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선택과 괜찮지 않은 선택

생각하는 방법을 몰랐던 내가, 의견이 생겼다.

by 매실

괜찮은 선택과 괜찮지 않은 선택

생각하는 방법을 몰랐던 내가, 의견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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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생각하는 방법을 몰랐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은 ‘생각하는 게 생각하는 거지’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생각하는 방법이 어려웠다. 어떤 선택을 앞두고 어느 게 좋을지 아무 생각 없었고 상관없었다. 그렇게 괜찮고 상관없는 선택들만 해왔던 탓에 생각하는 방법을 잊어버린 듯하다. 대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괴로움은 더해졌다. “어떻게 생각해?”



호기심이

없었고


난 아무 생각 없었다. 차라리 어린아이였다면 호기심 때문에 “왜?”라고 물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이 모든 단계를 무시했다. 궁금하지 않았던 것 같다. 여행 계획 세울 때도 의견이 필요하다. 의견 조절을 위해 누군가는 배려해야 하는데, 불편한 상황이 싫어서 그 배려를 자청했다. 어느 날 친구는 물었다. "너는 왜 항상 의견이 없어?" 당황했다. 배려라고 생각했는데 배려가 아니었다. 친구는 의견 없는 나 때문에 부담감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내가 불편한 상황을 만들었고 그 덕에 난 의견 조절하는 방법까지 잊어버렸다.


뭐든 상관없었던 내 선택의 결과가 내가 뭘 좋아하고, 내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내게 어떤 것이 필요한지 알기 어렵게 만들었다. 누군가에게 맞춰주면서 내가 원하는 무언가가 무엇인지 헷갈렸다. 하라는 대로 하다 보니 내가 세운 목표가 없었다. 어중간한 상태에서 방향을 잃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이 복잡한 심정을 적는 일이었다. 어떤 생각이든 기록한다. 오늘 있었던 일이나 오늘 느낀 감정들, 오늘 본 영화, 책 등. 이젠 내 감정을 글로 쓸 수 있게 되었다. 기분 나쁜 일이 있었으면 빠르게 글이 써지기도 하고, 좋은 일이 있었으면 혼자 웃으면서 글을 쓴다. 지금까지 찍은 사진과 쓴 일기를 보기도 한다. 그 시간이 좋다.


아, 저땐 저랬지


취향도

없었지만


생각해보니 고등학교 땐 목표 없는 공부가 싫었다. 학교 안에 있는 상담실을 찾으면서 왜 공부해야 하는지 답을 찾으려 했다. 하고 싶은 게 없었기 때문이겠지. 아쉽게도 그 답을 찾지 못하고 졸업했다. 난 취향이라고 말할 것이 없었다. 고등학교 때 나는 단발머리를 하고, 교복을 줄여 입고, 분홍색 가방을 들고 다니던 학생이었다. 그 가방을 메고 찍은 사진을 보면 ‘어떻게 저런 가방을 멜 생각을 했지?’ 할 정도로 촌스럽다. 나와 어울리지 않았다. 왜 나와 맞지 않은 가방과 옷을 입었을까. 아마 난 누군가에게 맞추는 게 익숙했던 것 같다. 10대는 소속감이 중요하고 유행에 민감하다. 나를 찾는 방법을 몰라서 친구들을 따라 했다. 그래서 어울리지 않았다.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혼자 있는 시간이 생겼다. 그때부터 나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게 뭔지, 잘 하는 게 뭔지. 잘하는 게 없는 것 같아 괴롭기도 하지만 우연히 발견한 나의 능력에 뿌듯해질 때도 있다. 2학년 2학기에 전과를 했다. 다른 친구보다 2년이 뒤쳐졌기에 읽지 않던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에선 관찰, 생각, 통찰력 등을 사례와 같이 설명했다. 꾸준히 읽고 정리하면서 내게도 의견이 생겼다. 남들 뒤에서 "좋아"라고만 말했는데, 지금은 "이거 어때?"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렇게 변한 내가 신기하다. 현재 놓인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은 덕에 변한 것 같다.



좋아하는 걸

알아가고 있다, 천천히


계획하는 게 좋아졌다. 매일 그날의 목표를 세웠다. "오늘은 책을 읽어야지, 오늘은 전시회를 다녀와야지" 빡빡한 일정이 아닌 오늘 해야 할 일을 정하고 심심할 시간을 줬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엔 뜬금없는 기억이 떠오르거나, 먹고 싶은 게 생각나거나, 커피가 당기기도 하다. 그렇게 나에게 집중했다. 하나의 관심이 커지면 그 관심을 이어갔다. 때로는 폭넓게, 때로는 폭 좁게 집중적으로.


취향이란 건 나에게 집중해야지만 알 수 있다. 하고 싶은 계기가 있거나 어떠한 이유가 있어야 더 집중할 수 있다. 내가 입고 있는 옷이, 듣고 있는 음악이, 유행이 아닌 내가 좋아하는 것이 맞는지. 나에게 어울리는지 아니면 억지로 껴 맞춰 입은 것은 아닌지. 계속 생각하고 내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그런 생각들이 모여 내가 좋아하는 것, 나와 어울리는 것으로, 정말 나로서 나다움을 찾을 수 있도록. 내가 입은 옷을 보면서 “이상한데 네가 입으면 어울려” “이거 너 스타일 아니야?”라고 말해준다. 이 말을 들으면 나에게도 취향이 있구나 싶다. 내가 살아온 삶이 내 취향을 말해주고 있구나, 내가 선택한 것들이 모여 내 취향을 말해주고 있구나.


월간심플 10월 '취향'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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