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그렇습니까?"

[전시] 날씨의 맛

by 매실

<날씨의 맛>은 일상 속에서 당연시되는 날씨를 음미하고, 날씨와 맺어온 역사와 미래에 대해 숙고하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기획되었다. 생략.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에 대해서 개개인은 미묘하게 다르게 받아들이고, 기억하는 한편, 공통적으로 무엇인가를 느끼고 생각하기도 한다.


'날씨를 맛보다'에서는 일상 속에서 익숙하게 스쳐 지나는 날씨의 편린들을 날 것 그대로 음미한다.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날씨 현상과 자연이 어우러진 찰나의 순간이 다양한 강점을 자아낸다.

'날씨에 맛을 더하다'에서는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현상으로써의 날씨가 아니라 과거로부터 인류 문명에 개입하고 관계 맺음을 통해 변화해온 날씨의 다층적 의미에 주목한다.


- 전시 설명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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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 남서울 미술관. 입구에 보이는 트와이라잇 존. 문이 움직일 때마다 보이는 다양한 색감과 풍경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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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영의 <순환하는 소리 2>는 양철지붕에 흘러내리는 비와 같이 피에조 스피커를 부착하여 소리 파장에 따라 양철이 떨리도록 하였다. 아시아 전역에서 채집한 양철에 떨어지는 서정적인 빗소리는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빗소리와 대비되어 '비'가 주는 다양한 감흥을 동시에 전달한다.

-전시 설명 중에서


비에 부딪혀 만들어진 소리가 좋다. 비와 만나 생기는 양철지붕 소리는 여러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그 시대를 경험하지 않았지만 엄마 시대 때는 비를 피하다 양철지붕에서 인연을 만났다고 한다. 천둥번개를 동반한 소리가 무섭게도 느껴지지만 사랑스럽게 들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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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영의 <반사된 소리>는 녹음된 천둥소리와 함께 울리는 우퍼의 진동 그리고 거울 판에 비치는 전시장 풍경의 떨림을 보여준다.

-전시 설명 중에서


거울을 통해 밖에 있는 풍경까지 흔들린다. 천둥을 동반한 비가 내리는 날이면 집까지 흔들리는 것 같은 기분이 다. 나무가 심하게 흔들려 무서울 때도. 그때를 표현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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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와이라잇은 해가 지고 어스름할 때의 빛을 뜻하는 동시에 빛이 도달할 수 있는 불분명한 중간 지대를 지칭한다. 인공 색을 더해 자연에서의 빛의 존재를 더욱 부각하는 박여주의 <트와이라잇> 존은 대형 스테인드글라스에 투과된 빛을 통해 신의 존재와 자연에 느끼던 경외심을 불러일으킨다.

-전시 설명 중에서


시간에 따라 다양한 색이 보인다. 창문에 부착된 스티커는 분홍색과 그린색이지만, 벽에는 노란색과 보라색으로 보인다. 시간대별로 보이는 여러 색깔과 계단 아래까지 퍼진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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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수의 <달빛>은 달이 차오를수록 일렁임과 소리가 커지는 파도를 시각화한 작품이다. 바다에 비친 달빛과 파도의 일렁임을 4초 동안 연차적으로 묘사한 드로잉은 달의 평균 주기에 맞춰 30장으로 한 권의 책이 구성된다. 바이런 킴의 <일요일 회화>는 2001년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그려온 연작이다. 매주 일요일마다 본 평범하지만 서로 다른 하늘의 모습을 35.5cm 캠버스에 담아 오고 있다. 그가 그린 하늘 그림 위에 당시의 날씨, 기분, 가족과의 일상, 그리고 작가로서의 고민이 마치 일기와 같이 기록된 시리즈에는 평범한 삶 속에 자연이 녹아들어서 하나를 이루어낸 숭고함이 있다.

-전시 설명 중에서


검은 표지와 노란 내지가 보름달을 피어내는 듯하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검은 표지엔 달이 보이고, 내지에는 파다의 일렁임이 보인다. 같은 달을 보고도 난 보기만 했고, 작가는 이렇게 표현해냈다. 역시 예술가란.


