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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실 Dec 10. 2019

의미 부여하지 않았던 여행, 타이베이 4박 5일

2019년이 한 달 남았다. 매년 느끼지만 올해도 참 고단했다.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좌절과 기대를 반복하며 살았고, 체력도 급속도로 떨어졌다. 피곤이 매일같이 나를 짓눌렀다. 그 피곤을 풀어줄 시간이 없었다. 덕분에 천천히 혹은 빠르게 나이 듦을 느끼고 있다. 그렇게 29살이 되니 조금 억울했다. 20대의 마지막 해가 피곤한 상태로 끝나버릴까 봐. 그때 친구가 장난 반 진심 반으로 타이베이에 가자고 했다. 나 역시 장난 반 진심 반으로 좋다고 했는데, 프로모션으로 저렴하게 비행기표를 구매하면서 장난이 진심 100%가 됐다.

12월 1일 비행기를 예약했다. 매일 바쁜 하루를 보내다 보니 여행을 떠나기 3일 전에 대만 갈 날이 온다는 걸 알았다. 서로 여행하는 게 맞냐며 되물었고, 빼먹은 건 없는지 재차 확인했다. 우린 3명이서 여행하지만, 다 다른 비행기를 탄다. 하루 먼저 가거나 이틀 늦게 오거나. 비행기 시간도 다 달라서 현지에서 만났다. 이렇게 여행하는 사람은 우리밖에 없을 거다. 정말 특이하지만, 그런 서로를 잘 이해해주고, 배려해주는 친구들이다. 난 이번에도 이런 친구들과 함께 타이베이로 여행을 떠난다.


여행 TIP

1. 타이베이는 한국보다 한 시간이 느리다.

2. 비자는 관광 목적으로 90일까지는 면제이지만, 여권 유효기간이 입국일 기준으로 3개월 이상이어야 한다.

3. 대만 지하철과 버스에서는 음식, 물 등을 먹으면 안 되고 시끄럽게 해서도 안 된다. 실제로 조금 시끄럽고, 음료수 먹는 사람도 종종 있었다. 그래도 지켜야 할 것들을 지키면 더 재미있게 여행할 수 있으니!

4. 이지카드를 구매하면 버스, 지하철 등을 환승해서 이용할 수 있고, 편의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도 있다.

5. 전압은 110V라서 여행용 멀티 어댑터를 챙겨야 한다.

6. 비 오는 날이 많으니 우비나 우산을 챙기는 게 좋다.

7. 환전은 한국에서 하거나 달러로 환전해서 타이베이 공항에서 하는 것도 좋다. 수수료가 많지 않아서 주로 타이베이 공항에서 환전하는 사람이 많다.

8. 유심은 kkday에서 할인 행사를 종종 하니 (가격 할인, 1+1) 확인해서 미리 구매하는 걸 추천한다.

9. 아프리카 돼지 열병으로 고기가 들어간 음식 컵라면, 비첸향, 소시지 등은 반입 금지이다. 반입했다가 벌금 200만 원 이상 준 사람도 있다.

10. 타이베이는 온라인으로 입출국 신고서를 작성할 수 있다. 미리 작성하면 다른 사람들보다 빠르게 나갈 수 있다. (https://niaspeedy.immigration.gov.tw/webacard/)


비행기 타기 전에 다른 비행기를 타는 친구와 우유 한 잔 했다. 함께 몽골 여행을 갔던 친구였는데, 그때 (친구가) 해외여행이 처음인지라 뭐든 서툴렀고, 가방 검사할 때도 큰 가그린을 뺏겼다. 그 빼앗긴 순간까지도 우리에겐 즐거운 순간이었다. 우린 만나기 전부터 카톡으로 몽골 2탄 에피소드가 있다면서 서로의 실수와 긴장을 나눴다.


요새 정신이 없어서 건망증이 심해졌다. 직원이 가방 검사한다며 여권을 가져갔는데, 여권 준 걸 까먹고 자동심사에서 여권을 찾았다. 사람들 속에서 직원이 나를 부르기도 했다. 여행은 이상하게 갈수록 익숙해지지 않는다. 매번 서툴고, 매번 긴장되어 신경이 곤두서 있다. 멍하게 있다가 타이베이가 아닌 다른 목적지로 가거나 비행기를 놓칠까 봐 조마조마하면서.


내가 어딜 가든 비가 왔다. 맑은 날이어도 내가 간다고 하면 갑자기 날이 흐려지곤 했다. 일기예보도 벗어나게 하는 건 바로 나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하루 먼저 도착한 친구가 날씨가 좋다고 했는데, 내가 출발한 날 인천에 비가 왔고, 대만에 도착하니 맑았던 대만 하늘이 먹구름으로 가득했다.



