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OLL 00> 도서 리뷰
분명 월요일이었는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 벌써 일요일이에요. 시간은 정확하게 흐른다고 하는데, 이럴 때면 아닌 것 같기도 해요. 하늘에서 제 눈치를 보며 저한테만 불공평한 시간을 주는 건 아닌지 의심할 때도 많아요. 그저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구나 정도로 생각하기엔 아무것도 이룬 것 없이 나이만 들고 있는 것 같거든요. 그러다 저도 모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걸 느낄 때가 있어요. 철 없이 가볍게 생각했던 날과 다르게 조심스럽게 결심하고 의견을 말할 때면 말이죠.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저와 맞는 가치를 찾고 있어요.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면서. 이런 가치 발견은 책 읽으면서 많이 눈치채요. 저도 모르게 "맞아 맞아"라고 반응하거나 "이건 아닌데"라고 생각하면서요. 이번에도 제가 온몸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던 책 <STROLL00>을 소개하면서 느낀 생각을 공유하겠습니다.
저를 소개할 때 '평범하고 애매한 사람'이라는 수식어를 쓰곤 해요. 말 그대로 전 정말 평범한 사람이거든요. 별 탈 없이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친구 따라 대학교도 졸업했어요. 제가 대학생일 때 돈 없이 세계여행을 떠나거나 버스를 개조하여 국내여행을 하는 등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즐기는 사람이 많았어요. 그들을 보니 저는 평범한 사람처럼 보였죠. 공부하라고 해서 공부하는 그런 아이처럼. 어느 날 이런 평범이 싫어서 과한 목표를 세우며 과제하듯 살았어요. 며칠은 뿌듯했지만, 곧 피곤했어요.
이 이후부터 좋아하는 걸 하나라도 하면서 만족스러운 하루로 만들자고 다짐했죠. 하루는 책을 읽고, 다른 날은 산책을 하고, 친구를 만나면서 제가 생각하는 목표의 기준을 낮췄어요. 그러자 여유가 생겼어요. 휴식다운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목표에 얽매이지 않고, 제가 좋아하는 것들로 하루를 기분 좋게 마무리할 수 있었죠. 그전에는 제가 정한 목표를 채우지 못하면 스트레스받곤 했거든요. 이런 과정을 일기로 쓰곤 했는데 지난 시간을 읽어보니 스쳐 지나가는 하루에서 은근히 많은 걸 느끼고 있었더라고요.
"아무 말 없이 사람들이 뛰고 걷는 모습을 바라본다.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한다. 예전에는 지레짐작으로 희망이나 절망을 말했지만, 알지 못하는 것을 아는 척 으스대는 내 모습이 처량했기 때문에 이제는 아무 말 없이, 그저 가만히 초라한 지난날을 되돌아본다. 각자의 짐이 어느 날엔 날개로, 어느 날은 쇳덩이로 느껴지기도 한다. 짐에게도 마음이 있어서 짊어진 자의 심정을 느낀다면, 아무 말 없이 짐꾸러미에도 축복을 전하고 싶다. 처진 어깨와 굳은 표정에게. 시린 무릎과 뻐근한 손목에게. 뛰는 사람과 걷는 사람, 멈춰버린 사람에게."
생각해보면 매일 크고 작은 무언가를 느꼈던 것 같아요. 너무 자연스러운 일상이라 쉽게 눈치채지 못했지만. 평범함 속에 행복이 깃들어 있다는 걸 알아채기 전까지는 제 삶이 시시해 보였어요. 지금은 달라요. 일상의 영감을 얻고, 그날의 기분에 맞추며 살고 있어요. 스쳐가는 사람이 영감을 줄 때도 있으며 반복적인 하루 속에서 갑자기 뜬금없는 생각이 떠오를 때도 있고요. 여유가 있으니 생각에 틈이 생겼어요. 이런 시간이 제 가치관을 더 뚜렷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아요.
주로 20대에는 불안한 삶을 살았던 것 같아요.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는데 스스로를 불안하게 만들었죠. 그 속에 자꾸만 작아지는 제가 미웠다가 안쓰러웠다가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반복적으로 찾아왔어요. 30대가 되면서 제가 무얼 좋아하는지 조금씩 알게 되더라고요. 여전히 불안함은 쫓아다니지만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들진 않아요. 생각해보면 불안했던 제가 있기 때문에 여유로운 저도 있는 것 같아요. 또한 지난날이 있었기에 저뿐만 아니라 저와 같은 사람도 이해하게 되고요.
안절부절못했던 과거와 달리 여유롭게 행동하는 지금을 비교하면 좀 더 나은 사람이 된 것 같아요. 시간만 빠르게 흘러갔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저를 볼 때마다 잘 컸다며 스스로 뿌듯함을 느끼곤 해요. 쑥스럽지만요. 여전히 사람 관계는 어렵고 미래가 불확실하지만, 지금처럼 나아갈 방법을 그때마다 찾지 않을까 싶어요. 다들 그랬으면 좋겠네요. 저마다 다른 삶을 살고,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죠. 경험하지 않아서 상대를 이해하기 어려울 때도 있어요. 반면 어떤 마음인지 알기 때문에 더 공감될 때도 많죠. 이 책을 읽다 보면 지난 시간들이 문득문득 떠올라요. “맞아 나도 이런 기분 아는데” 하면서요. 적지 않으면 그날의 기분을 잊어버릴 때가 많아요. STROLL 00 책을 읽고 지난 시간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길 추천해요. 모르고 있었는데 어느새 성장한 자신을 되돌아볼지도 몰라요.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문구, 이미지 출처 : <STROLL 00>
<솔밤레터> 중에서
문화예술을 리뷰하고, 그때 떠오른 생각과 당신의 안부를 묻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