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롯가에 빛나는 휴식처, 북극서점

취향이 모여 나를 이야기하고 너의 이야기를 듣는 공간

by 매실

도롯가에 빛나는 휴식처, 북극서점

취향이 모여 나를 이야기하고 너의 이야기를 듣는 공간


무더운 여름. 할머니, 할아버지가 은행에서 휴식을 취하시는 것처럼 내게도 더위를 잊을 수 있는 휴식처가 생겼다. 집으로 가는 길에 있는 북극서점. 사장님과 시원한 차 한 잔에 오늘 입고된 책을 소개받고, 옷을 보며, 어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한다. 내 취향과 닮아서 일까, 그곳에 있으면 마음이 편해진다.



좋아하는 것이

모인


Q: 북극서점 소개 부탁드려요.


북극서점은 정말 작은 구멍가게입니다. 그렇지만 굉장히 오밀조밀하게 저희가 좋아하는 것들을 많이 담으려고 노력했고요. ‘정말 좋아하는 것들을 모아놓는다’가 첫 시작의 마음이에요. 그게 어떤 것이든 좋아하는 걸 모아놓는다. 그래서 친구의 방을 구경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드실 수도 있어요. 지금은 저 순사장, 그리고 친구 염사장과 함께 운영하고 있어요.


Q: 서점에 진열된 소품, 책, 옷들의 선택 기준도 다 좋아하는 것들인가요?


내가 좋아하는 게 다른 사람이 안 좋아하는 것들일 수도 있고 혹은 여러 사람이 같이 좋아하는 것들일 수 있지만, 기준은 그래요. 좋아하는 것을 진열해 놓는 것. 저희가 성향이 많이 닮은 편이에요. 그래서 입고할 때 입고해도 되는지 묻지 않고 각자 알아서 거침없이 입고하는 편이에요. 제가 행동반경이 넓고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다 보니까 이걸 조금 더 많이 합니다. 즉 돈을 많이 써요. (하하)


Q: 북극서점 주변을 보면 서점이 있을 위치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너무 자연스럽고 동네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이 공간은 어떻게 찾으셨어요?


서점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장소를 알아본 게 아니라, 그냥 아무 생각도 없었던 어느 날 자정에 친구한테 전화가 왔어요. 피터팬 같은 작업실을 구하다가 근처에 엄청 싼 가격이 있는데 계약하지 않겠냐고 물었죠. 그곳을 보고 2시에 바로 계약했어요. 너무 저렴해서. 월세가 저렴했기 때문에 고민 없이 계약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 전에는 선처럼 있는 가게였는데 지금은 워크숍 공간이 생겨서 눈에 띄는 것 같아요.


Q: 독립서점에도 디자인, 여행 등 전문 서점도 있는데 북극서점의 콘셉트는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궁금해요.


‘창립이념은 이렇다’라는 건 없었고 ‘우리가 좋아하는 것들을 진열하고 안 팔리면 우리가 갖자’라는 마음이었어요. 처음엔 본격적으로 할 생각도 없었고 작업실 겸 창작 욕구가 있었기 때문에 창작 활동하면서 독립서점을 하면 좋겠다는 거였어요. 그런데 시작하고 보니까 본격적으로 하게 되더라고요. 사람이 파도를 타면 잘 타고 싶잖아요. 열심히 하고 싶어 졌어요. 그래서 밀도가 조금 있어진 것 같아요.



놀이의 연장선

북극서점


Q: 혹시 예전에 직장동료셨어요?


이 친구랑 저는 2000년대 초반부터 절친한 친구였어요. 마음이 맞았고 그 전에도 함께 뭔가를 했었어요. 영화도 같이하고 인디밴드 활동하면서 공연도 같이 다니고, 독립출판으로 소락(작은 즐거움)이라는 잡지를 만들어서 우리끼리만 보고, 친구들끼리 모여서 나눠 가지고 놀았어요. 이것도 그 놀이의 연장선으로 있어요. 지금 노는 건 규모가 크지만.


Q: 같이 운영하다 보면 다툼도 있었을 것 같아요. 의견이 충돌되는 부분이 있다거나.


그 말에 3번 공감했어요. 동시에 '같이 하길 다행이다'라고 생각한 게 훨씬 많아요. 같이 일하면서 몰랐던 자아가 나오기도 하죠. 친구로서의 자아와 일하면서 나오는 자아가 있으니. 그래서 서로의 성향과 의견을 조율하는 것의 연습이 필요했었어요. 지금도 그 과정에 있지만 예전보다는 조금 나아진 것 같아요. ‘얘가 이런 사람이었구나’라고 알아가는 과정이 있어요. 만약 돈을 목적으로 하는 일이었다면 같이 못 했을 것 같아요. 이건 돈을 위한 게 아니라 포기하거나 양보하기 쉽지만요.


Q: 그전에 어떤 일을 하셨어요?


초등학교 교사로 있다가 음반을 만들고 독립서점으로 점을 찍었죠. 지금은 여기 있고. 그다음에는 뭐가 될지 모르겠어요. 이렇게 옮겨가면서 살고 싶었어요. 내가 있는 장소의 문제가 아니라 정체성에 대해 고민해요. 교사로만 있다가 죽으면 너무 아깝잖아요. 하나로만 머물러서 사는 느낌이 좀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양하게 살고 싶고 여러 가지 해보고 싶어요. 재미있을 것 같아요. 위대한 무언가가 되기보다 이 시절을 같이 누릴 수 있으면 좋겠다. 인생의 한때를 좋게 보내고 싶다는 게 큰 것 같아요. 음악을 만들고 서점을 만들고 싶은 것도.