택시투어를 예약해서 첫날에 예류, 스펀, 지우펀에 모두 갈 수 있었다. 예류는 정글처럼 된 나무들을 산책하듯 걸으면 사진과 같이 푸른빛 바다와 기암괴석을 볼 수 있다. 제주도 같으면서도 기암괴석을 보면 대만임을 느낄 수 있다. 타이베이를 검색하면 꼭 나오는 필수 관광지인데, 그만큼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장소이다. 주변 상점에 꽃게 그림이 많던데, 바위에서 게가 많이 돌아다녔다. 아쉽게도 우린 택시투어로 왔기 때문에 식사를 즐기지 못하고 바로 스펀으로 갔다. 작은 시장에서 석가모니와 비슷하게 생긴 과일을 먹었다. 가격이 조금 있었지만, 달달했다.


여행 TIP

1. 예류 입장료 NT80이며 매일 오전 08:00 - 17:00까지 입장 가능하다.

2. 택시투어는 1인당 NT 1200으로 총 NT3600(3명 기준)이다.


예류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점점 어두워졌고, 스펀에 도착하자 밤이 됐다. 달은 선명했고, 그 사이로 풍등이 날아다녔다. 검은 하늘에 빨갛게 빛나는 풍등을 보니 괜히 설레었다. 우린 기사님을 따라 닭날개 볶음을 먹으면서 풍등을 구매할 수 있는 상점을 찾아다녔다. 한국사람이 많아서인지 직원들도 한국말을 제법 할 줄 알았다. "누나, 누나, 다 썼어?" 어떤 소원을 적어야 할지 몰라서 2020년은 꼭 좋은 일만 있게 해달라고 했다. 친구들도 사랑과 평화를 외치고 다른 한 면에는 우리의 이름을 적었다. 직원분이 찍어준 우리 모습을 봤는데, 풍등을 날리는 표정이 너무 아련했다. "아니, 왜 이렇게 아련한 거야?"


마지막으로 지우펀에 갔다. 미리 숙소를 예약한 덕분에 짐을 내려놓고, 골목을 걸어 다닐 수 있었다. 9시쯤 도착했던 것 같은데 이미 상점들은 문을 닫고 있었다. 문이 열린 곳에서 소시지를 먹고 숙소 사장님이 추천해준 골목으로 갔다. 영화 <샌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배경이 된 곳이었다. 실제로 보니 더 예쁘다. 감상할 때쯤 비가 와서 다시 길을 따라 내려갔지만.


딤섬, 맥주, 컵라면을 구매해서 숙소로 갔다. 주요 관광지를 하루 만에 패스하다 보니 구석구석 보지 못했지만, 좋은 건 분명했다. 지우펀 숙소에 있을 때 비가 많이 내렸다. 시원하게 비 내리면 좋다. 다만 이동할 때 비가 오면 불편한 건 사실이기에 날씨가 흐려질 때마다 친구들의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애써 외면해도 느껴지는 따가움.



타이베이에서 찍은 필름을 보니까 대부분 거리와 건물이 많았다. 건물 색이 시멘트 색이라 차가운 느낌이 들 법도 한데, 다양한 식물들로 따뜻한 느낌에 더 가까웠다. 차가운 듯 따뜻한 느낌이 드는 이유도 살아있는 식물과 그 속에서 차를 즐기는 사람들 때문인 듯싶다.


첫날엔 관광지를 둘러봤다면, 둘 째날은 먹방 투어 하는 날이다. 타이베이 그랜드호텔에 짐을 맡기고, 키키 레스토랑에 갔다. 너무 맛있었다. 세트 메뉴를 주문했는데, 먹으면서도 한국에서 분명 그리워할 수밖에 없는 맛이라 생각했다. 밖으로 나오면서까지 계속 감탄했다. 속이 촉촉한 두부튀김과 매콤 달달 짭짭한 닭튀김, 달달하고 약간 느끼하면서 바삭한 새우까지! 맥주가 빠지면 섭섭한 맛.


골목을 걷다가 딘타이펑에서 딤섬을 먹었다. 본점은 아니었지만, 한국보다는 맛이 좋았다. 키키 레스토랑이 너무 강해서 딘타이펑은 무난하게 먹었던 것 거 같기도 하다. 근처 까르푸에서 친구들에게 줄 선물과 케이크를 구매해서 호텔로 갔다. 12월은 우리 3명의 생일이 있는 날이며, 29살의 마지막 한 달이다. 호텔에서 짐을 풀고 전망을 보며 사진 찍은 뒤 스린야시장에서 길거리 음식을 먹었다. 끝나지 않은 먹방.


여행 TIP

키키 레스토랑은 인기가 많아서 예약하지 않으면 몇 시간 줄 서서 기다려야 할 수 있다.


