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뭐 먹지? 행복한 고민

좋아하는 요리를 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삶

by 매실

오늘 뭐 먹지? 행복한 고민

좋아하는 요리를 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삶


음식 앞에선 걱정도 내려놓게 된다. 곧 먹을 음식을 보면 금방 미소 짓게 되니까. 매일 걱정 없이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항상 기분 좋은 일만 있을 순 없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기분 좋은 하루로 마무리하는 건 가능할지 모른다. 누군가를 위해 요리하고, 누군가가 만들어 준 음식을 먹으며 좋아하는 일과 식사 전 가장 설레는 순간을 기록한다. 하루가 쌓여 어느새 많은 데이터가 쌓였다. 어느 지역 하면 어디 맛집이라고 답할 만큼. 요리밖에 모르는 신진희. 그녀는 최근에 일을 그만뒀다. 일하지 않은 지금을 불안해하지만 꾸준히 새로운 음식을 먹고 어떤 일을 하면 좋을지 고민한다. 고민할수록 공허하지만 그 공허함을 음식으로 채운다.


행복한 고민,

나 오늘 뭐 먹지


Q: 자기소개해주세요.


안녕하세요. 푸드 빌리언으로 6년, 소소한가 신사장으로 1년, 지금은 새로운 꿈을 꾸고 있는 백수 신진희입니다.


Q: '지니오늘뭐먹지'로 음식과 본인사진을 업로드하고 있어요. 영감의 소재인지 기록인지 궁금해요.


영감의 소재라기보다 제가 요리를 업으로 하고 있고, 먹는 것도 좋아하다 보니 찍기 시작했어요. 다른 사람들처럼 음식 사진만 찍고 싶지 않았고, 음식 앞에서 웃고 있는 제 모습이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합정에 유명한 오므라이스 가게가 있는데 음식이 너무 귀엽고 클레이도 만든 것처럼 아기자기했거든요. 그 사진을 시작으로 어딜 가도 '찍어줘' 하게 된 것 같아요. 기억에 남는 곳은 친구들과도 함께 가게 되고요. 이제는 제가 찍어달라고 하기 전에 친구들이 찍을 준비를 해요.


Q: 선정기준이 있나요?


검색해요. 사람들이 SNS에 음식과 카페 관련해서 많이 업로드하기 때문에 SNS와 검색사이트를 이용해요. 사진과 후기를 보면서 음식 플레이팅이 예쁘거나 의미 있는 공간을 주로 선택해요. 식당에 가면 음식 맛을 보기 전까진 무조건 찍어요.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죠. 그런데 음식이 별로이거나 서비스가 별로면 업로드하지 않아요. 제 입맛이 나름의 규정인 것 같아요.


Q: '지니오늘뭐먹지'로 무언가를 만들어 볼 생각이 있나요? 맛집 관련 책이라던가.


처음부터 뭔가 만들 생각으로 시작하지 않아서 없어요. 맛 표현을 잘한다면 고민해보겠지만, 표현력이 부족해요. 전엔 책을 보고 카페를 찾아다녔어요. 지금은 SNS로 검색하다 보니 저도 제 SNS에 기록해요. 한때 카페 투어 책을 내보고 싶었어요. 중학교 때부터 맛집 책을 보면서 맛집 투어를 다녔고 고등학생이 되면서 홍대 카페를 많이 찾아다녔거든요. 근데 요즘은 SNS나 블로그를 사람들이 주로 찾다 보니 자연스레 잊혔어요.



요리와 함께


Q: 요리를 시작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어릴 때부터 만드는 걸 좋아했어요. 고등학교 때는 작은 오븐으로 홈베이킹을 주로 했고요. 고등학교 때 우연히 본 인간극장 [미녀들의 식탁] 편에서 세 자매가 경영, 요리사, 푸드스타일리스트로 나눠서 운영하는 모습을 봤어요. 신기하게도 제가 다 관심 있던 일들이었죠. 케이터링 서비스 도중에 음식이 떨어지는 위급한 상황이 보였지만 당황하지 않고, 해결하는 모습에서 프로답다고 생각했어요. 계속 연구하고 노력하시는 모습도 너무 멋있었고요. 나도 저렇게 일하고 싶다 라는 생각과 동시에 진로를 결정했어요.


