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기록의 결과, 윤미네 집 비비안 마이어

가족의 일상과 신비스러운 사진

by 매실

사진 기록의 결과, 윤미네 집 비비안 마이어

가족의 일상과 신비스러운 사진


우리 집엔 강아지가 있다. 나를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귀엽고, 졸린 것도 귀엽고, 베개에 얼굴이 눌려 못 생겨 보여도 마냥 귀엽다. 엄마한테 똘똘이 표정이 너무 귀엽다며 빨리 보라고 재촉한다. 엄마는 5년 동안 어떻게 이 말을 반복하냐며 웃으셨다. 귀를 쫑긋하는 순간도 예뻐서 그 모습을 기억하려 사진을 찍는다. 내 사진보다 똘똘이 사진이 더 많다. 나만 보기 아까워서 친구에게 보냈다. 친구의 반응은 가지각색이다. 귀엽다고 하거나 자신의 강아지를 보여주면서 대결을 요청하거나, 사진 좀 적당히 보내라 하거나. 내가 똘똘이를 사진으로 기록하는 것처럼 가족과 자신의 모든 순간을 기록한 두 사람이 있다.


[윤미네 집]

평범한 일상

볼수록 평범하다. 볼수록 매력 있다. 이는 우리네 일상과 다르지 않아서겠지. 자꾸 보게 된다. 설정 없이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면서 사진에서 대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윤미네 집을 보면서 알았다. 멋진 사진을 찍기 위해 각도의 중요성과 카메라의 여러 기술을 공부하는 것도 좋지만,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내 어릴 적 사진을 보니 일상보단 돌, 생일, 여행 등 특별한 날에 대한 기록이 더 많았다. 엄마에게 여쭤봤다. 왜 특별한 날에만 찍었는지. 엄마는 사진 찍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좋아서 사진을 꺼내 들고 준비하는 동안 나와 동생의 표정을 놓치기 싫었다고 했다.


“아이들이 자라던 그때에는 나의 공부방에 있다 보면 아이들의 깔깔대는 웃음소리가 온 집안에 가득했다. 사람 사는 집 같았다. 시간이 가고 날이 가는 줄도 모르게 세월이 흘러갔다. 사진 찍기를 무척이나 좋아하던 나는 아마추어로서의 서툰 솜씨와 사진이란 표현매체로서의 한계를 느끼면서도 그런대로 그들의 분위기라도 ‘기록’하여 훗날 한 권의 사진집을 만들어 ‘윤미네 집’의 작은 전기로 남기고 싶었다”

-윤미네 집 중에서


윤미네 집을 보면 가족의 생활이 점차 나아지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함께 성장하는 기분은 덤이다. “그만 좀 찍지”하는 표정과 “뭐 이런 걸 찍어”하는 표정까지 볼 수 있다. 그래서 웃음 나오고 아버지가 가족을 얼마나 많이 사랑하는지 알 수 있다. 마지막에 페이지에 있는 마이 와이프 편 보고 울컥했다. 윤미가 태어나고 결혼하면서 부모님 곁을 떠나기까지를 기록하면서 윤미뿐만 아니라 부모님 세월도 흘렀음을 보여준다. 마이 와이프 편에서는 그녀는 젊었고 점차 나이 들면서 어느새 돋보기를 끼며 손자와 함께 노는 모습이 있다. 세월의 흐름을 한 가족과 한 권의 책을 통해 보자니 신기하면서도 애틋하다.


"남편이 처음부터 어떤 목적을 가지고 아이들 사진을 찍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놓치고 싶지 않은 순간들을 기록하다 보니 쌓이게 되었고, 그래서 전시회도 하고 책도 만들게 되었다. 가족사진으로 첫 전시회를 하겠다고 했을 때 그 당혹감은 말할 수 없었다. 아무 때나 카메라를 들이댈 때도 저러다 말겠지 하고 근근이 참았는데 이제는 만천하에 공개하겠다고 하니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남편이 가고 없는 지금 무언가 그를 위해 하고자 하는 마음과 그리고 가장 직접적인 이유가 하나 더 있다. 2002년 남편은 발병한 것을 알자 내 사진부터 정리했다. 그 당시 건강상태로는 더운 여름에 에어컨도 없는 암실에서 몇 시간 서 있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았지만 말릴 수도 없었다. 그는 이미 황달이 시작되고 심신이 극도로 피로한 상태였으나 글까지 써서 가제 'MY Wife'를 마무리 지었다. 남편이 힘들게 만들어 놓은 것을 묻어 둘 수는 없다는 생각이 항상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던 차에, <윤미네 집>을 복간하게 되어 여기에 붙여 넣기로 한 것이다...."