오기 전까지만 해도 29살이라 불안하고, 걱정되고, 설레고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어쨌든 고단하면서도 즐거웠던 나의 20대를 잘 보내줘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막상 여행하다 보니 내가 29살이라는 생각을 잊고, 친구들과 쓸데없는 것을 보며 웃고, 지나간 것을 다시 꺼내며 배 아프게 웃었다. 생각해보면 먹을 때와 자기 전에 수다 나눌 때가 제일 편하고 좋았다. 맛있는 음식을 나눠먹으면서 오가는 대화와 자기 전에 시답지 않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피식 웃을 때. 행복한 순간은 이렇게 평범하고도 소소한 일상에서 더 많이 느끼는 것 같다.


타이베이 그랜드 호텔 TIP

1. 시티와 산 전망을 선택할 수 있다. 시티전망의 경우 일출을 볼 수 있고, 타이베이 101 등 시내를 볼 수 있다.

2. 호텔 조식이 생각보다 맛이 없는데 1인당 NT500이다. 시내에서 더 맛있는 음식을 먹길 추천한다.

3. 패밀리마트가 있고, 2층에 기념품과 상점들이 있다.



셋 째날인 친구들과 헤어지는 날이다. 함께 단수이에 가지만, 두 친구는 한국으로 가고 나는 2일 더 타이베이에 머물기로 했다. 이렇게 떠나온 거 바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고, 하지 못 했던 것들도 하고 싶었다. 원 없이 걷기. 이상하게 버스를 타면 여행하는 기분이 들지 않는다. 걸으면서 동네를 보고,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봐야지만, 비로소 내가 여행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다행히 날이 좋아서 단수이 곳곳을 편하게 걸어 다녔다. 다만 친구들이 가려고 할 때쯤 먹구름이 몰려왔다. 이렇게 되니 내가 정말 비를 몰고 오는 뭔가가 있나 싶다. 단수이는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 촬영지이다. 영화를 2번 정도 봤는데, 어디서 촬영했는지 잘 기억나지 않았다. 사람들이 사진 찍고 있는 곳이라 추측하며 우리도 그곳에서 사진 찍었다. 학교 풍경과 전망이 시원하고 좋았다.


혼자 있는 시간과 함께 있는 시간의 배율이 중요하다. 혼자 있을 줄 아는 사람이, 함께 있는 방법도 안다. 그렇기에 뭘 하든 혼자의 시간을 주려했다. 아무도 내게 말을 걸지 않으니 혼잣말을 하면서 스스로 말을 하기도 하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예쁜 거리를 걷고, 그러다 우연히 마음에 드는 노트와 펜을 구매하고, 카페에서 차 한 잔 하면서 말이다.


다안 삼림공원에 갔다. 나무 뒤로 해가 지고 있어서 내가 생각한 이상으로 예뻤다. 공원인지라 다양한 사람이 있었다. 벤치에 앉아서 책 읽는 사람, 걸으면서 이야기하는 사람 풀 속에서 운동하는 사람 등. 일상적인 공간에 오면 나도 그 일상의 일부분이 된 것처럼 기분 좋다.


light box와 품목랑행과 찻집에 갔다. 마지막 2일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몰라서 호텔 예약을 하지 않았던 터라 걸으면서 호텔을 찾기도 했다. 예전 동남아에서 한 달 동안 살 때마다 방을 찾는 습관이 떠올랐다. 요샌 한 달 동안 여행하기 쉽지 않아서 호텔을 다 예약했다. 그때를 추억하고자 직접 보면서 결정하고 했는데, 미리 예약하는 게 훨씬 저렴했다. 휴.


책을 좋아해서 여행할 때마다 서점과 문구점을 꼭 가는 편이다. 어떤 말이 쓰여있는지 알 수 없지만, 그림으로 상상하면서 그 나라만의 감성을 간직하고 싶달까. 아쉽게도 light box에서 원했던 책이 다 팔려서 성품 서점에서 동화책 한 권을 구매했다. 품목랑행은 공책을 직접 만들 수도 있고, 자기 생일이 적힌 공책도 구매할 수 있었다. 문구점도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단골손님이 많을 것 같다.

저녁을 간단하게 먹고 sappoho 라이브 카페에 갔다. 공연 날짜가 정해져 있기도 하고, 문 옆에 있는 종이에 이름을 적으면 함께 공연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준다. 덕분에 사람들은 음악과 맥주를 즐길 수 있었고, 공연자는 자신의 음악을 보여줄 수 있는 장소와 사람이 있었다. 사람이 많아서 대기 리스트인 줄 알고, 연주자 목록에 내 이름을 적을 뻔했다. 큰일 날 뻔.