Q: 지금은 어떤 요리를 하고 있어요?


최근엔 중식요리를 했고 지금은 쉬고 있는 중이에요. 사실 제 일이 요리라기보다 조리에 가까웠어요. 그럴 때마다 내가 하고 싶은 게 이 길이 맞는지 고민하게 돼요. 또 관리자로서의 역할이 커지다 보니 실질적으로 제가 주방에서 칼질을 한다거나 조리하는 횟수도 적어졌어요. '요리'가 하고 싶어요. 물론 제가 지금까지 해왔던 일들도 요리이지만 해보지 않았던 쪽으로 도전해보고 싶어요. 현재는 파인 다이닝(고급식당)이나 호텔을 알아보고 있어요.


Q: 요리하는 것과 먹는 것은 다르지 않나요?


다른 의미로 둘 다 즐겁고 행복해요. 직접 만들 때는 그냥 그 자체로 재밌어요. 물론 일은 힘들지만 맛있다고 말해주시는 손님이 있으면 잠든 순간까지 즐거워요.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는 누구나 그렇듯이 맛있어서 행복합니다.


Q: 요리를 업으로 하는 사람은 집에서 요리하지 않는다고 하잖아요. 어떤 편이에요?


절대 하지 않습니다. 밖에서 오랜 시간 일하기 때문에 집에 오면 쉬고 싶어요. 집에서 요리하면 일의 연장선 같다고 느낄 때가 있어요. 그렇다고 이 일이 싫은 건 아니지만요. 쉬는 날이면 엄마가 푹 쉬라고 음식을 다 해주셔요. 요즘은 제가 쉬고 있어서 요리를 해요. 얼마 전엔 오랜만에 피클을 담갔어요. 맛있게 담가져서 기분이 좋습니다.


Q: 음식을 표현하는 단어 중에 좋아하는 말이 있나요?


단어라기보다 소리를 좋아해요. 예전에 파이를 만든 적이 있어요. 오븐에 들어간 파이가 눈에 보이는데 바스락 거리는 소리와 부풀어 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그 소리를 좋아해요. 중식을 요리할 땐 불이 기름이랑 만나서 나는 소리가 있어요. 표현하기 어렵지만 그 소리도 좋아해요. 지글지글은 아니고 촤르락하는 소리예요.


Q: 평소와 달리 특별한 날엔 외식하거나 만들어 먹잖아요. 주로 어떤 음식을 찾아요?


그런 날은 우리들에게 바쁜 날이에요. 항상 일을 하죠. 하지만 연말에는 외식보다는 만들어 먹게 돼요. 제가 외식업에 있어서 그 사람들을 위한 배려일 수도 있고, 레스토랑이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아요. 집에서 요리하기 어려울 땐 새로운 음식점을 찾아보는 편이에요. 데이트할 때는 유독 심해요. 가고 싶던 지역을 정해두고 원하는 음식점이 나올 때까지 잠을 못 자요. 너무 유명한 곳은 피합니다. 비용적인 면에서도 신중하기 때문에 가격, 맛, 서비스, 인테리어 등 모든 걸 만족시켜줄 곳을 찾다 보니 은근 오래 걸려요. 워낙 먹는 걸 좋아하는 커플이다 보니 한 번 만나면 돈이 꽤 깨지거든요.(하하)


Q: 요리하기 전 의식 같은 게 있나요?


딱히 의식이라는 건 없지만, 앞치마를 맬 때 탁 탁! 세게 펼치고 몸에 꽉 맞게 매는 편이에요. 오늘도 무사히 하루를 마치자.


Q: 혼밥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한 끼 때우는 사람도 많아졌어요.


