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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실 Sep 06. 2018

"수많은 별 아래서 맥주 마시자"

몽골 여행 전

8월 29일 인천 출발 몽골 도착


가끔 그럴 때가 있다. 분명 여행하고 싶지만 어디로 떠나야 할지 모를 때. 알랭 드 보통은 이상적인 여행사가 있다면 어디를 가고 싶은지 묻기보다 어떤 삶의 변화가 필요한지 물을 거라 했다. 아마 내 삶에도 변화가 필요한 듯싶다. 현재 많은 일을 소화하면서 저녁 없는 삶을 살고 있다. 이렇게 일하는 게 맞는 건지 되물으면서도 피곤함에 금세 잠들어버린다. 매일 같은 고민을 하면서도 바쁘기에 그 고민조차 잊게 된다. 그러다 일요일 저녁만 되면 그 고민이 평소보다 커져 잠을 이루지 못할 지경까지 온다.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나만 적응 못하는 건 아닐까?"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면서 괴로움을 호소할 때마다 친구와 부모님은 말했다. 

다들 그렇게 살고 있어


그래서일까 가끔 숨이 막힌다. 숨이 트일 수 있는 곳으로 여행 가고 싶었다. 드넓은 초원으로. 문득 몽골이 떠올랐다. "수많은 별을 보고 드넓은 초원을 보면 마음이 조금 편해질까?" 지금 이 순간을 도피하고 싶었다. 


지금이 저녁 12시 30분이니까 이 글을 쓰는 날은 8월 30일이다. 난 일기 쓰고 있고 주영이는 소파에서 인터넷 검색을, 지은이는 클럽 음악을 틀어놓고 춤추고 있다. 각자 다른 방식으로 노는 우린, 취향이 너무 다르지만 어쩌면 비슷할지 모르는 우린, 3박 4일 동안 몽골 여행을 한다.


몽골로 온 이유는 이렇다. 계속 몽골에 가고 싶었던 나는(한국사람 맞습니다) 주영이(정상 같지만 또라이)에게 몽골에 가고 싶다 했다. 수많은 별을 보고 싶다고. 거기에 맥주까지 마시면 말 다했다고. 주영이도 자연 그대로를 보고 싶다 했고 지금 아니면 가기 어려울 것 같다며 동의했다. 휴가기간에 맞춰 몽골에 가기로 했고 지은이도(해외여행 처음인 애) 시간이 맞아 몽골에 함께 갈 수 있었다.


우린 사진을 좋아한다. 우리 3명이 전부인 사진동호회를 만들고 시간 될 때마다 출사를 다녔다. 주로 동인천에서만 찍었는데 이제 몽골로 간다. 몽골 별과 사막을 찍으러.

"왠지 이번이 아니면 가기 힘들 것 같아" 지금 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며 비행기 구매 타이밍을 알아보곤 했다. 사람들이 다녀온 후기를 공유하고 낙타 인형과 델을 사기로 하면서. 후기와 정보를 통해 우리의 기대치는 점 점 높아졌고 디데이를 세면서 곧 찾아올 몽골 여행을 준비했다.

몽골 가기 전


여행은 준비하는 시기부터 시작된다. 경비를 모으기 위해 아르바이트하는 것부터. 덜 먹고 덜 즐기면서 돈모으지만 늘 기대하니까.

몽골 가기 한 달 전까지 제주도에 있었다. 두 달 동안 게스트하우스 스텝으로. 제주도 삶은 좋았지만 돈 벌기는 마땅치 않았다. 인천으로 돌아와 단기 알바를 알아봤다. 그리고 바로 한숨지었다. “요즘은 알바도 하늘의 별따기구나” 한 곳을 보면 벌써 수 백 명이 동시에 공고를 보고 있다. 점 점 일 할 곳이 없어지는 건 아닌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갑자기 귀찮아졌다. ‘오늘은 아무 데도 안 나갈 거야'하며 씻지도 않고 소파에 누워 핸드폰을 했다. 그래도 불안하니 알바몬 보면서.

우연히 본 공장 알바에 문자 지원했고 3분 안에 답이 왔다.  “오늘부터 일할 수 있어요?” 어떤 일인지 모르지만 알겠다고 하고 친구와 신연수역으로 갔다. 가는 동안 어떤 일을 하는지, 어느 회사인지 알아봤다. 전자회로. “아..인체에 해로운 거 아니야?”

