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걷기만 하는, 좀머 아저씨

BOOK.좀머씨 이야기

by 매실

하루 종일 걷기만 하는, 좀머 아저씨

BOOK.좀머씨 이야기


내 주변에도 좀머씨와 같은 사람이 있을까. 읽으면서 생각했다. 왜 하루 종일 걷기만 했을까. 사람들의 호의를 거부하면서까지 자신을 내버려두라니. 뭐가 두려운 걸까. 걸으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걸어서 그의 마음이 좀 더 편해졌을까. 왜 걷는 걸 선택했을까. 내버려두길 바랬지만 내버려두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사람들은 좀머씨 진실이 아닌 그의 행동에 대한 루머를 더 좋아했으니까.



한 번의 삐그덕이

만든 불행


책 제목은 좀머씨 이야기이지만 그가 자꾸 눈에 띄는 어린 소년 입장에서 이야기를 말한다. 아이는 자전거 타는 법을 배웠다. 받침대로 받치기 않으면 넘어져 버리는 원리를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은 탓에 자전거를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자전거는 피아노를 배우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타야했다. 길을 갈 때 사람이나 강아지, 장애물이 보이면 그들이 조용할 때까지 항상 기다렸다. 그래서 가까운 거리임에도 항상 오래 걸렸다. 그러던 어느 날 오소리 개가 한참 동안 소년을 보고 짖은 탓, 그때의 차와 4명의 행인을 만난 탓에 10분이나 늦었다. 선생님은 화가 났으며 소년의 이야기를 듣지도 않고 분명 놀고 왔을 거라며 화를 냈다. 소년은 억울함에 눈물 흘렸지만 눈물 닦으란 말밖에 들을 수 없었다. 공교롭게도 다른 중요한 일이 있어 연습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계속 같은 실수를 하는 소년에게 마지막이라며 다시 쳐보라고 할 때 소년은 고민한다. 선생님의 코딱지가 붙어 있는 건반을 눌러야 하기 때문. 결국 코딱지를 누르지 않은 길을 선택했고 선생님은 더 화를 냈다. 이 모든 상황이 미운 소년은 세상과 작별하고자 한다. 나무 위에 올라가며 소년은 자신의 죽음에 후회할 여러 사람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행복해했다. 그때 탁탁하는 소리가 들렸고 아래를 보니 좀머 아저씨였다. 사방을 살피며 땅바닥에 누워 홀가분해지고 싶은 갈망과 절망 사이의 한숨을 내뱉었다. 좀머 아저씨를 보고 정신 차렸다. 코딱지 때문에 자살하려는 바보 같은 행동에 후회했다.


그까짓 코딱지 때문에 자살을 하다니! 그런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했던 내가 불과 몇 분 전에 일생을 죽음으로부터 도망치려고 하는 사람을 보지 않았던가.


좀머 아저씨

그로부터 5-6년이 지났다. 각자의 걱정거리들로 좀머씨에게 관심 갖는 사람은 없었다. 다만 여러 소문만 있을 뿐. 그 사이 소년도 자랐다. 장애물 때문에 자전거 타고 피아노 선생님까지 늦기도 했지만 이제 내 자전거로 시간까지 단축할 수 있을 정도로. 하지만 소년의 삶을 씁쓸하게 만드는 것은 여전히 있다. 바로 tv 보는 일이다. 항상 8시 전까지는 집에 도착하여 저녁 먹을 준비를 해야 하기에 친구 집에서 tv를 보다가도 7분 30초 전에 집으로 가서 클라이맥스를 놓치거나 끝까지 보고 집으로 가서 꾸지람을 듣기도 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5분 전에 집을 가는 도중 자전거 페달에 문제가 생겼다. 호수 가장 가리 좀머 아저씨 모습을 봤다. 한 발씩 한 발씩 쉬지 않고 지팡이를 집어던지고 양팔로 저어가며 앞으로 나갔다. 그 모습이 당황스러워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도 모른 채 그대로 굳었다. 좀머 아저씨가 없어졌다는 것이 알려지기까지 2주가 걸렸다. 실종신고를 통해 좀머아저씨가 검은색 숱 많은 머리, 집요한 눈빛과 입술에는 확신이 차고 뻔뻔스럽게까지 느껴지게 만드는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는 걸 알게된다. ‘막시밀리안 에루스트 에기디우스 좀머’ 잠시 좀머씨는 동네 화젯거리가 되었지만 금세 수그러졌다.


그러니 나를 좀 제발 그냥 놔두시오!

제발 그냥 놔두시오

이 모든 이야기는 내 어릴 적과 연관 있다. 처음으로 이성 친구를 좋아하면서 표현하는 것에 대한 쑥스러움까지. 그의 한마디가 내 머릿속에 가득해 하루 종일 슬프기도, 행복하기도 했던 그때를 떠올리게 했다. 열심히 하고 있지만 내 뜻대로 되지 않아 속상한 내 마음을 헤아리기보다 화 먼저 내는 부모님 혹은 선생님, 친구와의 오해 때문에 화가 나기도 했던 때가 생각났다. 내 감정을 억누르며 과연 내가 죽으면 그들은 나를 위해 울 것인지 아닌지 하는 부정적인 생각까지 이어졌었다. 이런 나쁜 생각이 이어질 때쯤 음악이나 다른 일을 하며 정신을 차리기도 했다. 진짜 별거 아닌 것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복수뿐이니. 소년은 좀머씨로 인해 그 생각이 멍청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생각에 틈을 준 것. 소년은 우연히 좀머씨의 마지막 모습을 본다. 당황스러움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지만 어렸을 때 들었던 "그러니 나를 좀 제발 그냥 놔두시오! “에 대한 그의 말을 끝까지 지킨다.


마지막까지 걸으면서

실종신고로 인해 그의 얼굴과 이름을 제대로 알게 된다. 그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모르지만 항상 걷기만 했던 그는 마지막까지 걸으면서 삶을 끝낸다. 소년이 자라는 모습 속에서 항상 좀머씨가 등장했다. 늘 주변에 있는 인물로. 좀머씨는 마지막을 호수에서 끝냈지만 소년이 성장하는 시간 동안 좀머씨도 그의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한 것 같다. 다만 그 방법을 몰라 걷기만 했던 것은 아닐까. 주변에선 걷기만 하는 좀머씨를 두고 진짜 이유를 알아내려 하기보다 온갖 루머를 만든다. 그래서 좀머씨는 자신을 내버려 두려고 하는 것 같다.


어쩌면 걷기만 했던 이유가 진심으로 자신에게 손 내밀 수 있는 사람이나 공간을 찾고자 함이 아니였을까. 혼자 걸어온 오랜 시간으로 인해 진심과 거짓을 구별하기 어려워졌거나, 너무나도 잘 구별했기에 상처받는 것에 두려웠던 건 아닐까. 소년도 좀머씨를 생각하지만 내버려달라는 말에 그를 잊고, 내버려달라는 말에 그의 마지막을 비밀로 간직한다. 그 말이 진심처럼 느껴졌기에. 좀머씨의 마지막을 본 게 소년뿐이어서 좋았다. 그의 말을 진심으로 들어준 아이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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