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회사는 없어도 괜찮은 동료는 있겠죠?

by 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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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회사

괜찮은 회사를 미리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력서 작성하기 전에 복지와 위치, 순이익 등을 살펴봤다. 회사들은 자유로운 분위기, 야근 강요 없음, 복장 자율, 금요일 칼퇴 보장 등 다양하게 근로 환경을 소개했다. 많은 회사 중에서 (겉으로) 당연함을 잘 지키고 있는 회사와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회사의 목록을 정해서 잡플래닛에 다시 검색했다. 이미 쓴 맛을 본 사람들의 후기를 읽으니 괜찮을 거라 생각했던 여기도 괜찮지 않아 보였다. 개인적인 이유는 참고 사항이라 하지만, 참고만 하기엔 너무 디테일하게 좋지 않은 이유를 늘어놓았다. 특히 잦은 이직. 직접적으로 경험하지 않아도 어떤 분위기인지 그림이 그려지면서 “역시”라고 살짝 내뱉게 된다. 이렇게 따지다 보니 지원할만한 회사가 없었다.


경력 쌓다가 더 좋은 조건으로 이직하면 된다는 말을 들었다. 적어도 2년 이상은 조건이 좋지 않은 곳에서 일해야 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좋지 않은 조건이란 야근이 잦아도 야근 수당 없는 걸 당연하게 여기고, 상사가 퇴근하지 않으면 일을 다 끝내도 퇴근 눈치를 보고, 농담이라 포장한 기분 나쁜 말을 재미있다며 웃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하나 같이 싫어하는 행동을 2년 동안 참을 에너지가 없어서 오늘도 지원을 포기했다. 내가 놓치고 있는 괜찮은 회사가 분명 있을 텐데, 아니면 정말로 없는 걸까. 사실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이긴 하다. 그래도 이번만큼은 괜찮은 회사이길 바라며 지원서를 열심히 작성해야 한다.



괜찮은 동료

어차피 내가 생각하는 꿈의 직장이 없다면 어느 정도 기준점을 찾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동안 했던 일을 종합적으로 생각해보고 기준점을 만들었다. 우선 잦은 야근은 싫지만, 바쁠 때는 야근해도 괜찮다. 다만 당연하게 여기는 것은 싫다. 서로를 격려하면서 힘내자는 말 한마디로 팀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사람 한 명쯤은 있었으면 좋겠다. 경제상황이 좋지 않아서 월급을 미루는 건 싫다. 먹고살기 위해 일하는 것만큼 안정적인 회사에서 근무하고 싶다. 상사가 무섭더라도 옳고 그름은 명확한 사람이었으면 하고, 기분 나쁜 말을 농담이라고 돌려 말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을 같이 욕해줄 수 있는 사람도 한 두 명쯤 있었으면 좋겠다.


기준을 읽어 보니까 다 사람과 관련되어 있었다. 뭐든 재미있다가도 재미없어지는 게 일이라 그러려니 하지만, 사람은 늘 적응하기 어렵다. 의미 없이 한 말에 상처 받아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믿었던 사람에게 뒤통수 맞으며 서운했던 일까지 결국 사람 때문에 일을 그만두게 된다. 살아온 인생이 다르다 보니 가치관마저 다를 수밖에 없다. 10년 넘은 친구나 가족도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있는데 회사 사람은 당연히 더 어려울 수밖에. 그럼에도 나를 이해해줄 몇 명의 사람이 있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도 웃으며 털어낼 수 있다. 그러니 나는 회사 복지만큼이나 그 속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궁금하다. 가끔 직원들 사진과 담당하는 일, 가치관을 소개하는 회사 홈페이지가 있다. 이 부분이 완전하게 도움된다고 말하기 어렵다. 또 다른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그래도 나는 이렇게라도 지원할 회사의 일하는 사람이 궁금하다. 회사의 가치관은 이렇고, 그 안에서 일하고 있는 동료들의 가치관을 보면서 앞으로 어떤 일을 만들어갈 것인지, 그 사람과 나는 호흡하며 상생 해갈 수 있는지 상상하게 되니까. 보는 것과 직접 경험하는 것은 다른 부분이지만. 뭐가 됐든 같이 일하는 사람 중에 나와 잘 맞는 한두 명이라도 있다면 괜찮은 직장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결국 사람 좋은 곳에서 일하고 싶다.


월간심플 9월 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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