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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실 Sep 10. 2018

어쩌면 여행의 첫인상은 마지막에 있을지도

몽골 3일 차

[별 아래에서 나눈 대화] 3편 다시 읽기


8월 31일 고비사막


고비사막으로 간다. 차로 이동하면서 사진 찍었다. 특이한 간판이나 버스정류장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들, 호수에 비친 구름, 초원에 덩그러니 있는 게르 등. 그들에겐 일상이 우리에겐 여행의 느낌을 줬다. 오른쪽 사진에 있는 강아지 사연은 이렇다. 6마리 강아지가 큰 트럭으르 인해 한 마리와 5마리로 나눠졌다. 5마리는 오른쪽으로 계속 걸어갔지만 남은 한 마리는 트럭 때문에 5마리와 헤어졌다. 멀리서 지켜만 보다 반대쪽으로 걸어갔다. 자기가 오지 않다는 걸 모르는 5마리 강아지에게 서운했나? 안타까우면서 귀엽다. 차와 게르도 보이지 않는 길을 계속 걸아가는 사람도 보였다. 어디까지 걸어가는 걸까.



휴게소 점심을 먹고 다시 달렸다. 자고 먹고를 반복하니 돼지 된 기분. 중간 휴식에 양이 엄청 많은 초원을 봤다. 그곳에서 주영이가 우릴 찍어줬는데. 뭐랄까. 마치. 관광객이 지나가다 현지인 2명을 찍은 것 같다고 할까? 지은이 앞머리가 다했다. 지은이가 늘 하는 말이 있다. 주영이는 시내 부자몽골사람고 우린 토종몰골인이라고.



자다가 낙타 타야 된다는 가이드 언니 말에 깼다. 계속 쪼리를 신어도 된다고해서 난 쪼리 신고 낙타를 탔다. 3마리 낙타가 너무 붙어 다닌다. 내 발이 지은이와 주영이 낙타를 계속 찼고 쪼리가 떨어지기 직전까지 왔다. 결국 신발을 벗었다. 발을 빼니 발을 넣지 못하겠다. 보기만 해도 내 발가락 너무 아파. 지은이가 먼저, 내가 중간, 주영이가 3번째 낙타다. 난 지은이 낙타가 뀌는 방귀 냄새를 맡았고 주영이 낙타 눈을 보면서 낙타에게 미안함을 느꼈다. 다신 안 탈게.



순식간에 잠드는 우리의 능력. 고비사막에서 30분 정도 걸었다. 해외여행 처음인 애(지은), 정상 같지만 또라이(주영), 한국사람 맞습니다(다혜), 각자의 특징에 맞게 글을 맞췄다. 지은이는 '해외여행 처음인 애' 말에 맞게 출국심사부터 웃음을 줬고, 이상한 건지 정상인 건지 헷갈리는 '정상같지만 또라이'인 주영이는 우리에게 든든함을 줬다. 제주도에서 엄청 탄 나는, 몽골 사람으로 오해할까 '한국 사람 맞습니다' 티셔츠를 맞췄다.  



현지인 등장


여행사가 보내준 왼쪽 화장실, 화장실을 다시 만든 것 같다.

에코투어로 문 없는 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 다행히 새로 지어 문이 생겼지만. 여행사가 왼쪽 사진을 보내주면서 말했다. "비록 화장실 문은 없지만, 넓은 사막을 보면서 큰일을 볼 수 있어요" 이거 장점 맞지?


새로 만든 화장실 변기에 똥이 묻어있다. 문이 있든 없든 여긴 이용 못하겠다. 몽골은 모든 곳이 화장실이라는 말이 생각났다. 우리 게르 주변에 초원 화장실을 만들었다.


오늘도 여유로운 저녁. 사진 찍으러 나온 그때! 붉은색 달이 조금 보이다가 선명하고 예쁜 달로 완전하게 보였다. 마치 몽골 여행에 실망하지 마 라고 말해주는 기분이랄까.


저녁은 삼겹살. 초원에서 먹는 기분이란. 너무 좋다. 친구에게 몽골 시내, 게르 주변, 삼겹살 사진을 보내줬다. 친구는 가평 아니냐며. 저 쌈장 뭐냐며. 나를 의심했다. 나도 한국 시골에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보고 싶던 별을 봤는데 별 감흥이 없다. 아무 생각 없이 보게 된다. 진짜 많다고 생각할 뿐. 기대를 많이 한 건지. 별을 봤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그냥 아무 생각 없었다. 그냥 별을 오래 봐야 할 것만 같다. 


뭐든 상상과 현실은 다른 것 같다. 내 상상 속은 앉아서 별만 보면 마음속 편안함을 느끼는 한적함을 생각했다. 실제로도 한적했고 아무 소리 들리지 않은 초원 속에서 별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아쉬웠다. 별을 보면 무언가의 답을 찾을 거란 생각 때문인가. 몽골에 온 이유를 별을 통해 알게 될 거란 생각 때문인가. 내가 드넓은 초원을 보고 별을 보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 때문인가. 하지만 별은 별일뿐이다. 답을 주지 않는다. 나는 몽골을 떠나기 전에 했던 고민을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채 내일 한국으로 돌아간다. 오늘 밤이 아쉬우면서도 잘 자고 싶다. 마지막이 있으니 아쉬움도 있다. 그래서 오늘 밤은 좀 설쳤다. 첫날 칭기스칸 호텔에서 설친 것처럼.내일 한국으로 간다. 오늘 밤이 아쉬우면서도 잘 자고 싶다. 


첫인상은 여행 다음날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마지막 날에 있을지도 모른다. 여행할 때 느끼지 못한 감정을 집에서 느낀다. 애틋함으로. 별 보며 웃었던 그 순간이 애틋하게, 그것도 갑자기 찾아온다.


2018. 8.29 ~ 9.2 몽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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