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하게 살았다. 착하지도, 못되지도 않게

글쓰기 챌린지 2

by 매실

06. 가장 자신 있게 만들 수 있는 요리는 무엇인가요?

제일 먼저 김치찌개가 떠올랐다. 자취를 시작한 지 벌써 5년이 넘었다. 혼자 살게 된 첫날, 냉장고에는 엄마가 보내준 김치와 계란밖에 없었다. 서랍장에 있던 참치를 꺼내 냄비에 김치와 함께 볶다가 쌀뜨물을 붓고 소금으로 간을 했다. 간단한 레시피 덕분에 한 끼를 금방 만들었다. 자주 만들어 먹다 보니 이제는 국물의 깊은 맛을 내거나 김치가 더 맛있게 익는 타이밍을 알게 됐다. 친구들도, 전 남자친구도 내 김치찌개만큼은 인정했다. 요즘은 다른 방식으로 간단히 요리할 만한 것들을 연습하며 요리의 폭을 넓혀가고 있지만, 김치찌개만큼 만족스러운 음식은 아직 없다. (물론 엄마가 보내준 김치가 맛있어서기도 하다.)


하지만 일주일 내내 김치찌개만 먹을 수는 없다. 한 가지 요리만 계속 먹으면 금방 질리기 때문에 매번 “오늘은 뭐 해 먹지? “가 주된 고민이다. 고민이 귀찮을 때는 치킨이나 라면이 저녁 메뉴가 된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엄마는 이런 귀찮은 고민을 어떻게 오랜 시간, 해올 수 있었을까? 그것도 아침, 점심, 저녁을 매번 다르게 준비하면서 말이다. 배달 음식이 지겨워질 때 엄마의 요리가 그리워지는 것도, 어쩌면 이런 정성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07. 지난 1년 중 가장 자랑할 만한 성취는 무엇인가요? 작은 것이라도 좋아요.

꾸준함이 아닐까 싶다. 매주 토요일마다 카페에서 글을 썼다. 그 덕분에 관련 직종에 취업할 수 있었고, 글을 더 잘 쓰고 싶어 소설 수업을 들으며 이야기도 만들었다. 작년은 오직 글글글이었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던 만큼, 뜻대로 되지 않아 힘들기도 했다. 그럼에도 글을 놓지 않고 여전히 쓰고 있는 나의 꾸준함이 가장 자랑스러운 성취 같다.


올해는 표현력을 기르는 것이 목표다. 늘 입에 달고 살던 ‘그냥, 헐, 좋네’ 같은 말 대신, 그것이 왜 좋은지 감정을 구체화하려고 한다. 물론 이런 단어가 주는 힘도 있지만, 여기에 의지하다 보니 내 감정을 명확히 표현하지 못하는 순간이 많았다. 작년에는 꾸준함에 집중했다면, 올해는 그 꾸준함을 바탕으로 표현력을 키우며 한 단계 성장한 듯한 기분이 든다.



08. 여기는 사후세계. 저승사자가 나를 지옥에 보낸다고 해요. 살면서 한 '가장 착한 일' 딱 한 가지를 강력하게 어필해 주세요.

참 애매하게 살아왔다. 착하지도, 그렇다고 못되게 살지도 않았다. 비윤리적인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착하다고 할 수는 없으니, 착하다는 게 뭔지 잠시 생각해 봤다. 마음씨가 곱고 상냥하다? 뭐, 순간순간 마음씨를 곱게 먹은 적이 있지 않았을까. 다만, 저승사자에게 말할 만큼은 아니어서, 자꾸 글을 썼다 지웠다를 반복 중이다. 그러다 우리 강아지, 또리가 생각났다. 길을 잃었는지 버림받았는지 잘 모르지만, 주인을 찾아주다 결국 우리가 데려왔다. 유기견 보호센터로 갔을 땐 2주 내로 입양될 사람이 없으면 안락사된다는 말을 들었고, 결국 또리를 다시 집으로 데려왔다. 강아지와 함께 지내는 건 많은 책임감을 필요로 한다. 여러 망설임 속에서 또리의 귀여운 얼굴을 보니 키워볼 용기가 생겼던 것 같다. 물론 나는 강아지를 좋아하니, 또리와 함께 지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이 행복에 대한 보답으로 유기동물 임보 입양 커뮤니티에 꾸준히 기부하고 있다.


고양이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길에서 떨고 있는 모습을 보면 밥을 내어주곤 했다. 좋아하지 않는 것과 생명을 지키는 건 다른 문제이니까. 이 모든 건 우리 또리 덕분에 생긴 마음이다. 지나치지 않고 돌아보는 이 마음, 어쩌면 이것이 착함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09. TV는 바보상자라는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딱히 TV를 바보상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보는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보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뿐이다. 아무 생각 없이 웃고 싶을 때도 있고, 트렌드를 분석하려는 사람도 있을 것이며, 좋아하는 연예인을 보기 위해 TV를 켜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여행 프로그램을 보고 실제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때로는 사람들의 행동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나는 요일마다 좋아하는 드라마를 만들곤 했다. 일만 하다 보면 시간이 더디게 가는데, 좋아하는 드라마가 생기면 지루했던 요일도 빨리 돌아오는 기분이 든다. 그렇게 싫던 수요일이 기다려지는 날로 바뀌는 느낌? 물론 요즘은 넷플릭스처럼 한꺼번에 드라마가 공개되는 게 익숙해지면서 요일을 기다리는 일이 줄어들긴 했지만 말이다.


10. 나의 하루만 25시간이라면 남들에게 없는 1시간을 어떻게 쓰고 싶나요?

일과 집만 오가는 반복된 하루가 무료해, 하루 24시간이 짧게 느껴지곤 했다. 뭐 똑같은 시간을 살아도 24시간을 알차게 쓰는 사람도 있지만. 그런 사람을 보면, ‘결국 내가 딴짓하는 시간이 많아서 그렇구나’ 하고 생각을 넘긴다. 딴짓은 그대로 하는 와중에 하루의 한두 시간 더 늘어난다면, 뭐가 달라질지 잠시 생각해 봤다. 아마 난 똑같이 밀린 드라마를 보거나, 밀린 잠을 자거나, 밀린 일기를 쓰며 시간을 보내지 않을까 싶다. 하루가 부족해 다음으로 미뤄두던 일들이니까.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새해에도 시작에 대한 기대를 하지 않는다. 주말에도 굳이 일찍 일어나려 하지 않고. 할 일이 있으면 몰라도 없으면 늦잠 자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 피로라도 풀지 뭐. 늦게 일어나도 오후에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예전에는 지나가는 모든 시간이 한때가 되어버린다는 게 애틋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시간에 대한 강박이 사라졌다. 어차피 시간이 생겨도 똑같을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요즘은 하루가 만족스러워서인지 종일 잠만 자도 스트레스받지 않는다. 그럼에도 가끔 스스로에게 “오늘부터 다시 태어나자”라고 다짐할 때도 있다. 딴짓을 너무 할 땐 이러면 안 된다며 딴짓을 줄이려 노력하기도 한다. 이렇게 지내다 보면 굳이 하루가 25시간으로 늘어나지 않아도 내 시간을 더 잘 쓸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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