연주자들은 처음 본 듯 서로 인사를 나눴다. 각자의 음악이 돋보일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조용히 연주해주기도 했다. 그들의 연주가 석여 하나의 음악이 만들어졌다. 어떤 전시회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재즈에 틀린 소리란 없다는 말이 생각났다. 마침 틀린 음이 그곳에 있을 뿐이지. 연주자가 실수하거나 잠깐 호흡을 가다듬을 때마다 사람들은 박수로 그들을 격려했다. 이래서 음악이 좋다. 모르는 사람도 그 순간만큼은 한 마음이 되어 서로를 응원해주니까.




다음날엔 용산사를 갔다. 아침에 갔는데도 사람들이 많았다. 사원을 좋아해서 한적함을 바랐지만, 용산사는 관광지에 가까워서 투어 하는 사람, 사진 찍는 사람이 많았다. 그 사이에서 자리 잡고 불교 성서 문을 읽는 사람도 있었다. 간절한 사람을 보면 애틋하다. 무언가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조용히 무언가를 바라는 마음이 한 곳에 있다는 사실이 괜히 뭉클했다.

대만 하면 차를 뺄 수 없다. 친구들과 있을 때 시간이 없어서 차를 마시지 못했지만, 혼자 있을 때 카페에 가서 차와 커피를 마셨다. 가격이 한국돈으로 1만 원이었는데, 떫고 씁쓰름했다. 처음 찻집에 실패하고 보니까 두 번 째는 성공하고 싶었다. 그러다 잡지에서 본 린화타이차가 생각났다. 이곳에서 차를 도매로 판매하는 곳인데, 내가 갔을 때 이미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직원분이 차를 우려서 주셨는데, 달달하고 향도 너무 좋았다. 집에서 마실 차와 선물할 차를 구매했다. 우롱차가 인기 있고 맛있다. 가격도 저렴해서 좋다.


카페도 성공적이었다. 내가 간 곳은 Pica Pica cafe이다. 한 시에 오픈하는데, 10분 전부터 줄 서있을 정도로 인기 있는 카페였다. 커피는 조금 싱거웠지만, 시나몬 롤이 맛있었다. 카페에 들어가면 시나몬 향이 가득하다. 감각적인 포스터들이 붙여있고 인테리어도 예쁘다.


이곳에서 생각을 정리했다. 어떤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겠는데 계속 생각을 해야 했다. 머릿속을 정리하지 않았는데 자꾸만 생각해야 할 것들이 들어오니 뇌가 터질 것만 같았다. 생각을 하면서도 뭘 생각하는지도 모르겠고, 내가 뭘 하고 있는지, 뭐부터 해야 하는지 고장 난 것처럼 벙찔 때도 많았다. 가끔은 집을 청소하듯 내 머릿속을 청소할 시간도 필요하다. 무리하지 말자. 뭐든.

마지막이라고 하니까 갑자기 길거리 맛집이 눈에 보인다. 원래 이렇게 여기에 맛집이 있었나? 남은 경비를 세어가며 못 먹어본 음식을 먹으려 곳곳을 구경하고, 가야 할 맛집을 검색했다. 그중 아종면선 곱창 국수가 제일 눈에 들어왔다. 가격도 저렴했고, 무엇보다 맛이 좋다는 리뷰 때문에 저녁을 해결할 수 있었다. 고수를 싫어해서 "부야오 샹차이"를 말했다. 내 발음이 어색했는지 웃으면서 고수를 빼주셨다. 한 입 먹는 순간. 후회했다. '소'짜 말고 '대'짜를 주문 했어야 했는데. 너무 맛있었다. 키키 레스토랑 다음으로 맛집이었다. 입가심을 하기 위해 빙수를 먹고, 치킨과 비첸향 육포와 치킨과 맥주를 구매해서 호텔로 돌아왔다. 마지막 날은 역시 호텔에서 뒹굴거리며 온갖 먹는 걸 채워줘야 한다.


요새 정신없이 살다 보니 멍한 날이 많았다. 상대방이 말해도 귀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고, 그냥 멍하게 쳐다보기만 했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정신 차리라고 말해주거나 토닥여주면서 쉬라고 했다. 먹고사는 게 이렇게 고단한 일인지 깨달을 때마다 나는 내 몸을 달래기보다 더 혹독하게 괴롭혔다. 덕분에 뇌의 기능을 떨어졌으며 여행하는 내내 생각 없이 지냈다.


좋은 건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억지로 생각하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보며 즐길 수 있었으니까. 보통 여행을 마무리할 때쯤 느끼는 바가 있었는데, 대만은 그러지 않았다. 여행이 시작되었고, 늘 그렇듯 시간이 빨리 지나가서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도 아쉬움이 있다는 것은 다음을 기약하는 말이 되니 괜찮다. 친구들과 사진을 공유하며 닭튀김을 그리워하는 이 시간이 좋다. 여행이 끝나도 끝나지 않은 이 느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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