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카드
4월 21일. 당신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내가 가장 힘들어하는 건 뭘까. 놀고 싶은데 놀 수 없다는 것, 철들고 싶지 않은데 자꾸만 철들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 있다는 것, 자유롭고 싶은데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 것. 이런 것들이 나를 힘들게 만든다. 가끔 친구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 "너는 외국이 더 잘 맞을 것 같아"라고 말한다. 정말 그런 걸까. 물론, 어디든 현실은 존재할 테고 그곳에 닿기 위해선 또 다른 준비가 필요하는 건 맞다. 준비해야 할걸 생각하니 또 막막하고 불안하다. 그렇다면 나는… 노력하지 않고 성공하길 바라는 걸까?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내가 원하는 건 돈이나 명예 같지는 않다. 그냥 나는 매일 즐겁고 싶은 거뿐이다. 새로운 경험이자 자극인 것 같은. 이를 테면 정말 힘들게 일어나서 겨우 가는 곳이 회사가 아닌 곳이었으면 한달까. 단순히 일하기 싫어증인걸까. 나 역시 외국에서 살아볼 생각도 잠깐 해봤다. 생각만 하고 행동하지 않은 건 아니다. 영어도, 글도 꾸준히 하고 있다. 다만, ‘모든 걸 투자하고 있다’고 말하긴 어려운 정도이다. 어쩌면 이런 애매함이 나를 자꾸 ‘바라기만 하는 사람’으로 만들어가는 건 아닐까 싶었다. 난 현실이 내가 자유롭지 못하는 이유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사회가 아닌 내가 현실일지도 모르겠다. 뭐, 요즘 이런 생각을 자주 하고 있다.
4월 22일. 당신이 가진 꿈 중에서 가장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인가요?
예전에는 버킷리스트를 자주 썼다. 손으로 적으면 언젠가는 이루어진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적고 바라다보면, 자연스럽게 어떻게 하면 가능할지를 고민하게 된다고 했던가. 하지만 그 리스트는 너무 먼 미래처럼 느껴졌다. 어느 순간부터 생각을 바꿨다. 그냥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자고. 그런 의미에서, 올해 내가 이루고 싶은 한 가지는 소설 여섯 편을 완성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두 편은 거의 마무리되어 가고 있다. 그러니 앞으로 네 편만 더 쓰면 된다. 쓰다 보면 막막할 때가 많고, 어느 순간엔 아예 다 버리고 싶어질 때도 있다. 그럴 때에도 잘 이겨내고 싶다. 다른 소설을 읽고, 분석하고, 배워가면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 꼭 잘 쓰지 않더라도, 끝까지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싶다. 처음엔 분명했던 메시지가 쓰는 과정에서 흐릿해질 때도 있지만 결국 소설을 쓴다는 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찾아가는 과정이고, 그걸 글이라는 형태로 세상에 전하는 일이라고 믿는다. 그 뜻을 잘 찾고, 잘 써 내려가는 것 그게 지금 내게 가장 이루고 싶은 ‘꿈이라면 꿈’이다.
4월 23일. 글쓰기(또는 창작)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글쓰기, 또는 창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나는 늘 이렇게 생각한다. 나만 아는 이야기일까, 아니면 대부분이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일까. 일기가 에세이가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럴 때도 그 글 안에서 하나의 메시지를 만들려 한다. 읽는 사람이 글을 통해 위로를 받거나, 잠깐이라도 자기감정과 연결되었으면 좋겠다. 내 글이 누군가의 시간에 작게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다 쓴 글을 읽었을 때 메시지가 뚜렷하지 않은 건 그대로 묵혀둔다. 그건 내가 아직 그 글의 메시지를 정확히 찾지 못했을 때다. 그럴 땐 시간이 필요하다. 그 글이 완전히 나의 이야기가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이어 쓰면서 천천히 그 메시지를 찾아가기도 한다. 글을 쓴다는 건 결국, 내가 가진 감정이나 경험을 단순히 풀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어떤 의미를 발견하고, 그 의미를 누군가와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 아닐까 싶다.
4월 24일. 존경하는 인물이 있나요? 그가 주는 가장 큰 교훈은 무엇인가요?