우리를 뽑아준 계장님에게 물었다. “인체에 해롭나요?" 입꼬리가 올라간 웃음으로 답하셨다. "아니에요"

다행히 어려운 일이 아니고 깨끗하고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었다. 핸드폰 회로용 스티커를 닦는 작업. 일은 어렵지 않지만 가만히 앉아서 닦기만 하니 허리와 어깨가 아팠다. 신발 신기 위해 허리를 숙일 때마다 '으허헉' 하며 서로를 보고 웃었다. "오바야, 야 내 허리랑 최저시급이랑 바꿨어" 며칠 일하니 적응도 되고 중간중간 스트레칭을 한덕에 허리도 그다지 아프지 않았다. 다만 승모근이 우뚝 솓아올랐을 뿐.



내 글 보고 취재기사를 부탁한 회사가 있었다. 일주일에 한두 번 취재 나가거나 재택근무로 글 쓰는 일. 덕분에 알바하면서 글도 쓸 수 있었다. 처음 맡은 업무는 공연 작가 인터뷰와 리뷰적는 일이다. 어떤 메시지를 전할 것인지 컨셉을 정하고 질문지 적는 일은 재미있었다.

생각보다 작가님의 짧은 답변과 원하는 답변이 나오지 않아 걱정했지만. 궁금한 점과 부족한 답을 채우기 위해 더 많은 질문을 했고 인터뷰가 끝난 후에도 여러 대화를 나눴다. 작가가 공연을 만들어낸 시작부터 공연의 끝까지 보니 처음부터 끝을 함께 한 듯 뿌듯했다.


불안한 마음
이렇게 두 가지 일로 몽골 경비를 모았다. 여권 사진은 다시 찍고, 폭염이니 비자를 대행하고(35,000원), 여행자 보험까지(에이스, 10,900원) 준비가 끝났다. (패키지 중에서 말 타는 체험이 있다. 말에서 떨어져 다친 사람이 많다고 한다. 그러니 반드시 동호회가 아닌 여행지에서 다쳤을 때 보상받을 수 있는 보험으로 가입해야한다. 우린 다칠까봐 타지 않았지만)

이제 짐 싸야지. 그동안 많은 여행을 한 건 아니지만 한 번 떠날 때마다 한 달 동안 살았다. 이번 몽골은 3박 4일이다. 그만큼 짐도 별로 없는데 자꾸 뭘 놓고 가는 것처럼 불안했다. 몽골도 사람사는 곳이라 챙기지 못했다면 거기서 사도 되는데. 왜 자꾸 불안한 거지?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 티벳 속담.

여행가기 전은 늘 불안하다. 다칠까 봐 불안하기보다 내가 생각한 만큼 즐기지 못할까봐. 기대보다 불안이 앞선다. 특히 친구들이랑 가서 더 불안할지도 모르겠다. 좋은 친구들이지만 여행 스타일이 맞지 않으면 서로 불편한 채로 여행을 마칠 수 있으니. 우린 서로가 지켜야 할 규칙을 만들었다. 싸우지 않고 잘 놀기 위해.

첫 째. 화장실 같이 가기
두 번째. 어디 갈 때 간다고 말하고 가기

몽골은 8월이 여행하기 좋다고 한다. 8월 말이긴 하지만 8월이니 괜찮지 않냐며 기대했다. 그 기대는 비로 인해 망쳤지만. 떠나기 하루 전 인천에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가 왔다. 바람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데 내일 잘 떠날 수 있을까? 자연이 하는 일이라 운이 좋길 바랄 뿐,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어이없는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인천에 비가 와도 몽골엔 오지 않으면 괜찮을지도 몰라. 몽골 날씨를 검색했다. 근데 우리가 있는 4일 내내 비가 온다니. 말도 안 돼.

"기대 하지 말고 잘 놀다오자" 정상같지만 또라이인 주영이가 말했다. 그 말에 우린 서로의 짐을 공유했고 내일 보기로 했다. 그래 어찌어찌 준비를 마쳤으니 본격적으로 여행 해야지.

준비물

모자, 세면도구, 스킨, 로션, 크림, 선크림, 마스크 팩, 우산, 콘센트, 긴 팔 3개, 반팔 1개, 원피스 1개, 쫄바지 1개, 청바지 1개, 냉장고 바지 1개, 후리스1개, 바람막이 1개, 속옷 3세트, 옷걸이 2개, 물티슈, 휴지, 비, 마스크, 보조배터리, 충전기, 여권, 비자, 작은 가방, 필름 카메라, 필름 3개, 블루투스 키보드, 양말 2개, 슬리퍼, 운동화, 클렌징 티슈(주영), 핫팩(지은) , 쌈장(주영)

2018. 8.29 ~ 9.2 몽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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