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차려준 밥상, 엄마의 속마음

당연하지 않은 엄마의 요리, 익숙함에 감사함을 잊었다.

by 매실

엄마가 차려준 밥상, 엄마의 속마음

당연하지 않은 엄마의 요리, 익숙함에 감사함을 잊었다.


엄마의 사진.jpg

어느 때와 같이 잘 차려진 밥을 먹었다. 가족은 식사하고 있는데 엄마는 여전히 주방에서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다. 같이 먹으면 좋을 텐데. 언제부터 엄마가 차려준 밥이 당연하게 되었을까. 익숙함에 묻지 않았던 엄마의 속마음을 듣고 싶어 졌다.


요리의 시작


Q: 자기소개해줘


이름은 이경희, 언제 잘릴지 모르는 생산직 사원으로 일하고 있는 평범한 주부입니다. 가끔 책을 읽고 매일 운동을 하고 있고.


Q: 언제부터 요리했어?


가족이 생기면서 시작했지. 그 전엔 요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안 했던 것 같아. 그냥 어깨너머로 요리하는 엄마(나에겐 할머니)의 모습을 보기만 했고 만들진 않았지.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도 없었고. 결혼하고 하나둘씩 만들어봤는데 처음에는 잘 몰라서 주로 계란이랑 김을 반찬을 만들었어, 그 이후에 이웃이나 엄마한테 물어보면서 만들었고.


Q: 할머니 음식이 그리웠겠네. 할머니 요리 중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뭐야?


김치. 겨울에는 호박죽, 팥죽, 전 종류를 잘해줬어. 맛있었지. 지금은 병원에 계셔서 반대로 내가 요리를 해주고 있네.


Q: 엄마는 엄마가 요리를 잘하는 편이라고 생각해?


보통 아니야? 아주 잘하는 것도 잘 못하는 것도 아닌. 전에 친구가 내가 한 음식을 먹고 생각보다 맛있다고 했어. 점심때 갑자기 우리 집에 놀러 와서 있는 재료로 수제비를 해줬는데 맛이 없었나 봐. 그땐 아무 말 없었는데 얼마 전에 김치와 파김치 줬을 땐 맛있다고 하더라고. 잡채도 나눠 줬을 때 맛있다면서 수제비만 못하는 것 같으니 앞으로 하지 말라고 하더라고. 처음엔 요리 솜씨가 없는 것 같다고 생각했대. 그런데 아니라고 하니 내 요리 솜씨는 보통이겠지?


Q: 엄마가 한 요리 중 가장 맛있다고 생각하는 건 뭐야?


김장김치가 가장 맛있어. 김치 들어간 건 다 맛있는 것 같아. 닭볶음탕도 맛있는데 아빠는 맛없다고 하더라고. 갈비탕도 맛있어. 전에 시골에서 동생들이랑 조카들에게 만들어줬더니 맛있다고 두 그릇씩 먹었대. 갈비탕을 제일 잘하는 것 같아.



요리, 배움의 맛


Q: 요리 프로그램을 보거나 검색하면서 음식 레시피를 메모하는데 새로운 음식을 만들기 위한 도전이야?


도전도 있고, 매일 먹는 음식이 지겹기도 하고. TV 속 음식은 언제나 맛있어 보이잖아. 안 먹어본 것도 먹어 보고 싶고, 내가 늘 실패하는 음식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눈여겨보게 돼. 깻잎, 갈비탕, 북엇국 등 만들어봤어. 다른 것도 있는데 생각보다 별로일 때도 많아. 손맛 때문에 그런 건가.


Q: 요리할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건 뭐야?


영양가를 최우선으로 생각해. 계란말이를 하더라도 파, 당근, 파프리카를 넣어. 항상 파프리카를 남기는 딸이 있지만.


엄마의 속마음


Q: 메뉴 선정 기준이 있어?


가족들이 잘 먹는 기준이지. 김치찌개, 고기 등. 해물 종류는 안 좋아하니까. 잘 먹는 모습을 보면 그 음식을 자주 하게 되는 것 같아. 가족들 입맛이 까다로워서 새로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기 힘드네.


Q: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뭐야?


해물찜. 찜은 건더기도 많고 각종 야채들이 있어서 좋아. 해물을 좋아해서 그런가 봐. 칼칼하고 쫄깃하고 식감 좋고 담백하고. 가족들은 안 좋아하다 보니 친구들이랑 주로 먹어.


Q: 누구랑 먹을 때 가장 맛있어?


솔직히 친구들이랑 먹을 때가 맛있지. 요리와 정리를 하지 않아도 되고, 남이 해주는 음식은 다 맛있으니까. 우리 집은 항상 TV를 켜는 반면에 친구들이랑 있으면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아.


Q: 매장에 사람이 많지 않으면 그 가게를 나가는 사람들이 많잖아. 근데 엄마는 일단 들어가면 무조건 먹는데 왜 그런 거야?


이미 들어갔으니 다음에 안 가더라도 먹고 나오는 게 마음이 편해. 우리가 다시 나가면 주인이 실망할 것 같고. 그 사람도 살아야 되니까.


Q: 요리할 때 재미있어?


(단호) 재미없어. 어쩔 수 없어서 하는 거지. 돌아가면서 해도 되지만, 내가 한 것보다 맛없을 테고 차라리 내가 하는 게 더 빠르고 맛있으니까.


Q: 자주는 아니더라도 내가 요리하려고 하잖아, 어때?


“배우려는 의지가 대단하다” 이런 생각을 해. 맛은 없지만. 남들은 회사나 일에만 관심 있는데 쓸데없는 부분에 관심 많은 딸이지. 생각해보면 미리 배워도 좋긴 해. 괜찮아. 좋은 것 같아. 요리도 할 줄 알고 회사도 다닌다면 더 좋겠지만.


Q: 지금까지 내가 해준 단호박죽, 버섯볶음, 닭갈비, 김치볶음밥, 떡볶이인데 다음 요리는 어떤 걸 만들까?


추우니까 샤부샤부


Q: 누군가에게 요리해줄 때 여러 감정이 있을 거라 생각해. 귀찮고 즐겁고 답답한 감정 등 엄마는 어때?


열심히 만들어줬는데 맛없다고 하면 서운하지. 그래도 솔직하게 평가해주면 다음에 더 맛있게 만들 수 있으니까 솔직하게 말해줬으면 좋겠어. 다만 “맛없어” 라기보다 “오늘은 좀 짜니까 물을 더 넣거나 소금을 덜 넣어보는 건 어때?”라는 방식이 좋겠지. 또 밥을 다 차려놨는데 5분 만을 말하면서 늦게 오면 화나. 주범인 아들과 딸. 아침 점심 저녁까지 다 해줬는데 배고프다고 야식까지 해달라고 하면 귀찮고. 마지막으로 오랜만에 엄마를 만나면 맛있는 밥을 해주고 싶어.


Q: 하고 싶은 말이 있어?


열심히 살겠습니다. 가족과 나를 위해서.


월간심플 12월 '요리' 중에서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월간심플 취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