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하지만, 행복할 때도 있다

<밤의 사색> 리뷰

by 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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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구매 충동을 막고자 밀리의 서재를 구독했다. 안타깝게도 이 서비스는 내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책을 더 많이 구매하고 있으니까. 도서를 읽다 보면 좋은 책을 발견하기도 하고, 그럼 종이책으로 표시해가며 읽고 싶은 생각이 든다. <밤의 사색>도 그랬다. 크레마로 읽다가 종이책으로 읽고 싶어 이북을 저장하고, 종이책으로 바꿔 읽었다. 좋은 단어들과 공감 요소가 많았다. 다만 미사여구가 많고, 문장이 길어서인지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그럼에도 평소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을 책에서 해주었기 때문에 만족스럽게 읽었다.


현재의 관심사와 취향에 따라 책 구매 목록이 변한다. 여행이 그리우면 여행 에세이를, 새로움이 필요하면 소설을, 불안하거나 고민이 있다면 산문집을 찾아 읽었다. 요샌 많이 불안하고, 많이 즐거운 복잡 미묘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 그러 내게 <밤의 사색>은 불안할 줄 아는 사람이 행복도 안다고 말해주었다.


나는 곰곰이 생각했고, 행복에 대해서는 논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행복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저 한 단어일 뿐이며 아무 의미도 없다. 그것은 다른 것에 좌우된다.


"난 늘 행복해. 넌 왜 자꾸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생각해?"라고 말한 사람이 있었다. 그의 눈엔 내가 그렇게 보였나. 그런 말을 듣다 보면 내 감정을 속이고 싶어 진다. 지금 당장 불행하다고 생각하지만, 말로는 행복하다는 거짓말. 사실 난 불안이나 (작은) 불행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불안한 적이 있다면 나를 달래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나와 같은 사람을 위로할 수 있다. 행복을 알아야 행복을 쫒는 사람과 함께 지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불행하다고 생각이 들 때면 그냥 울어버렸다.


불행하다는 생각은 오래가지 않는다. 다행히 사소하지만, 좋은 일이 생겼으니까. 지금 당장 떠오르는 건 커피 무료 쿠폰! 헤르만 헤세는 말했다. "내 삶은 가난하고 힘겨웠지만, 달리 보일 때도 있고, 어떨 때는 풍족하고 즐거웠던 것처럼 느껴진다." 행복하냐 하지 않냐는 질문에 쉽게 대답하기 어렵다. 행복할 때도 있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었으니까. 그러니 행복의 무게와 비율을 측정할 필요가 없다. 불안과 행복을 경험하면서 내가 어떨 때 불안하고, 행복한지 알아갈 수 있다. "이미 지나가버린 날들의 즐거운 추억을 되새기는 것은 그때의 쾌락을 곱씹는 일일 뿐 아니라 행복과 그리움과 낙원을 항상 새롭게 만끽하게 해 준다." 지나간 추억과 현재를 비교하면서 더 나아짐을 느끼거나 더 낙오됨을 알아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시간이 지나면 다 한때가 변해버린다는 사실.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이 침대에 누워 있는 걸 상상해보라. 시간은 끔찍할 만큼 천천히 조용히 흐른다. 종이 울리고 한 시간 뒤 다시 종이 울릴 때까지, 중간에 한없이 깊고 어두운 나락이 생긴 기분이 든다. 생쥐가 달려가는 소리, 마차 굴러가는 소리, 시계 초침 소리, 우물에서 들리는 물방울 소리, 바람 소리, 가구 삐걱대는 소리를 얼마나 많이 들었던가. 평소에는 그런 소리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외로움과 정적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것들이 내는 아주 작은 소리를 간절히 그리워한다.


새벽이 되면 잠이 오지 않을 때가 있다. 때를 놓치면 잠들기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기 싫어서 억지로 잠들지 않을 때도 있었다. 반면 어떻게 해서든 잠들고 싶을 때도 있다. 잠들지 않으면 불안이 내 목을 조르듯 답답함을 느끼곤 했으니까. 잠 못 들 때면 핸드폰을 만지거나 청소하거나 무언가를 했다. 그렇게 혼자의 시간을 보내면서 평소엔 관심 없었던 무언가를 알게 될 때가 있다. 새벽시간마다 들리는 소리, 냉장고 켜지는 소리, 지나가는 사람 목소리 등. 그 소리가 무섭게 들릴 때도 있었지만, 그럴수록 나는 나를 더 챙기려 했다.


날마다 작은 기쁨을 가능한 한 많이 경험하라. 많은 준비를 요구하는 거창한 쾌락은 휴가 때나 조금씩 나누어 인색하게 누려라. 시간이 부족해 쩔쩔매고, 재미있는 일이 없어 심심해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이 말을 해주고 싶다. 일상의 피로에서 벗어나 지친 몸을 추스르게 하는 것은 거창하나 쾌락이 아니라 작은 기쁨이기 때문이다.


SNS를 보면 행복하기 위한 방법을 알려주는 콘텐츠가 있다. 읽어보면 뻔한 내용이 많다. 아마 그들도 그 답을 잘 몰라 검색한 결과물이 아닌가 싶었다. 행복을 바라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늘 행복할 수만은 없다. 난 주로 내 힘듦을 견디기 어려울 때 여행을 떠나곤 했다. 여행을 간다고 해서 특별한 무언가를 하는 건 아니다. 한국과 다를 바 없이 늦게 일어나고, 커피 마시고, 밥 먹는 일상을 반복할 뿐이다. 하지만 낯선 곳에 있다는 생각 때문인지 별 볼일 없게 느껴졌던 내 일상이 소소하면서도 행복함을 느낄 수 있었다. 갑자기 떠난 여행으로 새로움을 즐겼고, 내 일상의 여유를 알게 됐다. 매번 특별한 날만 있을 수도 없다. 그러니 심심할 시간을 충분히 보내고, 그때마다 뭘 하면 좋을지 고민하다 가끔 나를 위한 선물로 거창한 휴가를 보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우리는 적어도 한 번은 모든 판단을 버리고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야 한다. 무의식의 표현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그대로, 도덕심이나 의협심, 근사한 겉모습을 모조리 떨쳐버리고, 우리의 충동과 욕구, 불안, 고통을 있는 그대로 봐라봐야 한다. 그런 원점 상태에서 비로소 우리는 다시 실제의 삶을 위해 가치관을 세우고, 긍정과 부정, 선과 악을 명확하게 구분하며, 규율과 금지사항을 정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예전엔 내 불안을 애써 피하려 했다. 지금은 아니다. 불안하다고 느끼면 그날 하루는 있는 힘껏 불안했다. 그러면 그다음 날엔 깊은 불안 속에 갇혀 있지 않을 수 있었다. 어제 충분히 불안했기에 더 이상 그 불안을 생각할 예시가 없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 자연스럽게 내 문제를 확인하고, 이 불안에서 나올 방법을 생각했다.


돈이 없어 포기했던 일이 있었다. 그건 몇 년이 지나도 후회될 때가 많다. 그때부터였을까. 부딪혀 보지 않고 지레 겁먹지 말자고 생각했던 게. "어떻게든 살아진다, 죽으란 법은 없다" 등 어른들의 말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그러니 가끔은 현실을 떠나 나를 위해 선택할 필요가 있다. 우린 선택하는 일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렇게 눈치보다 보면 작은 선택까지도 망설이게 될지 모른다. 연습이 필요하다.


<밤의 사색>은 어렵지만, 반복해서 읽으려 한다. 지금보다 더 나은 생각을 할 때쯤이면 내가 놓쳤던 부분을 다시 이해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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