겪었다.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과는 달리, 나는 늘 부족한 사람이었다. 스스로를 제대로 알지 못해 잦은 이직을 반복했다.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할지, 잘하는 일을 해야 할지, 적은 월급을 받고도 계속할 수 있을지, 혹은 거친 말이 오가는 업무 환경에서 내가 나를 지킬 수 있을지 늘 고민이 많았다.


그맘때쯤 <지구별 여행자> 책을 읽고, 인도로 한 달 살기를 떠났다. 세상은 넓은데, 난 내가 만든 작은 한계 속에서 살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이후로 나라서 못할 거 같은 마음은 내려놓았고, 내 마음을 기록하는 습관을 만들었다. 여러 책을 읽으면서 전공보다 글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어쩌면 나를 알아가는 게 재미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처음에는 “글은 아무나 쓰는 게 아니야”라며 하고 싶은 마음을 스스로 막았다. 글쓰기를 취미로만 즐기겠다고 다짐했지만, 좋아하는 마음을 어떻게 막겠는가. 글을 잘 쓰고 싶어 져 학원에 다녔고, 그곳에서 “나도 할 수 있을지 몰라”라는 작은 희망이 싹텄다.


물론 단순히 마음만으로 전공을 포기했던 것은 아니다. 이직 과정에서 그만둔 이유를 글로 정리하다 보니, 내가 성취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사실을 알았고, 누군가 내 글을 읽고 도움이 됐다거나 재미있다고 말할 때면 힘이난 다는 것도 알았다. 이런 마음과 결과가 지금의 이 자리까지 오게 했다.


생계의 어려움 없이 일의 즐거움을 느끼려면 적당한 월급이 필요하다. 글쓰기로 벌 수 있는 돈이 적다는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일은 살기 위해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납득 가능한 수준이길 바랐다. 뭐 당연한 말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늘 최저에 가까운 돈만 받다 보니 내 노동력의 가치가 적게 느껴지곤 했다. 다행히 연봉협상할 때까지 성과를 냈고 조금씩 연봉도 올릴 수 있었다. 지금의 연봉이 만족스러운 건 아니지만, 야근 없고 적당한 힘듦과 성취감이 만족스럽다. 내가 생각한 만큼 글이 안 써질 땐 괴롭지만, 결국 글을 완성할 땐 뿌듯해서 혼자 조용히 춤을 춘다. 여기까지 오기 쉽지 않았던 만큼 앞으로도 꾸준히 이 길을 잘 헤쳐나가고 싶다.



02. 내가 어릴 때 주변으로부터 잘한다는 칭찬을 들었던 것은 무엇인가요? 여전히 그것을 하고 있나요?

학창 시절부터 필기를 잘한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선생님 말씀 중 중요한 내용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은 별표를 그리며 메모를 했다. 친구들은 시험 전마다 내 필기를 빌려갔고, 선생님께서는 메모와 관련된 일을 직업으로 삼아도 좋겠다고 하셨다. 내 기준으로는 그저 평범한 수준이라고 여겼지만 말이다. 지금도 메모를 꾸준히 한다. 미팅 중 모든 내용을 기억할 수 없으니 특정 키워드만 적어두고, 나중에 회의록으로 정리한다. 꼭 써야 하는 회의록은 아니지만, 목적과 이유를 잊지 않기 위해 습관처럼 기록을 남긴다.


가끔 메모를 하다가 글씨가 마음에 들지 않아 신경 쓰일 때가 있다. 다시 새로 쓰고 싶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는 화이트를 사용해 고쳐 쓰기도 한다. 하지만 요즘은 기록한 메모를 다시 볼 일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며, 글씨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그대로 두는 편이다.


또한, 기억력이 좋지 않아 메모에 의지하는 편이다. 습관처럼 적어온 기록과 달력에 써둔 할 일 덕분에 과거에 무엇을 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메모를 남기는 것은 곧 하루를 기록하는 일과 같다. 어제와 다를 것 없는 하루 속에서, 조금이라도 다름을 느끼게 해주는 수단이랄까. 앞으로도 꾸준히 메모를 이어갈 것 같다.



