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증명사진, 동물들을 위한 방주

내셔널지오그래픽 특별展

by 매실

동물 증명사진, 동물들을 위한 방주

내셔널지오그래픽 특별전


증명사진은 나를 증명하기 위한 사진이다. 사람에게만 있는 줄 알았던 증명사진은 동물에게도 있었다. 본인이라 말할 수 있고, 흔적을 남길 수 있는 증명사진.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동물이 사라지고 위기에 쳐해 있다. 그런 멸종위기 동물을 기록하고자 내셔널지오그래픽과 사진가 조엘 사토리는 동물의 증명사진을 찍는다.


전 지구적으로 이루어지는 생물 다양성 파괴를 조금이라도 늦추어 보고 싶었고,
가능하다면 아주 멈추고 싶었다.


욕심 때문에

멸종 동물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몇 동물이 있다. 고작 몇 종류뿐이다. 그 수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저 안타깝게 바라봤다. 사람들의 욕심 때문에 살 곳을 잃어버리고 생태계가 무너지면서 멸종에 처한 동물들이 많아졌다. 좀 더 편하게 살고자 길을 만들고, 나무를 베어버리고 동물의 뼈와 가죽을 빼앗는다. 기사를 보며 잠시 분노하지만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금세 잊어버렸다. 여전히 예쁜 물건이 보이면 사고 싶고, 그 욕심에 이기지 못해 쓸만한 물건을 버리고 새 제품을 구매했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걸까. 오늘 포토 아트를 통해 동물들의 눈을 보자 난 죄책감과 미안함에 한참을 그곳에 있었다.


포트 아크는 세계의 동물원과 시설에 살고 있는 양육 동물 1만 2,000여 종을 촬영해 기록으로 남긴다. 전시를 보면 주변 환경(서식지)이 아닌 동물만 보여주기 때문에 실제 크기를 알 수 없다. 우리 몸체만 할 거라 생각했던 동물도 검색해보면 우리 손바닥보다 작다. 이는 크기에 상관없이 모든 생명체가 중요하단 걸 보여준다. 오로지 동물만 보여서 일까. 동물의 눈이 제일 먼저 보였다. 마치 나를 보는 듯한 눈동자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함과 공포 그리고 간절함이 있었다. 조엘 사토리는 동물의 스트레스에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촬영 준비는 1시간 이내로 걸리지만 촬영은 5분 안에 끝났다고 한다. 동물들과 마주하는 순간 그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실제로 그는 동물 사진을 찍기 위해 가족과 있는 시간이 별로 없다고 한다. 필요하고 해야 할 일이라 생각했기에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고 말했다.



생태계뿐만 아니라 우리까지 위협


모든 생명체는 전체 생태계의 유지와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이 역할은 수천 년에서 수천만 년 동안 서로 ‘밀고 당기기’을 거듭하여 확립되어
온 것이다. 크든 작든, 희든 검든 누렇든, 날든 걷든 기든 헤엄치든,
동물들은 자신이 처해 있는 생태계 전체와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는다.


생태계가 동물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우리가 그들을 위협하면 결국 우리 자신을 위협하는 것과 같다. 고래는 바다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고래의 배설물에서 다른 생물에게 인, 질소, 철분 등 풍부한 영양분을 제공하고 숨진 후에도 유기물로 생물들에 영양분을 준다. 고래가 사라지면 많은 바다 생물도 위기를 맞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나라에서 잔인하게 고래를 사냥한다. 바다에 생명이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포획 번식 프로그램은 멸종 위기 동물들에게는 마지막 희망과도 같다.


캘리포니아 콘도르는 포획 번식 프로그램으로 개체수를 늘리는 데 성공했다. 이 성공은 다른 동물들에게도 적용할 수 있기에 좋은 소식이다. 하지만 시간과 비용, 공간적인 한계를 갖는다. 그렇기에 어떤 동물을 먼저 구해야 하는지가 문제다. 모든 생명은 동등하다.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생명은 없다. 하지만 귀엽게 생긴 동물은 후원을 많이 받고 그렇지 않은 동물은 순위에서 밀린다. 예쁘게 생기지 않았다는 이유로.



녹스빌 물고기 보존단 설립자 팻 레이크는 말했다. “우리 지구가 하나의 비행기라고 상상해보세요. 작은 이음쇠 한두 개가 빠져도 승객들은 이를 알아채지 못할 것입니다. 비행기 또한 대서양을 횡단하더라도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적지 않은 수의 이음쇠가 빠져나간다면 비행기는 곧 승객들과 함께 바다로 추락하고 말 것입니다. 우리가 구하려고 하는 ‘하찮은’ 작은 생명체들은 바로 이 이음쇠와 같습니다.”


마지막 생존자

어두웠던 공간과 다르게 하얀 커튼에 몇 명의 동물이 있다. 이 공간은 멸종했거나 곧 멸종할 해당 종의 마지막 생존자이다. 그들의 장례식장.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코뿔소도 3마리가 남았는데 얼마 전 한 마리마저 세상을 떠났다. 코뿔소는 뿔에 혈관이 몰려있다. 이 뿔에 좋은 성분이 있다고 알려져 비싼 값에 팔린다고 한다. 코 끝부분만 잘렸다면 살 수 있었겠지만 뿌리까지 뽑아버려서 많은 코뿔소가 죽었다. 현재 남은 코뿔소는 사냥당하지 못하게 코 끝부분만 잘라놓았다고 한다. 화나는 건 뿔의 성분을 분석해보니 사람 손톱과 같았다고 한다.


조류학자 존 오듀본에 따르면 나그네 비둘기는 그 개체수가 얼마나 많았는지 녀석들이 떼 지어 이동할 때는 햇빛이 가려져 어두컴컴했고 배설물이 녹지 않는 흰 눈처럼 쏟아져 내렸다고 한다. 하지만 끝날 것 같지 않던 녀석들의 날갯짓 소리도 총을 든 사냥꾼들의 무자비한 남획을 견딜 수는 없었다. 1870년대로 들어서면서 나그네 비둘기의 개체수는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했고 한번 줄어들기 시작한 개체수는 다시는 회복되지 않았다.


나그네 비둘기가 사라지기까지 한 세기도 지나지 않았다. 우리가 앞으로도 많이 소비하고 동물 가죽을 탐내며 그들의 터전을 빼앗는다면 우리가 살아갈 공간도 빼앗길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이다.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고 신제품 구입을 줄이고 지역의 야채와 과일을 먹거나 야자유, 마이크로비즈 성분을 포함한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과 같다. 이미 알고 있는데도 우리는 편리함에 익숙해져 불편한 것을 피한다. “오늘만, 나 한 명이면 괜찮아.”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단순하다고 생각했지만 어렵고 귀찮은 일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우린 그들을 보호하고 우리를 보호해야 한다. 이 사진은 동물들이 죽게 되면 증명사진으로 쓰이겠지만 우리의 욕심으로 사라진 생물임을 기억해야 한다.



월간심플 4월 '필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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