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감각은 사회가 만든 걸까, 아니면 내가 스스로 만들어낸 걸까. 돌이켜보면 나는 단지 잘 살고 싶었고, 가능하면 실패를 줄이고 싶었을 뿐이다. 하지만,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것인지는 여전히 정의 내리기 어렵다. 그럼에도 꾸준히 글을 써온 덕분에 이제야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언제 기분이 좋아지는지 몇 가지는 분명하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정도면 잘 사는 건 아닐까 싶다가도 뭔가 부족함을 느끼곤 한다. 그렇다면 뭐가 부족한 걸까. 욕망이 많은 편은 아니라 갖고 싶은 것도 많지 않은데.
다만, 새로운 경험에 대한 갈증은 늘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영어를 공부하고, 그림을 배운 사람들은, 인스타그램에서 처음 만난 외국인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그림을 그려 선물하기도 한다. 그렇게 소통할 수 있는 용기와 재능이 부러웠다. 나는 특별한 재능도 없고, 영어도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같은 기본적인 표현밖에 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스스로 한계를 정해두고, 기회를 만들기보다 포기하는 쪽을 선택해 왔다. 하지만 영어를 못해도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해도 사람과 관계를 맺는 일은 가능하다. 문제는 능력 여부가 아니라 시도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내가 무슨…’이라는 생각과 ‘저 사람 따라 한다고 생각하면 어떡하지’라는 타인의 시선. 사실 아무것도 아닌 이유들이었다. 뭐, 이렇게 생각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떻게든 경험을 쌓고 결국 자기만의 방식을 만들어가는 사람도 있다. 나는 더 이상 전자에 머물고 싶지 않다. 어쩌면 그동안 느껴온 결핍은 하고 싶었지만 시도하지 않았던 것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은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나씩 구체적으로 적어보고 있다. 그렇게 하면 실천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보일 것도 같아서이다.
돌고 돌아 결국 남이 아닌 내 기준으로 삶을 선택해야 한다는 걸 알았고, 그래야 비로소 타인의 시선과 편견에서 자유로워질 거라는 것도 알았다. 그렇기에 나는 어떤 말에도 흔들리지 않은 내 가치관을 뚜렷하게 만들고 싶다. 사실 방법도 이미 알고 있다. 그냥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용기 내어 한 걸음만 내딛으면 된다. 처음이 어렵지, 시작하고 나면 생각보다 별일이 아니라는 것도 안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 한 걸음이 어렵다. 그 걸음을 내딛기 위해 시작한 연재이다. 그렇기에 이 연재가 끝나면 작은 거라도 하나쯤 시도해 보고 싶다. 그게 뭐가 될지는 모르겠다. 일단, 오래전부터 넓은 세계에 대한 경험의 갈증이 있었기 때문에 영어 공부를 시작하기로 했다.
아마도 나는 너무 좁은 세계 안에서 갇혀 있었기에 타인의 시선에 신경을 쓰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이제는 더 이상 바라는 것에 그치지 않고 더 넓은 세계를 만나보려 한다. 영어를 배우고, 여행을 하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두렵고 걱정되는 마음을 조금씩 내려놓다 보면, 조금은 더 단단해진 내면을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또 내가 뭘 하고 싶은지 고민하는 중에도 일기를 써왔다. 그 일기가 에세이가 되고, 지금은 소설 수업을 통해 이야기와 메시지를 만드는 연습을 하고 있다. 유일하게 끈기 있게 이어온 일이다. 글 역시 취향을 탄다. 내 글이 별로이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을 아직도 한다. 하지만 이 마음에 지지 않고 계속 써왔다. 그렇기에 이 글을 어정쩡하게 지속하기보다 제대로 해보고 싶다. 나도 내 재능이 없어서 새로운 경험이 없다는 핑계는 그만 말하고 싶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에 깊이를 더했으면 한다. 계속 쓰고 읽고 문학을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말이다. 질릴 때까지 써보고, 끝까지 완결했을 때의 성취감을 온전히 느껴보고 싶다.
이 연재를 마친다고 해서, 영어를 배우고 글을 쓴다고 해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습관이 완전히 사라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계속 세상을 만나고, 써 내려가다 보면, 언젠가는 조금 더 자유로워진 상태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결국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타인의 시선을 완전히 지울 수는 없다. 다만, 그 좁은 세계에 갇혀서 나를 더 흔들고 싶지는 않다. 함께 살아가되, 나의 기준으로 행복을 지켜내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