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 속으로> 도서 리뷰
경찰관 속으로
- 언니에게 부치는 편지, 원도 지음
줄거리
산다는 것과 죽는다는 것은 무엇인지, 옳고 그름은 또 무엇인지, 범죄란 진정 무얼 뜻하는 말인지. 그리고 돈으로 굴러가는 세상에선 전혀 주목받지 못하는 어느 사람의 일생, 이 모든 것의 한가운데 서 있을 수밖에 없는 경찰관의 일기. (경찰관 속에서 intro 중에서_)
짧은 소감
미디어 영향 때문인지 경찰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 '당연히 시민을 위해 일해야지'라고. 그래서 <경찰관 속으로>에서 경찰관도 직장인이라는 문구를 보고 뭔가 쿵했다. 물론 직업에 대한 사명감은 있어야겠지만 회사와 마찬가지로 절차에 대한 문제도 있을 테고 경찰이라서 더 조심해야 하는 부분도 있을 텐데 너무 일부분만 보고 편견을 가진 것 같았다. <경찰관 속으로>는 제목처럼 경찰관 속으로 들어가 경찰이 겪을 만한 여러 에피소드를 읽어볼 수 있다. 경찰도 사람이라는 걸 새삼 깨닫는다. 당연한 사실을 말이다. 표지는 시민 속에 있는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그려 넣었다. 다 읽고 나면 표시부터 천천히 살펴보게 되는 책이다.
예전에 지나가는 택시를 향해 누군가 이런 마을 하는 걸 들은 적이 있어. "천 원짜리 인생." 무심코 흘려들었던, 언제 들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도 않던 말이 왜 지금 생각나서 가슴에 사무치는 걸까. 4,000원짜리 자장면을 배달한다고 배달원이 4,000원짜리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며, 천 원짜리를 다룬다고 해서 그 사람의 삶 전체가 천 원짜리 삶이 되는 것이 아닐 텐데
- <경찰관 속으로> p64
주말 어느 날 아침, 집에 있는데 아파트 방송이 나왔어요. 특이사항과 입은 옷을 설명하면서 가족을 찾는 방송이었죠. 내용을 들어보면 어린아이가 아닌 어르신 같았어요. 그때 복도에서 웅성거리는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고 저희 가족은 호기심에 밖으로 나갔어요. 다들 복도에서 1층을 내려다보고 있었어요. 저도 그들을 따라 1층을 내려다봤는데, 한 사람이 바닥에 엎드려있었죠. 너무 놀란 나머지 바로 눈을 가렸고 집으로 들어왔어요. 그래서 그 당시의 상황을 완벽하게 기억하지 못하지만, 동생 말로는 16층에서 떨어졌고, 얼굴이 뭉개지면서 표정이 없었다고 했어요. 우린 그 할아버지가 왜 때문에 그런 선택을 하셨는지 모른 채 "어떡해, 어떡해"만 반복했어요.
죽음을 가까이에서 지켜봐서 일까요. 죽음이란 허탈하고 씁쓸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보통 본인의 죽음은 평온할 거라 생각하지 않나요? 할머니 할아버지가 될 때까지 시간의 흐름을 다 경험하고 아프지 않게 편하게 눈 감는 그런 상상 말이에요. 하지만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게 사람이잖아요. 현재를 견딜 자신이 없어 마음의 무게를 덜어내기 위한 선택, 상대에 의한 죽임, 할 수 있는 거라곤 죽음을 지켜보는 것 밖에 없는 남아 있는 사람들, 억울함을 풀어내기 위해 발로 뛰면서 다치고, 근무 환경과 안전이 보장되는 않는 상황에서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가 쌓이는 경찰까지. 죽음의 경계에서 늘 다양한 사람이 있어요.
<경찰관 속으로> 하나하나 담담하게 풀어낸 사연들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숙연해졌어요. 주로 영화와 드라마에서 캐릭터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다음 장면을 이해하기 바빴으니까요. 그래서 이렇게 한 장 한 장을 넘기기 힘든 책은 처음이었어요. 언제나 죽음은 무거운 주제인 것 같아요. 내가 선택한 죽음, 선택하지 않은 죽음 둘 다 말이죠.
한 사람 속에도 수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세상은 그 이야기에 도무지 관심이 없더라. 어제 사람이 죽어서 인구가 한 명 줄어버린 관내를 오늘 아무렇지 않게 순찰해야 하는 직업, 바삐 돌아가는 세상에서 자기 자리를 잡지 못하고 떨어져 나온 탓에 그 누구도 관심 가져주지 않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직업, 그게 경찰관이더라. 다른 게 아니더라고.
우리도 모르게 스치는 삶이 많아요. 상대의 입장이 될 수 없으니 함부로 판단하지 못하는 여러 삶을요. 책과 영화, 뉴스를 통해 상상하기 힘든 여러 이야기를 접하곤 해요.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의아해하고, 너무 기괴해서 말문이 막히는 상황까지 수많은 이야기가 존재하죠. 보통의 사람의 경우 이런 사연을 들을 때면 함께 공감하며 마음 아파해요. 잠시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여 같이 화를 내주기도 하고, 슬퍼하기도 하면서요. 스치듯 지나칠 뻔한 이야기를 놓치지 않으려 해요.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지나가는 사람을 상상하기 시작했어요. 신호등 건너편에 휠체어 타고 있는 엄마와 그 휠체어를 밀고 있는 딸을 보면 어떤 이야기를 지닐지 말이죠. 그렇게 스칠 뻔한 이야기가 가끔 제 안으로 스며들어 기쁨, 우울 등을 전해주기도 해요.