Q: 어떻게 독립출판에 관심 두고 운영하게 되셨나요?


독립출판은 2000년대 중반부터 알게 되었어요. 영국 여행하다가 독립출판을 처음 접하게 되었죠. 그림만 있는 거였는데 표지도 너무 엉성하고 흑백 프린트로 인쇄된 조잡한 책인 거예요. 이상하게 그 책이 마음에 들었어요. 나중에 독립출판물이라는 걸 알게 되었죠. 그렇게 관심이 생겼고 염사장이랑 독립출판 워크숍을 들고 소락 잡지를 만들었어요. 그 수업을 들으면서 관심을 갖게 되어서 그런지 앨범 낼 때 지금까지 창작했던 필름 사진이나 글도 앨범이랑 같이 내자라는 계획도 있었어요.



취향 가게


Q: 두 사장님의 취향이 궁금해요. 취향이 가게에 잘 어울려진 것 같나요?


독립출판만 생각하지 않고 처음부터 이런 걸 생각했었어요. 제가 있었으면 하는 곳이 이런 곳이었거든요. 내가 빈티지 옷을 좋아하니까 만약 빈지티 옷을 판매하는 서점이 있다면, 내가 좋아하는 소품들이 있다면 당장 달려갈 텐데. 라며 제 취향의 서점을 스스로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다행히 친구와 좋아하는 것이 비슷하고 뜻이 맞아서 하고 있어요.


제 생각에는 뭔가 관통하는 게 있어요. 빈티지도 그렇고 책, 물건, 노래, 영화 모든 것을 관통하는 좋아하는 코드가 있는 것 같아요. 그 친구는 그 친구대로 있겠지만. 전 오래된 것은 유일하기 때문에 좋아해요. 시간의 덮개라고 해야 하나 그 시간이 쌓여서 그 물건이 하나밖에 없는 것이잖아요. 똑같은 물건이라도 여러 사람의 손이 묻고 흠집, 색깔, 그 물건의 역사, 지금은 많이 없기도 하고, 희귀하고 그런 것들이 아련하게 느껴져요. 노스텔지아 감성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극과 극으로 굉장히 앞서 있는 걸 좋아하기도 해요. 조금 과격하고 시대에서 최전선에 있는 것을 좋아해요. 그런 감각을 잃고 싶지 않아서 그림이나 이런 것들을 자주 찾아보기도 하고. 트렌드라고 하긴 좀 그런데, 주류의 트렌드에서 벗어나 독립출판에서도 제 감각을 끌어주는 것이 무언인가 내 앞선 트렌드가 뭐가 있나 보고 싶어 하는 게 있어요. 영화도 아련하고 깊이 있고 귀여우면서 기묘하면서 뭐랄까 좀 복잡한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Q: 좋아하는 영화가 뭐예요?


가장 좋아한다는 건 어렵지만 맥락을 보면 지금 일 포스티노, 그린 파파야 향기, 옛날 영화 중에서는 이런 영화를 좋아해요. 요즘 개봉하는 유행을 따르는 영화들도 좋아하지만 제가 좋아한다고 할 만한 영화는 이거 같아요. 충격받은 영화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우주 영화인데 이 영화에 영감 받아서 인터스텔라가 만들어졌다고 해요. 어렸을 때 아버지가 비디오 가게를 하셔서 영화를 엄청 좋아했었어요. 그래서 영화 만드는 것도 참여했었고.


제가 너무 진지하다고 해야 할까요? 중2병 감성이 있는 영화를 좋아해서 그런지 사람들에게 좋아하는 영화를 말하는 게 좀 부끄러워요. 그리고 한국영화는 정말 다 좋아해요. 외국영화와는 다르게 내 모국어로 얘기를 하고 섬세한 감정까지 잘 읽히잖아요. 조연 이야기까지 들을 수 있고, 장소, 노래, 모든 것들을 총합해서 내가 느낄 수가 있어서 한국영화는 무조건 다 좋아요.


Q: 북극서점은 어떤 공간이 되길 바라나요?


여기가 언제까지 있을지 모르겠지만 먼 훗날, 사람들이 이때의 불빛이나 도롯가에 빛났던 모습을 기억하면서 ‘그때 그 가게가 있었지 참 좋았는데’라며 추억할 수 있었으면 해요. 어렸을 때 길 슈퍼라고 있었는데 돌 사랑이랑 뽑기 같은 걸 하면서 기억이 좋았거든요. 내 어린 시절 하면 그 가게랑 같이 떠올라요. 그래서 여기 있는 공간도 사람들이 와서 즐거워하고 대신 나중에 시간이 지날수록 뒷모습이 아름다운 서점이 되었으면 해요.


Q:앞으로 어떤 활동을 하실 건가요?


인천에서 문화 활동하는 곳이 많지만. 그중에 한 디딤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인천이 고향이라 애정이 각별해요. 빈티지한 감성이 전국에서 여기가 제일이에요. 사람들이 인천의 매력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거치면서도 엉뚱하면서도 미적으로도 아름다운 뭔가가 있는데.. 매끄러운 게 조금만 더 들어오면 잠재력이 나타날 것 같아요. 바다가 있잖아요. 사람들이 더 알아줬으면 좋겠고 인천에서 좋은 예술작가들과 여러 활동을 하고 싶어요.

북극서점.jpg


월간심플 10월 '취향'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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