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그만큼만 좋아했던 것뿐이다
지금까지 나는, 내가 남의 시선에 갇힌 채 살아왔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연재글을 쓰기 시작했다. 편견과 타인의 시선 때문에 상처받은 일도 많았고, 그럴수록 점점 작아지는 기분을 느꼈다. 의도치 않게 내 진심을 숨기기도 했고, 그럴수록 사람과의 관계는 더 어려워졌다. 나보다 잘 사는 사람을 볼 때면 마음이 조급해졌다. 반대로 나보다 (돈을 덜 모았다거나 하는) 못 사는 듯한 친구를 보면, 안심이 되기도 했다. 그래도 내가 조금 더 낫지 않을까, 하면서. 그러다가 문득 깨달았다. 내 기준이 나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있다는 사실을. 참 못났구나, 나는.
얼마 전 장동선의 궁금한 뇌라는 콘텐츠에서 '완벽해지려다 자꾸 미루는 당신을 위한 솔루션' 이라는 영상을 보게 되었다. 그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장기하가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좋아하는 것을 찾으려고 할 때 평생 좋아해야 할 것을 찾으려는 것 같아요. 일주일 좋아하다가 금방 식었다고 해도, 그만큼 좋아했던 건 사실 아닌가요?” 맞다. 좋아하는 것이 오래가지 않았더라도, 그 순간 즐거웠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래도 되는 거였는데, 나는 항상 남들에 비해 끈기가 없어서 좋아하는 걸 찾지 못했다며 나를 자책해 왔다. 나를 이해해 주는 데 서툴렀다.
나는 한 달에 한 번 공황장애 상담을 받기 위해 병원에 간다. 상담 선생님은 이렇게 말해주었다. 길을 가다 누군가 내 어깨를 치고 사과 없이 지나가면 화가 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내가 하는 말을 틀렸다는 식으로 받아치며 자신의 자랑만 늘어놓는 사람을 보면 거리감을 느끼는 것도 당연한 감정이라고.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그런데 나는 그런 감정들을 잘못된 것, 나쁜 것이라고 여기며 스스로를 탓해왔다. 왜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해 왔던 걸까. 성장 과정에서 배운 교육, 친구들과 함께 지내며 스스로 학습했던 걸 기준으로 남들이 싫어하니까, 내가 참아야지 하면서 살아왔던 것 같다. 어쩌면 그 시간들이 쌓여, 마음의 병이 된 건 아닐까.
잘 사는 게 뭔지, 뭐 하면서 먹고살아야 할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었다. 행복의 기준이 없었기에 남들은 다 잘 사는데, 나만 그렇지 못하다고 느낄 때였다. 그때 한 친구는 내 장점을 이야기해 주며 이렇게 말해주었다. "넌 이걸 잘하니까 이쪽을 살리는 건 어때? 비록 돈은 포기해야겠지만." 반면 다른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그런 거 고민하다가 시간 다 간다. 유망 직업 찾아서 그거라도 해." 두 친구의 말을 들을 때마다 혼란스러웠다. 나는 전자처럼 살고 싶었지만, 후자의 말을 들으면 그러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렇다고 후자의 말을 따라 살다 보면 나 자신을 완전히 잃어버릴 것 같기도 했다. 두 사람 모두 본인의 가치관을 기준으로 건네준 말이었지만, 내 가치관이 명확하지 않아서 흔들리기만 했다. 혼란의 시기를 보내며 아까운 내 청춘을 버린 기분이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어쩌면 모두가 불안해서 그런 것은 아닐까 하고. 누군가가 잘되는 모습을 보면 내가 불안해질까 봐, 나와 전혀 다른 길을 가는 사람을 보면, 내가 잘못 살아온 것은 아닐까 하고 흔들릴까 봐. 그래서 시기하는 마음도 생기고, 괜히 걱정하는 척 조언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물론 진심으로 걱정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보통 그 길을 살아보지 않은 사람이 부정적인 말을 하거나 본인의 실패담을 말하며 하지 말라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것 같다. 그러니 상대의 의견은 참고하되 내 기준으로 선택해야 한다. 그 결과 역시 내가 책임져야 하고.
생각해 보면 난 항상 느렸다. 다른 사람들보다 꾸미는 것도 느렸고, 좋아하는 것을 찾는 것도 느렸고, 사랑을 배우는 일도 느렸다. 그렇지만 그렇게 느리게 헤매는 과정 속에서도 나는 새로운 것들을 시도하려고 했다. 한 가지를 오래 붙잡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새로운 경험을 하려는 마음만큼은 내 장점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 장점을 잃고 싶지 않았다.
정리를 해보자면 내가 느끼는 감정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생각하기까지 역시 오래 걸렸다. 이제라도 알았으니 이제 행동으로 옮길 차례다. 앞으로도 난 여전히 느리겠지만, 내 선택으로 조금씩 단단해지는 삶을 살고 싶다. 그렇게 살아가며 내가 생각하는 자유에 조금 더 가까워지고 싶다. 다른 사람의 기준으로 내 삶이 좋다 나쁘다를 판단하지 않고, 나를 어떻게 볼지 눈치도 그만 보고, 내가 선택한 삶을 조금 더 당당하게 말하며 살아가고 싶다. 아마도 그것이 내가 찾고 싶은 자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