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올리는 질문카드
4월 28일. 스스로에게 자주 묻는 질문은 무엇인가요? 그 질문을 통해 찾고 싶은 답은 무엇인가요?
선택을 잘하기 위해, 나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오늘은 집에서 쉬는 게 좋을까, 아니면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게 좋을까, 해외여행을 떠나는 게 좋을까 아니면 그 돈을 아껴 미래에 투자하는 게 좋을까. 늘 두세 가지 선택지를 놓고 어느 쪽이 후회가 적을지를 따져본다. 그러다 문득, 질문을 자세히 들여다볼 때가 있다. 그때 내가 어떤 답을 선택하면 좋을지가 보인다. 요즘 부쩍 이 질문을 자주 하는 걸 보니, 여행 가고 싶구나! 내가 여행을 가지 않으면 이 질문이 끝까지 나를 쫓아오겠구나. 외면하지 못할 질문과 마주할 때, 사실 나는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는 걸 깨닫곤 한다. 다만 그 선택에 따른 결과가 두려워 피했을 뿐. 뭐가 됐든 마음이 편해지기 위해서는 어떤 선택이든 결정하는 게 좋다.
+ 어떤 질문을 하고,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보면 내 가치관이 보인다. 작은 선택들이 쌓여 지금의 내가 됐고, 더 나다운 선택을 하기 위해 다시 고민하며 새로운 나를 만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선택이 어려울 날이 많아지고 있다.
4월 29일. 당신을 당신의 취향으로 소개해주세요.
매일 잔나비의 음악을 듣는다. 너무 자주 들었다 싶으면 알레프, 검정치마, 박창근 아티스트의 음악으로 바꿔 듣는다. 고등학교 때는 친구들이 듣는 음악을 따라 들었고, 20대 초반까지도 유행하는 노래를 자연스럽게 찾아들었다. 그러다 20대 중반이 되어서야 비로소,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찾기 시작했다. 한 번 꽂히면 한 곡만 무한 반복해서 듣다가 질릴 때쯤 다른 곡을 찾아 듣는다. 그러다 우연히 예전에 좋아했던 음악을 다시 듣게 되면, 또다시 무한 반복한다. 듣는 음악 스타일이 비슷해서 그런지, 친구들은 나에게 취향이 한결같다고 말한다.
가급적이면 매일 일기를 쓴다. 생각이 복잡한 날, 기분 좋은 날, 화가 나는 날, 매일 다채롭고 다양한 감정들을 기록한다.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고 그날의 감정을 써 내려간다. 음악 덕분에 글이 더 잘 써질 때도 있고, 반대로 음악이 주는 상상에 빠져 집중이 흐트러질 때도 있다. 그런 날엔 억지로 글을 쓰지 않고 음악만 듣는다. 나는 매 순간, 내가 좋아하는 것을 곁에 두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나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무엇을 걱정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그 걱정을 헤쳐나가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다.
4월 30일. 당신이 가장 자주 떠올리는 추억은 무엇인가요?
반복적으로 떠올리는 하나의 추억은 없는 것 같다. 그날의 날씨에 따라, 동료와 주고받은 말에 따라, 혹은 듣고 있는 음악에 따라 떠오르는 장면들이 매번 달라진다. 지금 듣는 음악을 기준으로 말하자면, 뭘 좋아하고 잘하는지 몰라서 제주도로 도망쳤던 날이 떠오른다. 이왕 도망친 거라면 마음껏 도망치자고 마음먹고, 두 달 동안 불안 없이 살았다. 그때 잔나비 공연을 봤다. 평소 같았으면 공연 중에 쑥스러워 몸도 잘 못 움직이고 박수만 치고 있었을 나였는데, 이상하게 그날은 그러지 않았다. 모든 걸 내려놓고 떠나온 당참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그곳에 있는 모든 사람이 공연에 빠져 있어서였는지, 이유는 모르겠다. 내 몸이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뛰기도 하고,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하고, 가사에 집중하다 울컥하기도 했다. 아무도 나를 보지 않을 거라는 안도감 속에서, 마음이 가는 대로 뛰어놀았던 그날이, 종종 떠오른다.
