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EAT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쉬운 일이
아니었다
Q: 처음으로 해본 음식이 김치찌개였다고요.
네. 3년 전에 학교에서 자취했었어요. 혼자 살았기 때문에 밥을 만들어 먹어야 했죠.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음식을 찾았고, 그게 김치찌개였어요. 올리브유에 고기 볶고, 김치를 볶은 다음 물 넣고 끓이면 끝이에요. 정말 딱 3가지 재료로만 만들었어요.
Q: 매일 차려진 밥상을 먹다가 직접 차려본 소감은 어때요?
요리 하기 위해선 어떤 음식을 만들지 정하는 게 먼저인데, 요리할 때 주로 사용하는 간장이나 소금조차 없었어요. 그래서 시장에 갔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비싼 거예요. 소금, 설탕, 후추 등. 집에서 몰래 가져왔어요. 김치찌개 다음으로 닭갈비를 해봤어요. 닭도 비싸고 양념장을 만들려면 고추장이랑 고춧가루도 필요하다는 걸 알았죠. 뭔가 해 먹는 것도 돈이 많이 들어가는 걸 그때 알았어요. 제가 요리를 해본 사람이 아니라 그런지 핸드폰으로 레시피를 보거나 엄마한테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만들어요. 만드는 과정이 너무 오래 걸리고, 이것저것 꺼내다 보니 주변이 너무 복잡했어요. 이런 걸 엄마는 매일 했다는 생각에 미안했어요. 메뉴를 정하는 것도 어렵고. 쉬운 일은 아니었구나.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Q: 지금은 할 수 있는 요리가 많아졌어요?
아니요. 아쉽게도 할 수 있는 음식은 별로 안돼요. 생각보다 밖에서 먹는 일이 많았고, 집에 일찍 들어오더라도 피곤하니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더라고요. 먹고사는 일에서 먹는 과정이 이렇게 힘들지 몰랐어요.
요리의
시작
Q: 지금은 요리를 하지 않아요?
원래 안 했었다가 휘게 라이프 책을 읽고 마음이 바뀌었어요. 누군가를 위해 요리하고 가족과 친구들이 먹는 음식에 있어서 정성을 다하는 모습에서요. 자취했을 때 부모님이 놀러 오셨어요. 그때 집에 있는 재료로 김치찌개를 해드렸어요. 엄마가 담근 김치였지만, 누군가를 위해 요리 한건 그때가 처음이었거든요. 한 입 드실 때까지 부모님의 표정을 보기만 했던 것 같아요. 맛있다고 해주길 바라면서요. 한 끼 때우는 것이 아닌 누군가를 위해 혹은 나를 위해 그 정도 시간을 투자하는 게 아까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어요. 삼시세끼 프로그램에서도 하루 세끼를 먹는 모습을 보여주잖아요. 세끼를 만들고 정리하는데 하루가 지나더라고요.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원래 저렇게 먹는 일이 주가 되어야 하는데 그 외적인 것이 주가 되어버렸다고 생각했어요. 항상 중요한 건 뒷전으로 밀리는 기분이랄까요.
Q: 이번 주제를 요리를 선택하게 된 이유도 휘게 라이프 책을 읽은 뒤인가요?
아니요. 예전에 엄마랑 둘이서 TV 프로그램을 봤어요. 어떤 프로그램인지 기억나지 않는데 종갓집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처음 보는 음식도 있었고, 저렇게 정성껏 만들어서 누군가를 위해 요리해주고 피드백받을 땐 어떤 기분일지 궁금했어요. 아마 여러 종류의 음식을 먹어보고 싶었고 누군가 또는 저를 위한 음식을 했을 때의 기분이 궁금했던 것 같아요.
Q: 최근엔 어떤 요리를 했어요?
엄마가 집에 있던 쌀로 떡을 주문하셨어요. 떡이 너무 많아서 떡볶이를 했어요. 제가 고추장 양 조절을 못해서 엄청 매웠고, 국물이 떡 안으로 스며들기 바라서 오래 끓였더니 오히려 짜더라고요. 또 까르보나라를 했는데, 엄마가 인상 쓰고 먹긴 처음이라고 하셨어요. 이 정도면 제 요리 실력이 설명되는 것 같네요. 저희 집 강아지를 위해서 수제간식을 만들어줬어요. 저를 닮아 그런지 당근을 안 먹거든요. 당근이 강아지한테 좋다고 해서 단호박에다 당근을 넣고, 계란이랑 섞어서 단호박 당근케이크를 만들었어요. 꿀도 좀 넣었고요. 살짝 먹어보니 맛있더라고요. 엄마도 오히려 이게 더 맛있다고 하셨어요. 똘똘이도 너무 잘 먹었고요. 그걸 보면서 보람을 느꼈죠. 종종 해주고 싶어서 건조기를 찾아보니 비싸네요.
