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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실 Apr 01. 2019

일상을 즐길 수 있는 여행

중국 웨이하이 여행 3일 차


오늘도 빠지지 않는 조식. 버섯을 좋아하는지라 버섯볶음과 계란, 만둣국을 먹었다. 과일까지 먹으니 든든. 역시 일어나자마자 먹는 밥은 꿀맛이다. 운동은 하지 않을 거지만 숙소로 들어가지 않고 헬스장에 갔다. 너무 조용해서 잘못 들어왔나 싶었는데 헬스장이 맞았다. 좋은 뷰를 보며 러닝머신 하는 상황을 상상했는데 아니구나. 예전 우리 학교 기숙사 헬스장이 이랬다. 어두컴컴하고 운동기구가 붙어 있어서 옆 사람과 친해질 수 있다고 해야 하나. 숙소로 들어와 짐을 정리하고 쉬었다. 밥 먹으러 가는 것도 피곤하고 정리하는 것도 피곤하다. 뭐 한 것도 없는데 이렇게 피곤하다니. 세월이 무심하구나. 비타민 좀 챙겨야지.


야시장 건너편에 있는 이곳 베이커리가 유명하다고 하는데 이름은 모르겠다. 들어오자마자 눈으론 빵 보고 코로 빵 냄새 맡고 입으로 “대박”이라고 말했다. 방금 밥 먹어도 다시 배고프게 하는 힘. 밀크티를 주문했다. 중국이 차를 많이 마신다고 알고 있는데 찻집은 별로 없었고 생각보다 밀크티는 연했다. 물맛이 강하다고 해야 하나. 공차 먹고 싶다. 여유롭게 먹다가 위해 공원까지 소요시간을 계산하니 애매해졌다. 케이크를 먹다 남기고 막 뛰었는데 우리가 매장 밖으로 나오니 버스는 이미 가고 있었다. 결국 택시를!

우리가 웃는 포인트가 있다. 이게 왜 웃기지? 하는 포인트. 우린 여행 계획을 세우다 위해 공원을 알게 되었고, 액자가 너무 크단 이유로 엄청 웃었다. 실제로도 다른 사람들은 그냥 지나가는데 우린 보자마자 엄청 크다며 또 한 번 웃었다.  그 아래에서 사진 한 장 찍고 방황했다. 미세먼지가 너무 심해서 바다는 잘 보이지 않았다. 좀 더 걸어가면 등대공원이 있는데 슬슬 걸어다가 도착 전에 공원을 빠져나왔다. 그냥 시내에서 점심 먹고 맥도날드에서 파이랑 아이스크림이나 먹자.


다리도 아팠고 배도 고파서 눈에 보이는 초밥집으로 들어갔다. 초밥은 맛있었는데 볶음 우동은 별로. 괜찮아. 맥도날드에서 파이 먹으면 되니까. 아이스크림은 장미맛이 났는데 되게 맛있었다. 진짜 먹으러 온 여행. 먹는 일만큼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 한국에서는 먹고 싶어도 잔액을 확인하면서 먹고 싶은 걸 참기도 했다. 여기선 다르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면 돈 걱정과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막막한 일 투성일지도 모르겠다. 짧은 휴식으로 기분은 좋아졌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한국만 아닐 뿐이지 중국에서도 한국과 다르지 않은 삶을 보내고 있었다. 남은 여행경비를 확인하며 밥 먹었고, 때론 어떻게든 되겠지 하며 먹고 싶은 걸 먹었다. 한국에서 잔액을 확인하는 것처럼.


주말을 함께 보내는 가족과 공원 산책하는 사람을 보면서 내가 보낸 주말을 생각하게 했다. 예전엔 짧게라도 놀곤 했는데 요샌 피곤하다며 집에서 쉬거나 밀린 글 쓰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점점 외로운 시간을 보내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여행할 때마다 생각한다. 짧게 여행하든 길게 여행하든 여행은 결국 일상을 즐기는 방법을 깨닫게 한다고. 나도 그들을 일상을 보면서 함께 하는 것과 잘 먹는 것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하면서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 그들이 나를 봤을 때 내 일상은 어떨까. 갑자기 궁금해졌다.


웨이하이 여행을 마무리하고 공항까지 가는 버스를 기다렸다. 위고 몰 뒤편에 봉고차에 공항버스 티켓을 구매할 수 있고 그곳에서 버스를 타면 된다. 보통 여행 마무리는 창문 보며  내가 즐긴 여행을 곱씹었는데, 버스에서 계속 자기만 했다. 그렇게 빡센 여행도 아닌데 뭐가 그렇게 졸린지. 잘 먹어서 그런가. 담엔 관광지도 포기하고 먹고 자고 먹고 자는 여행을 계획해봐야겠다. 안녕 웨이하이. 다음에 꿔바로우 먹으러 다시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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