나도 제주도에 살면서 매일 구름 일기를 썼다. 내가 최초인 줄 알았는데 바이런 킴 작가은 훨씬 이전부터 구름을 봐왔다. 내가 본 구름을 표현하기 어려워 사진으로 기록했지만, 작가는 그림으로 기록했다. 그릴수록 더 자세히 봤을 테고 색을 고민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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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트라 마린 색상의 비닐 조각을 발 모양으로 잘라 겹겹이 쌓아 올린 <바람의 표면>은 풍화로 인해 깎인 절벽, 바람에 일렁거리는 물결과 같은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지는데, 이는 풍파 속에서 대지에 새겨진 모든 존재의 발자취이자 시공을 초월한 소우주를 연상시킨다. <바람은 쉼이 없이 세상의 모든 경계를 이루 만져준다> 역시 바람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바람이 스쳐 가는 듯이 흑연으로 그려낸 필치는 마치 빰과 온몸에 바람이 맞닿을 때의 공감각적 심상을 자아낸다.

-전시 설명 중에서


제일 좋았던 작품. 바람에도 발자취가 있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본드 없이 비닐조각을 쌓아 올려 만든 바람. 푸른색에 감탄했다. 내가 만난 바람의 움직임까지 생각하게 하고. 뒤에 있는 그림 역시 흑연으로 표현해낸 바람이다. 예쁘다. 바람이 정말 저렇게 생겼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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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유삼의 <버섯구름>은 솜사탕처럼 말랑거릴 것 같지만 성긴 합성소재인 스펀지로 만든 조각이다. 실상 버섯구름은 핵폭발 시 만들어지는 인위적인 구름이지만 자연계의 '적락운'처럼 천둥, 돌풍, 번개, 폭우와 같은 기상 현상을 동반하며 이때 내리는 비는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죽음의 비이다.

-전시 설명 중에서


제주도에서 적란운을 봤다. 인상적이었다. 멋있어서. 적란운이 보이면 다음 날에 비가 온다. 새로운 사실을 알게 돼서 기뻤는데, 그 구름이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구름이었다니. 당황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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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주는 <대체로 맑음>을 통해 날씨에 대한 다양한 사회적 인식을 보여준다. 작가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기상 예보에서 '대체로'라는 애매모호한 부사를 사용하며 전달하는 막연함을 꼬집는다. 과거의 기상예보가 사실 전달을 위해 당일의 날씨를 전했던 반면, 현재의 기상예보는 미래의 날씨를 예견하여 송출한다는 점에서 마치 주술과 같은 속성을 지님을 포착하였다. <무드>(오른쪽 사진)에서는 긴급재난문자 수신음과 함께 "당신도 그렇습니까?"라는 질문을 반복적으로 던지며, 폭염, 대설, 지진과 같은 재난과 관련된 개인의 기억을 더듬도록 유도한다. <대체로 맑음>의 일기예보가 4월 16일이라는 점 그리고 "그때를 생각나게 한다"라는 <무드> 속 언급은 개인의 기억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를 슬픔에 빠뜨린 특정 사고와 당일의 날씨를 상기시킨다.

-전시 설명 중에서


<대체로 맑음>을 보고 있으면 미래를 예측하는 점쟁이처럼 보인다. 가지고 있던 볼펜을 떨어뜨리는 모습을 통해. 4월 15일에 16일을 예측한 날씨는 대체로 맑음이었다고 한다. 난 4월 16일엔 학교 수업을 마치고 자취방에 돌아와 검색순위에 올라온 세월호를 봤다. 그렇게 매일 뉴스와 기사를 확인 하긴 처음이었다. 무사하길 바라며. <무드>를 통해 알았다. 비가 올 때 집에 있으면 안락함을 느끼는 사람이 있는 반면, 트라우마로 괴로워하는 사람도 있다는 걸. 영상 속에서 보여준 자막은 실제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사람의 답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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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정기는 스스로가 기우제를 드리는 제사장이 된다. 날씨를 관장하는 용을 닮은 도마뱀을 제물로 죽여 이에 용이 노해 비를 내리게 했다던 조선 시대의 기우제 방식과 바셀린의 치유능력에 대한 작가의 경험을 혼합하여 제사를 지내는 퍼포먼스를 한다. 비를 내리게 하는 작가만의 의식으로서, 에어컨 실외기에서 떨어진 물을 모아 사탕이 가득한 필터에 부어 이른바 단비를 만드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무제>는 자철석과 이로부터 자성을 얻은 바늘로 구성된 나침반이다. 앞서 제시된 두 기우제 퍼포먼스 영상 사이에 위치한 이 오브제는 마치 가뭄에 대한 해결책은 자연 속에서 찾기를 암시하는 듯하다.