사실 2년 전 가게 할 때만 해도 혼밥이라는 단어가 신조어라 생각하고 콘셉트로 잡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달라요. 생각해보면 예전이나 지금이나 혼자 식사하시는 분들은 많았고 이상하다는 생각을 못했어요. 혼밥이라는 단어 자체가 왠지 혼자 밥 먹는 사람을 더 유난스럽게 보는 것 같다 할까요? 혼밥이든 누구랑 같이 먹든 그냥 똑같이 밥 먹는 건데 말이죠(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Q: 혼자 밥 먹을 때 어떤 편이에요?


핸드폰 하는 편이에요. 그래도 주변 시선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아서 혼자 뷔페가기인 혼밥 레벨 7단계도 달성했어요.



소소하지 않은

소소한가


Q: 예전에 잠시 운영했던 소소한가가 집밥 형식이었어요.


두 청년이 요리하는 작은 가정 식당이라는 뜻이에요. 매일매일 달라지는 반찬 3가지와 국은 무한리필이고, 메인은 덮밥 종류로 4~5가지로 판매했어요. 인기 메뉴는 소소한 가정식인 '고추잡채 덮밥'였어요.


Q: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어요?


외식업 매니저 2년 차가 되면서 방황이 시작된 것 같아요. 사실 외식업은 제가 직접 요리를 한다기보다는 조리된 음식을 서비스하는 것 같았어요. 제가 관리자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내지 못하는 것 같아 고민이 많았는데 마침 청년몰이라는 나라에서 지원해주는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어요.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도전과 실패를 경험해 보자 해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왜 집밥이었어요?


자신 있는 메뉴를 고르다 보니 덮밥이었요. 요즘 1인 식기가 유행이다 보니 유행에 따라가게 되었고요. 그러다 보니 혼밥 콘셉트로 하게 되었어요. 매장이 시장 안에 있었어요. 시장하면 인심이 넉넉하다 라는 고정관념이 있기에 무한리필을 하게 되었고, 점심시간에 고정 손님을 확보하기 위해 반찬과 국을 매일 다르게 준비했어요.


Q: 소소한가를 준비하면서 생각했던 분위기와 일치했던 순간이 있었나요?


혼밥,혼술이 콘셉트이고 가게가 작다 보니 벽 쪽에 바 테이블을 설치하게 되었어요. 어른들은 벽 보고 어떻게 밥을 먹냐며 한 마디씩 하셨지만, 몇 달 지나고 보니 자연스레 그 자리에 착석하셨어요. 단골손님들은 지정석으로 이용하시기도 하고요. 뿌듯했어요.


Q: 아직도 가게에 대한 문의 글이 있다고 알고 있어요. 이런 글 보면 다시 하고 싶죠?


시작할 때부터 계약기간 까지만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경험에 비해 너무 섣부르게 도전하는 게 아닌가 라는 의구심이 계속 생겼거든요. 다행히 가게는 망하지 않을 정도로 운영했고, 아쉬워하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았어요. 좀 더 경험을 쌓고 10년 후에 다시 열기로 약속했어요. 다시 하게 된다면 그때의 경험을 되새기면서 어떻게 하면 부족한 점을 채울 수 있을지 공부하고 난 뒤에 차리고 싶어요. 원래 소소한가가 낮에는 밥집, 저녁에는 술집 콘셉트였어요. 지역특성상 밥만 하게 되었는데 다시 하게 되면 이와 같은 형태로 해보고 싶어요. 이런 생각을 늘 하고 있어서 새로운 가게를 찾고 인테리어를 보고 맛보고 기록하는 것 같아요.


Q: 어떤 요리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소소한가 할 때 식재료를 구매하고 손질하고 판매하는 것부터 했어요. 그때처럼 초심을 잃지 않는 정직한 요리사가 되고 싶어요. 식재료를 구입하거나, 레시피를 작성할 때, 조리를 하는 순간, 손님에게 내어지는 모든 순간에도 작은 속임수도 없이 항상 같은 맛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죠. 당연한 거고 기본 중의 기본이지만 요즘 그렇지 않은 식당들도 많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기본에 충실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월간심플 12월 '요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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