-윤미네 집 중에서


[비비안 마이어]

우연히 발견한 신비스러운 사진

존 말루프는 자신이 쓸 역사책에 넣을 자료사진을 구하다 경매장에서 필름 수십만 장이 들어있는 상자를 발견했다. 필름 일부를 스캔해서 자신의 SNS에 업로드하자 네티즌 반응이 좋았다. 그때부터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을 볼 수 있었다. 알수록 신비스럽다. 비비안 마이어. 그녀는 보모로 아이들을 돌보면서 사진을 찍었고 현상하지 않은 채 필름을 쌓아두기만 했다. 사진을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다. 당시 서민이 갖기 힘든 롤라이 플렉스 중형 카메라를 가지고 다닌 걸 보면 사진에 대한 애착을 알 수 있다. 또한 사진 중에서 1/3이 비비안 마이어의 셀카다. 우리가 셀카를 얼굴 위주로 찍는 것과는 다르다. 거울, 쇼윈도 등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찍는다. 그래서 그녀가 지금 어디에 있고 어떤 환경에 있는지 그 주변 이야기까지 함께 볼 수 있다. 그녀는 어렸을 때 학대를 당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랬을까. 아이에게도 학대했다. 사진 찍는 일은 소홀하지 않았다. 길거리 노숙자를 찍고 우는 아이를 찍고 길거리의 일상을 담는다. 각도가 특이하다. 자연스러운 거리를 찍은 듯하다. 간혹 저 사람은 나를 왜 찍지? 하는 표정의 사람도 있다. 그래서 그 시대의 분위기와 비비안 마이어와 걷는 거리를 상상하게 된다.


비비안 마이어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알려지지 않길 바랐다. 여러 가명을 썼고 사람들마다 그녀를 다르게 기억했다. 그래서 더 신비로웠다.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을 보면 그녀의 무표정을 볼 수 있다. 감정을 절제하는 것일까. 자신의 모습의 그림자를 찍지만 그림자에 있는 사람의 모습, 구두, 창문 등에서 쓸쓸함이 보였다. 왜 여러 가명을 썼을까. 답은 그녀만 알겠지만 하나의 자아가 아닌 내 안의 여러 자아를 보이고자 함이 아니었을까. 그녀의 무표정이 어두운 면만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외로운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마음의 상처가 커서 사진을 찍는 순간만큼은 자신의 마음의 문을 여는 사람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비비안 마이어는 하나의 자화상으로 찍는 것에 관심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하나의 몸에 공존하는 여러 가지 모습들에 대한 우월한 시선 혹은 슬쩍 엿보는 시선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싶다."

- 책 중에서


가끔 난 다른 사람이 되는 상상을 한다. 소심한 내가 활발한 사람이 되거나, 하고 싶은 말을 참고 사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사람이 되는 상상. 현실에선 상상처럼 되지 않아서 마음의 문을 열지 않고, 나를 지키려 괜찮은 척하는 가면을 쓰고 있다. 더더욱 나를 숨기려 한다. 내가 나를 숨기면 나도 내가 헷갈린다. 나를 드러내는 게 어렵다. 그래서 말 대신 머리스타일을 바꾸거나 옷을 구매하거나 여행을 떠나는 걸로 나를 표현한다. 나도 나를 찍는다. 쇼윈도나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 어떻게 찍든 내 모습이 어색해 보여서 얼굴보다 전체 샷을 찍는 편이다. 덕분에 그때 내가 어떤 상황이었고, 어디서 사진 찍었는지 알 수 있다. 그래서 평소와 다른 날을 기록할 수 있다. 매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보는 똘똘이를 찍고 내 상황을 찍는다. 그렇게 찍은 사진들을 볼 때면 웃음 나오거나 그리울 때도 있다. 사진의 힘이 이렇다. 어떤 모습이든 어떤 형태든 기록한다면 시간이 지나도 그때를 추억할 수 있다.


월간심플 4월 '필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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