03. 전 세계(전 우주) 어디든 원하는 곳에서 살 수 있다면 어디에서 살고 싶나요? 그 이유는요?

질문에 평생이란 단어가 없으니, 잠깐 머문다는 개념으로 캐나다에 살고 싶다. 20대에 워홀을 신청했는데 떨어졌다. 당시 그 나이에만 할 수 있는 것들이 무언인지 고민하고 준비했던 거라 많이 아쉬웠다. 몇 번 더 신청할 수 있었는데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다 보니 시기를 놓쳤고 그렇게 30대가 됐다.


작년인가 워홀을 신청할 수 있는 나이가 늘어났다는 기사를 보고 다시 가야 할지 고민이 많아졌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고민을 덜 했던 20대와 달리 생각이 더 많아진다. 하지만 고민이 계속 이어진다는 건 하지 않았을 때 후회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는 말일 것이다.


‘살아보는 경험’을 하고 싶다. 내가 아직 이런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철없는 사람이라는 걸 증명하고 싶기도 하다. 현실적인 이유들만 늘어놓으며 스스로를 가둬왔으니까. 나로 살아보는 1년을 스스로에게 선물하고 싶다. 물론 그곳에서도 생존의 문제는 있겠지만. 장난이 아닌 진심으로 고민해 봐야겠다. 어떤 선택이든 후회가 되지 않도록.


ps. 호주로 갈 수 있는데 왜 캐나다인지 묻는 사람이 많았다. 딱히 이유는 없다. 도시가 예뻤기 때문이니까.



04. 2024년에 이루지 못한 목표 중 올해 꼭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글을 제대로 쓰고 싶어서 시나리오 쓰기와 맞춤법 편집 관련 책 3권을 구매했다. 완벽히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한 번씩은 읽는 것이 목표였는데… 역시 공부처럼 접근하면 안 되는 걸까. 권당 50쪽도 넘기지 못했다. 글이 어려운 만큼 공부도 필요한데 말이다. 2025년에는 다시 도전해 볼까. 하루에 2장씩만 꾸준히 읽어도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목표는 가볍게 세워야 이루기 쉽다고들 한다. 어렵게 잡으면 실패 경험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습관처럼 접근하려고 했지만, 혼자 하는 다짐은 늘 합리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아휴, 나란 인간. 자기 전 10분 동안 읽는 습관으로 다시 도전해 봐야겠다. 올해는 무조건…



05. 이번 주말, 저녁 식사 자리에 이 세상 그 누구라도 초대할 수 있다면, (과거에 존재했던 인물도 포함, 실시간 통역 가능) 누구를 초대하고 싶나요? 그 이유는요?

잔나비! 20대 때 제주도로 도망치듯 떠났다. 잠깐 제주살이를 하던 중, 우연히 잔나비 공연을 보게 되었는데, 그들의 가사 하나하나가 내게 큰 위로가 되었다. 가사도 좋았지만, 노래를 부를 때 무언가에 취한 듯한 그들의 모습에 잔나비 밴드 자체에 빠져들고 말았다. 아마도 당시에 무언가를 깊게 좋아하는 마음이 어떤 것인지 궁금하던 시기여서 그런 거 같다. 게다가 나이대가 비슷해서, 그들이 고민하는 지점과 내 고민이 닮아 있다고 느껴졌고 어른이 된다는 막막함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함께 찾아가는 기분이었다.


특히 ‘외딴섬 로맨틱’의 가사를 좋아한다. 그곳에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면서도 기꺼이 함께하겠다는 말은 너무 듣고 싶던 말 중 하나였다. 길을 잃어도 괜찮다는 말 같았고, 막막한 어둠 속에서도 함께하겠다는 말 같아서였다. 잠시 제자리걸음을 하다가 다시 나아가고 울고 웃고 흑역사에 발차기하는 순간들에도 늘 잔나비 음악이 있었다. 만약 잔나비와 저녁을 먹을 수 있다면, 지금 우리 나이에 할 수 있는 고민을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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