매일 사람이 죽어가요. 편하게 눈을 감을 수도 있고, 아픔을 못 이길 수 있고, 누군가에게 의도적으로 혹은 의도하지 않은 죽음을 당할 수도 있고요. <경찰관 속으로>을 읽다 보면 외면했던 혹은 자세히 알 수 없었던 뒷 이야기를 듣고, 그 죽음을 감싸고 있는 또 다른 이야기에 집중하게 돼요. 뉴스에 한 줄 정도 보도되거나 혹은 언급 조차 되지 않는 죽음이 얼마나 많을지 생각하게 됐어요.
하나의 경험이 트라우마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사람과의 관계에서 말이죠. 범인을 찾으면서 다치거나, 싸늘하게 식어있는 사람을 보면서 정신적인 상처를 받거나. 어느 정도 근무환경이 보장되어 본인의 안전을 최우선하는 상태에서 다른 사람의 안전을 지켜주었으면 해요. 안전이 제공되지 않는 상황에서, 자신을 지킬 수 있을까요? 본인보다 상대를 먼저 생각할 수 있을까요? 이런 경우는 정말 어려운 일이잖아요.
<경찰관 속으로>를 읽었을 때 사명감으로 시작했다가 결국 어쩔 수 없는 현실에 부딪히면서 그저 무사히 지나가는 하루를 바라는 경찰관들이 보였어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시선으로 읽었어요. 하지만 마냥 경찰을 탓할 순 없었어요. 정말 현실은 생각보다 열악해 보였거든요. 칼을 들고 있는 사람 앞에서도 총이나 무기를 꺼낼 수 없고 국민의 세금으로 먹고 산다는 못된 말에도 큰소리도 내지 못하고 법이 약해 답답한 마음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는 현실 말이에요. 경찰관이 사명감을 잃어갈수록 무서워요. 이 사람들마저 사명감을 잃어가면 우린 정말 안전하게 살 수 없을 것만 같거든요.
<경찰관 속으로>의 에피소드들이 하나하나 생각나면서 화가 나고 마음 아픈 사연도 많아요. 그중 '그럼에도 불구하고' 챕터가 제일 기억에 남았어요. 30년 간 맞고 살다가 겨우 신고를 했고 폭력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란 희망을 갖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조금 밝은 얼굴로 '감사합니다'를 말하며 뒤돌아가는 그 사람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어요. 크게 바뀌지 않을 거라는 걸 작가도 알고 있었고 어쩌면 우리도 알고 있었는지도 몰라요. 순간 그분에게 작은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지 않을까 걱정됐어요. 절실함이 외면당할까 무서웠고요. <경찰관 속으로>에 나온 에피소드들이 다 오버랩되면서 마음이 제일 아팠어요. 사람이 희망을 희망대로 받아들이려면 우리가 보는 경찰의 시선과 경찰의 처우와 현실도 많이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이 문제는 어떤 식으로 풀어나가야 할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조차도 시작되지 않은 것이 현실이야. 개인이 감당해야 할 몫으로 미뤄진 사회의 어둠은 생각보다 짙어서 앞이 잘 보이지 않아
- <경찰관 속으로> p120
책을 덮는 순간, 평범해서 싫었던 내 삶과 내가 이렇게 살아있음이 감사했어요. 너무 익숙해서 중요함을 잊고 살 때가 많아요. 이 감사함을 감사함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눈에 보이는 노력과 보이지 않는 노력이 필요한 듯해요. 현직 경찰관이 쓴 <경찰관 속으로>는 편지 형식으로 쓰여있어 쉽게 읽혔지만, 쉽게 지나쳐서는 안 되는 내용이에요. 잔잔하지만 힘 있는 책. 모르는 죽음 앞에서 숙연해지는 책. 오랜 시간 동안 여운이 남는 책을 찾으신다면 <경찰관속에서>을 추천합니다.
경찰관이 해결해 줄 수 없는 문제가 대부분이었고 국가의 도움을 받지 못한 사람들의 절규가 지천에 널브러졌다. 나는 내가 본 현실을 과장하지도 그렇다고 행복으로 포장하고 싶지도 않았다. 너무 우울하게 느껴진다고, 그 때문에 불편하게 느껴진다고 해서 시선을 거두어서는 안 된다. 모든 현장에 놓인 피해자와 가해자, 그리고 경찰관까지, 타인의 시선이 닿지 않는 순간 끝나기 때문에. 어떻게든 목소리는 이어져야 하고 연대는 계속되어야 한다. 그것이 나로 하여금 끝까지 펜을 놓지 않게 만들었다.
- <경찰관 속으로> p196
당신의 기억 속 경찰은 어떤 사람인가요?
<솔밤레터> 중에서
문화예술을 리뷰하고, 그때 떠오른 생각과 당신의 안부를 묻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