존경하는 인물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대단하다는 감정을 뛰어넘어야 할 것 같은데, 살면서 만났던 사람 중에는 딱히 없는 것 같다. 사전적 의미를 찾아봤다. ‘존경, 남의 인격, 사상, 행위 따위를 받들어 공경함.’ 짧은 정의지만, 그 안에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요즘 SNS에서 자기중심적이며 이기적인 사람에 대한 콘텐츠가 많이 올라온다. 이런 것들을 계속 보다 보니 세상의 삭막함은 많이 보게 된다. 그럴수록 존경의 기준이 많이 낮아질 것 같은데도 쉽게 보기 어려운 것 같아 씁쓸한 마음에 이 글을 한참이나 붙잡고 있다. 아니면 내가 생각하는 존경의 기준이 높은 걸까. 단순히 희생한다고 해서 존경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 희생의 의미, 어떤 마음으로 희생했는지가 중요하다. 내가 존경할만한 사람의 인격을 상상해 봤다. 그런데도 잘 모르겠다. 너무 다양한 사람이 존재하고 다양한 가치관이 있다 보니 더 어려운 것 같다. 누군가를 아직 존경해 본 적이 없다는 걸 이 글을 쓰면 더 명확히 느끼고 있다.
4월 25일. 당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이며, 그것을 마주했을 때 어떠한 모습인가요?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건 ‘이별’이다. 연인과의 이별뿐 아니라 친구, 동료, 이직과 같은 모든 ‘관계의 끝’을 말한다. 나는 졸업식 때마다 교실을 한참 동안 바라보곤 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공간, 그 안에서 나눈 웃음과 울음, 수많은 기억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마음속 어딘가에 조심스럽게 접어 두곤 했다. 사실, 이런 공간보다 더 어려운 건, 사람과의 이별이다. 학교 안에서는 가까웠던 친구도, 교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점점 멀어지는 걸 느낀다. 나만 진심이었나 싶어 씁쓸해지기도 하고, 진짜 친구를 만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실감할 때마다 ‘진짜 친구 한두 명만 있어도 성공한 삶’이라는 말이 와닿는다.
사회생활하는 요즘도 이런 관계는 여전히 어렵다. 특히 이런 관계에 대한 씁쓸함이 커질수록 안정적인 생활을 바라게 된다. 이별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 서로의 곁을 지켜줄 사람. 그런 짝꿍을 찾는 과정에서 잦은 이별을 겪다 보니, 마음이 점점 지쳐간다. 이러다 끝내 내 사람을 찾지 못할까 봐 불안하고, 그 불안함에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할까 봐도 두렵다. 결혼하고, 가정이 생기면서 친구들을 자주 만나기 어려워진다. 자주 연락하더라도, 예전처럼 아무 걱정 없이 놀 수 없다는 사실이 조금 아쉽다. 모든 순간이 한때가 되는 게 이렇게 외로운 일일 줄이야. 아직은 놀고 싶고, 사랑도 해보고 싶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데. 나이 때문에 이런 불안함이 생기는 건지, 이별을 제대로 맞이하는 방법을 몰라서 그러는 건지 잘 모르겠다. 다만 이렇게 불안한 날엔 생각을 돌리기 위해 글을 쓴다. 글로도 정리가 안 될 땐, 여행을 떠난다. 그곳에서는 오로지 나만 생각할 수 있다. 불안을 잠시 한국에 두고 오는 기분이랄까. 그래서 요즘 유독, 여행이 가고 싶다.
4월 26일. 당신이 생각하는 ‘진정한 자유’란 무엇인가요?
내가 이런 선택을 하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지금 나이에 이런 걸 하겠다고 하면 바보 같다고 하진 않을까, 이런 생각에서 벗어나 오로지 나를 위한 선택을 하고 나를 위한 생각을 할 때가 진정한 자유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30대가 되니 자유로웠던 생각 위에 불안을 하나둘 얹는다. 이러면 안 될 것 같고 저러면 안 될 것 같은 이유를 스스로 만들어낸다. 자유롭기를 바라지만 정작 나 스스로가 나를 옥죄고 있다. 예전에는 자유롭게 살아야 하는 팔자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살지 못하니 오히려 병이 나는 것만 같다. 방법을 알고 있음에도 선뜻 진정한 자유를 누리겠다는 용기가 생기지 않는다.
4월 27일. 당신이 상상하는 완벽한 하루는 어떤 모습인가요? 그 하루를 만드는 데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완벽한 하루를 만들기 위해선 부지런함이 필요하다. 늦잠은 물론, "이따 해야지", "릴스 조금만 보고 해야지"와 같은 말도 하지 않고 바로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그러니 당연히 어렵지! 나는 완벽한 하루라는 게 딱히 존재한다고 믿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나만의 기준을 정해두었다. 매일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영어 공부를 조금이라도 한다면 그날은 만족스러운 하루라고. 글은 한 줄만 써도 되고, 책도 한 줄만 읽어도 된다. 뭐든 조금이라도 한 것만으로 만족하려 한다. 처음부터 목표를 크게 잡으면 포기할 마음부터 커지니까. 그런 의미에서 오늘도 책을 조금만 읽고 잔다면, 오늘도 충분히 완벽한 하루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