5월 1일. 가장 보고 싶은 사람은 누구이며, 그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할머니가 보고 싶다. 1년에 한 번 설날 때마다 할머니를 만났다. 그래서인지 할머니랑 친해지기 어려웠다. 그런데 요즘, 할머니가 이모와 엄마에게 썼던 편지를 읽다 보니 할머니가 그리워졌다. 친하지 않아도 그리울 수 있다는 걸 요즘 느낀다. 그 시대를 살아가던 할머니의 외로움, 그리고 그런 시절을 피하고 싶어 했던 엄마의 마음이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다. 엄마도 사실, 엄마가 보고 싶었을 텐데 어린 나는 그저 빨리 집에 가자고 졸랐다. 나 때문에 엄마가 할머니와의 시간을 제대로 누리지 못했던 것 같아 아쉽다. 할머니는 돌아가셔서 다시 만날 수는 없지만, 만약 꿈에서라도 다시 마주할 수 있다면 엄마라는 공통 주제로 대화하면서 가까워지고 싶다. 엄마 흉도 보고, 좋은 점도 함께 얘기하면서 말이다. “요즘 엄마가 맨날 TV만 보고, 밖에도 잘 안 나가세요. 귀찮대요~ 할머니, 어떻게 하면 엄마랑 데이트할 수 있을까요? 팁 좀 주세요.”
5월 2일. 스스로에게 해주고 싶은 격려의 말은 무엇인가요?
누구나 나이 들어. 피하고 싶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게 아니야. 그렇다면, 잘 받아들이는 방법도 필요하겠지. 나이 들면서 책임감은 더해지고 불안도 늘더라고. 20대와는 또 다른 불안 같아. 아무래도 그 나이대에만 찾아오는 고유한 불안과 걱정이 있는 것 같아. 분명 예전보다 여유로워진 부분도 있는데, 이상하게 불안은 여전해. 아직, 겁 많은 어른일까? 근데 그 불안에 갇혀서 지금을 살지 못하면 너무 억울하잖아. 오늘을 잘 살아내려면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게 먼저라고 생각해. 지금처럼 나한테 필요한 영양제도 잘 챙겨 먹고, 건강검진도 빠뜨리지 말고, 꾸준히 운동하면서 말이야.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걸 곁에 두는 게 가장 단단하면서도 건강해지는 방법이라고 믿어. 아무리 체력이 좋아도 마음이 무너지면 그 에너지를 다 쓸 수가 없더라고. 그러니까 과거의 후회에 머무르기보다, 오늘의 소소한 행복을 발견하면서 나아가는 사람이 되어보자. 날씨가 좋은 날엔 하늘도 한번 보고, 좋아하는 커피 마시면서 책 한 장 넘기는 여유도 꼭 챙기고. 지금처럼만, 잘해보자.
5월 3일. 사과하고 싶은 사람이 있나요?
그때마다 미안하다고 말하는 편이라, 따로 사과하고 싶은 사람은 없다. 그런 의미에서 사과를 받아야 할 사람은 있지만, 사과하지 않는 이와는 인연을 이어가지 않는다. “고맙다” “미안하다”는 말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걸 안다. 미안할 땐 미안하다고 해야 맞는 건데, 그 한마디를 꺼내는 게 낯간지럽고 어려운 순간이 있다. 하지만 막상 그 말을 들으면 마음이 풀린다. 그만큼 그 말에 담긴 진심과 무게를 알고 있어서일지도 모른다.
그 어려운 말을 자연스럽게 꺼내는 사람이 있다. 나는 그걸 두 부류로 나눈다. 하나는 진심으로 사과할 줄 아는 사람, 다른 하나는 그 상황을 빨리 넘기려는 사람. 후자의 경우가 반복되다 보면, 오히려 내가 잘못한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미안한데, 이렇게까지 할 일이야?” 같은 말을 들으면 ‘정말 그런가?’ 하고 스스로를 의심하게 되기도 한다. 미안한 건 미안한 것에서 끝나는 게 좋다. 괜한 말로 싸움까지 번진다면, 그건 건강한 관계가 아닐 것이다.
5월 4일. 당신만의 ‘내면의 평화’를 찾는 방법이 있나요?
지금 내가 내면의 평화를 찾는 방법은 일기를 쓰거나 코인노래방에 가는 것이다. 어떤 상황이 나를 불편하게 하고 마음을 괴롭게 만드는지를 찬찬히 들여다보거나, 삑 소리가 날 정도로 소리를 지르며 답답한 마음을 털어낸다. 이렇게 쿵쾅거리는 심장을 조금씩 안심시킨다. 하지만 비슷한 상황이 또 반복되면 겨우 다잡은 평화가 다시 무너진다. 그럴 땐 친구를 만나 술 한잔 하며 욕을 한다. 속에 쌓인 응어리를 털어놓고, 그걸 함께 욕해주는 친구를 만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진다. 그게 상황이든, 사람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