그들을
통해
Q: 요리하는 친구와 엄마를 인터뷰했어요. 그들을 통해서 어떤 말을 하고 싶었나요?
엄마는 항상 가족들에게 음식을 해주고 있고, 외식할 때도 주로 아빠가 정했어요. 엄마도 먹고 싶은 게 있을 텐데 양보하는 모습을 보고 죄송했어요. 생각해보니 엄마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더라고요. 엄마의 생각을 듣고 싶었어요. 저희도 엄마에게 밥을 얻어먹고 있지만, 제가 엄마라면 귀찮을 때도 있을 테고, 쉬고 싶을 때도 있을 텐데 아무 말씀 없이 밥을 해주실 때 너무 감사했어요. 이젠 저도 엄마 옆에서 조금씩 배우고 제가 해주고 싶어요. 아직 그 정도 실력이 아니라 슬프지만요.
친구는 요리하는 걸 좋아하지만 자존감이 많이 낮아요. 지금 일하는 곳에서 스트레스받다가 최근에 그만뒀어요. 의견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성격이라 더 그런 것 같아요. 친구가 레스토랑 매니저인데 선배와 후배 사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어요. 선배의 할 일을 제 친구에게 넘겨주고, 후배는 친구에게 어려움만 호소한대요. 불만사항을 말하는 성격이 아니기에 항상 참고만 있었죠. 요리보다 조리하는 기분도 들고. 그러다 너무 힘들었는지 다른 곳에 면접을 봤대요. 지금 일하는 곳보다 좋은 조건이지만 요리하는 과정에서 능력을 좀 더 필요로 하나 봐요. 못할 것 같다고 했대요. 자신감을 많이 잃었다고 했어요. 충분히 할 수 있었을 텐데. 그래도 요리를 하고 맛있는 곳을 찾으러 다니면서 자신의 가게를 꿈꾸고 있는 제 친구 이야기를 듣고 싶었어요. 아직 어떤 가게인지는 계속 고민 중이라 여러 가게를 다닌대요. [지니오늘뭐먹지]로. 늘 그렇듯 지금 당장의 고민은 이렇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자존감을 되찾을 것 같아요. 친구의 요리에 대한 열정뿐만 아니라 음식도 맛있거든요.
Q: 만나는 사람에 따라 그 사람과 음식이 비슷하다는 말을 했어요.
네. 편견을 만드는 것일지도 모르는데. 그 사람이 정하는 음식이 그 사람과 닮은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해요. 아침에 눈뜨면 커피 내리는 친구가 있어요. 커피 향이 가득한 집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의자에 앉아 있더라고요. 그 친구는 건강식을 주로 찾아먹어요. 커피랑 건강이랑 무슨 상관이냐 한다면 설명하기 어려워요. 뭔가 자신의 시간을 잘 보내는 사람이고 자신의 건강을 잘 챙길 줄 알고, 사람과의 관계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냥 그들이 선택한 음식이 그 사람과의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뭐 먹을지 물어보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설명하기 어려워요.
Q: 요리를 하고 나서 누군가에게 해주는 것 외에 달라진 점이 있나요?
전에는 어떤 음식을 먹든 상관없었어요. 그래도 지금은 맛있는 걸 먹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어요. 음식 사진을 찍기 시작해요. 음식을 놓는 방법이나 꾸미는 방법, 더 맛있게 보이는 방법을 보고 싶어서요. 잘 모르지만 뭘 넣었는지 생각해보곤 해요. 저번엔 친구 어머니께서 된장국을 해줬는데 저희 엄마가 해준 된장국이랑 많이 달랐어요. 그 차이를 생각해보니 건새우인 것 같더라고요. 엄마한테 말했더니 그다음에 건새우를 넣어서 만드셨어요. 엄마도 저도 다 만족했어요. 그 작은 새우가 국물을 이렇게 시원하게 만들어준 것에 대해 신기했죠.
Q: 오늘 저녁은 어떤 음식을 먹을 건가요?
음, 오늘은 바람이 차서 국물이 먹고 싶어요. 버섯을 좋아해서 버섯이 듬뿍 들어간 버섯전골을 먹어야겠어요. 다 정리한 뒤에 화이트 와인 한 잔 하고 싶어요. 추운 날에는 이 달콤한 와인 한 잔이 기분 좋게 해 주거든요. 좋아하는 음식으로 제 기분까지 좋아질 수 있게.
월간심플 12월 '요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