-전시 설명 중에서


재미있었다. 에어컨 실외기에서 나온 인공적인 물이 사탕을 만나 단비를 내리고, 바셀린으로 만든 도마뱀으로 제사를 지내고, 메마른 돌에 바셀린을 바르는 영상까지. 재미있게 봤지만 비가 오지 않은 불안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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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오염 수치는 이제 하나의 날씨 정보로써 예측되고 측량된다. 정화용. 김형중은 최근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 미세먼지에 주목하고, 이를 먹고 자라는 가상의 유기적 생물체 에코트론을 탄생시켰다. 전시 기간 동안 실시간으로 측정되는 서울의 미세먼지 수치에 따라 반응한다.

-전시 설명 중에서


미세먼지 수치에 따라 반응하는 스크린. 공기가 나빠지는 건 정말 무섭다. 우린 숨 쉬며 살아가니까. 미세먼지처럼 나쁜 공기를 먹는 괴물은 없나라고 생각했었는데 진짜 있었네. 가상이지만. 사람의 상상력은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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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요의 <회양목>은 지난 2018년 3월 회양목 세 그루를 남서울미술관 마당 실외기 앞에서 발견하며 시작되었다. 봄에는 작은 꽃을 피우고 여름에는 갈색 삭과를 맺는 회양목은 도시 조경수로 자주 활용되는 식물이다. 에어컨 작동 시 발생하는 뜨거운 인공 바람이 있는 특수한 환경에서 자라는 미술관의 회양목은 야외에 설치된 CCTV와 날씨 측정기의 수치를 통해 인위적인 환경으로 인해 생태계가 변화하는 양상을 직접 목격할 수 있다.

-전시 설명 중에서


이 작품을 통해 회양목을 알았다. 석회암지대에만 있는 회양목이지만, 생명력이 강해 도시에서도 잘 산다고 한다. 그래도 도시 조경수로 인해 원래 살고 있던 곳에서 떨어져 살고 있다니 미안하다. 길을 걸을 때마다 흔하게 볼 수 있던 회양목인데도 잘 몰랐다. 알려하지도 않았다. 집으로 가는 길에 있는 회양목을 자세히 봤다. 갈색 꽃이 있었고 거미줄이 있었으며 그 사이에 쓰레기도 버려져 있었다.


이렇게 나는 흔하디 흔한 생울타리 식물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이 지루한 식물이 무엇인지 한 번도 궁금해하거나 자세히 들여다본 적이 없었지만, 오늘 소개 이후로 마음을 떼지 못할 것이다.
이렇게 한 번씩 신혜우씨로부터 전해받는 식물 조각들을 통해
새로운 눈을 뜨고 고마움을 느낀다.


날씨 예보에서 우산을 챙겨라, 자외선을 조심하라는 등. 미래를 예측하여 준비할 수 있게 한다. 맞지 않은 경우도 많다. 어쩌면 당연한 일인 건가. 최첨단 기계가 있더라고 해도 자연을 알기란 어려운 일이니. 미리 준비하는 것도 좋지만, 하늘을 보고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우린 날씨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작년과 올해 너무 더운 여름을 맞이 했다. 직접적으로 느낄 때마다 덜컥 겁이 난다. 올해 이렇게 더운데 내년은 얼마나 더 더울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분리수거를 잘하고, 최대한 일회용품을 쓰지 않는 등 여러 가지가 있다. 편리함보다 불편한 생활이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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