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바라는 내 행복과 내가 바라는 엄마의 행복

<엄마는 50시> 도서 리뷰

by 매실

나이 들수록 시간의 속도가 빨라지는 것 같다. 체감상 20대와 30대 속도 차이가 2배 정도 난다고 할까. 내가 이 정도인데, 부모님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시간을 보내고 계신 걸까? 엄마에게 물었다. "시간이 되게 빨리 지나가지 않아?" "그렇지 뭐. 밥 먹고, TV 잠깐 봤는데, 벌써 자야 하니까" 엄마는 TV를 보거나 집 근처 산에 다녀오는 것 외엔 특별한 취미가 없었다. 일상의 변화를 줄 무언가가 없다면 심심하지 않을까. 반복적인 루틴은 안정감을 주지만, 때로는 무료함이 찾아오기도 하니까. 자꾸 엄마의 대답에 의문을 품은 걸 보니, 나는 엄마를 잘 모르나 보다.


이렇게 엄마의 시간을 생각하게 된 건 독립출판 서적 <엄마는 50시> 덕분이다. 엄마의 시간이 영원히 50대이길 바라는 작가는 엄마에게 직접 표현하지 못했던 걸 책으로 묶었다. 이 책이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건 분명 작가와 어머니의 일상 대화인데, 무심하게 툭 뱉은 말에 우리 엄마의 마음을 알게 되고, 그 마음을 이제야 이해한 나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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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하려고 사는 건가 의심하고, 삶이 재미없게 느껴지면서 모든 게 귀찮아질 때가 있다. 반면 엄마는 늘 같은 일상을 보내는데, 재미와 무료함을 딱히 표현하지 않았다. 매일 가족의 식사, 청소, 잠깐의 쉼 정도를 반복할 뿐. 엄마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엄마에게 좋아하는 게 뭔지 물으면 없다고 답하셨고, 여행 가자고 하면 싫다고만 하셨다. 뭔가 해주고 싶은 나의 마음과 자식을 귀찮게 하기 싫으신 엄마의 마음이 책을 읽는 동안 떠올랐다. 자식과 부모의 마음의 간격이.


살아지는 대로 자연스럽게 사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때론 엄마가 다른 삶을 꿈꿔보셨으면 한다. 내 바람과 다르게 엄마는 지금 삶이 재미있다고 할지도 모른다. 엄마의 삶이 재미없어 보이는 건 온전히 내 생각일 뿐이니까. 엄마가 나의 행복을 바라듯이 나도 엄마의 행복을 바랄 뿐이다. 우린 그 중간점을 찾지 못해 자주 싸우고, 자주 상처 받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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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어드는 대화에 엄마는 서운함을 느꼈겠지만, 핸드폰만 보는 우리는 그 서운함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래서였을까. 엄마는 다 같이 모여서 식사하는 것만으로 종종 웃음을 보이셨다. 별거 아닌데, 그게 잘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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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엔 매뉴얼이 있다. 좋은 학교를 나오고, 취직하고, 결혼하고, 아기를 낳는 등. 이런 패턴대로 흘러야 안정감을 느끼는 엄마와 달리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난 자주 부딪히곤 했다. 엄마의 걱정이 내게는 스트레스로 다가왔고, 의도치 않게 싸웠던 적도 많았다. 매일 보는 엄마였고, 내가 뭐라 하든 날 받아주는 엄마였기 때문에 짜증만 내고 엄마의 말을 듣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래도 된다고 생각했는데, 당연히 아니었다. 어쩌면 알았는지도 모른다. 엄마도 내 말에 상처 받는다는 걸. 모든 말에 해석을 달기엔 피로했기 때문에 중요한 말은 늘 하지 않았다. 그렇게 우린 오해를 풀지 않은 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대화를 이어갔다. <엄마는 50시>는 이렇듯 쓸쓸하고, 미안하고, 유쾌한 이야기이다. 작은 부분까지 자식을 걱정하는 마음을 보니 부모님이란 원래 그런 건가 싶기도 하다. 괜히 엄마한테 전화하고 싶어 지는 책이다.



<솔밤레터> 중에서

"문화예술을 리뷰하고, 그때 떠오른 생각과 당신의 안부를 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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