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음식을 먹으면, '그때'가 생각난다
'그' 음식을 먹으면, '그때'가 생각난다.
A. 우동
작년 겨울에 몸살 기운으로 하루 종일 방에만 누워있었어. 엄마가 일을 마치고 나한테 전화했어. “우동 먹을래?” 하고. 난 면 킬러니까 좋다고 했지. 엄마가 집에 와서 식탁에 우동이랑 김치를 준비해주는데 너무 좋았어. 엄청 맛있었고. 평소에 사 먹던 우동과 다르게 면은 얇고 국물은 시원했거든. 그 이후로 체력적으로 지칠 때면 그 우동이 생각나. 내가 아플 때 먹었던 그 맛이랑 분위기 때문인 것 같아.
B. 비빔밥
처음으로 혼자 전주로 여행 갔을 때였어. 도착하자마자 먹은 음식이 비빔밥인데 혼밥도 처음이었어. 처음으로 혼자 여행하고, 혼밥을 먹어서 설레었는데, 기대했던 맛이랑 달랐어. 생각보다 맛있었던 건 아닌데 처음 혼자 먹어본 음식이라 생각나. 비밤밥 하니까 여행 가고 싶다.
C. 호빵
겨울이 되면 편의점에서 호빵을 찾아. 그 호빵을 먹으면 겨울을 맞이하는 기분이 들거든. 이번 겨울도 편의점 호빵을 찾아봤는데 없더라고. 여러 편의점은 갔는데 기계만 있을 뿐 호빵은 없었어. 궁금해서 물어보니까 작은 매장이기에 호빵의 수요가 많지 않고, 오랫동안 기계 안에 있으면 맛없어서 버리게 된대. 집에서 만든 호빵은 그 맛이 나지 않아. 그래서 아직 호빵을 먹지 못했어. 슬프다.
D. 호박고구마
우리 집이 나무 보일러야. 겨울이 되면 호일로 감싼 고구마를 넣어 먹곤 했어. 이 고구마는 우리 집에서만 먹을 수 있는 거야. 다른 곳에서 먹는 고구마는 이런 맛이 안나.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간식 하면 생각나. 지금은 부모님과 떨어져서 지내서 먹지 못하지만. 예전엔 군고구마 아저씨를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보기 힘들잖아. 그래서 고구마 간식을 대체할 수도 없어. 김 나는 고구마를 호호 불면서 TV 보면 진짜 기분 좋은데.
E. 팥죽
동지가 가까울 무렵에 팥죽이 생각나. “엄마 팥죽이 먹고 싶다.”라고. 엄마가 팥죽은 진짜 잘 끓이셨거든. 바쁘면 생각 안 날 때도 있지만 한가하고 여유가 생길 때 생각나더라고. 엄마와 떨어져 지내서 더 생각나는 것 같아. 이젠 먹기 어려우니 더 생각나는 것 같고. 먹고 싶네. 팥죽.
월간심플 12월 '요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