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를 가도 겉도는 우리 이야기

[영화]백만엔걸 스즈코

by 매실

어디를 가도 겉도는 우리 이야기

[영화]백만엔걸 스즈코

\ 스즈코


아침이 되면 1분 단위로 알람이 울린다. 알람을 끄고 다시 설정하다 보니 어느새 30분이 지났다. 빠르게 준비하고 지옥철에 올라탔다. 여기저기 치이면서 나의 아침은 시작된다. 어느새 서서 자는 법을 알게 되고 그 쪽잠은 남은 하루를 좌우한다. 그 일을 그만두고 나서 우리 강아지에게서 기지개 켜는 법을 배웠다. 항상 움츠려 있는 내 몸을 쭉 피며 스트레칭을 하는 게 이렇게 시원한 일인지 몰랐다.


방황하는 그녀

스즈코는 대학 졸업하고 직장을 구하기보다 아르바이트 하면서 부모님 눈치를 본다. 결국 친구와 독립하지만 룸메이트 타케시와 다툼 끝에 스즈코는 전과자가 된다. 왠지 하는 일마다 잘 풀리지 않는 듯한 기분. 동네는 온통 그녀가 전과자란 말만 떠돌아 결국 스즈코는 집을 떠난다. 백만 엔을 들고. 이사를 하더라도 백만 엔이 모이면 다시 다른 곳으로 이사한다. 그녀는 말했다. 오래 그곳에 머물면 자신을 알게 되고 그렇게 되면 귀찮은 일에 휘말리게 된다고. 그런 그녀의 모습에서 어느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우리 모습과 닮아있다.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걱정들 사이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어디를 가도 겉돌기만 해서
차라리 아무도 나를 아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한 적 없어요?


벗어난 것에 대한 홀가분함

스즈코는 바다 근처에서 일을 시작했다. 그곳에서 기지개를 켠다. 자신을 줄곧 따라와 괴롭혔던 일들에서 벗어났다는 듯이. 낯선 곳은 두려움이 되지만 그 두려움보다 벗어났다는 것에 대한 홀가분함. 기지개는 찌뿌둥한 몸을 펴주기도 하지만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 스트레칭이기도 하다. 이사 온 곳에서 그녀의 일상은 다시 시작되고 관계를 맺으면서 또다시 그녀를 괴롭히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렇게 삶은 계속된다. 다만 그 순간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자신에게 달려있다. 어제와 다르지 않은 오늘을 보면 답답할 때가 있다.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매 순간 벗어날 순 없다. 다만 나를 짓누르는 것을 풀어주면서 그 순간을 받아들일 뿐.


오히려 자신을 찾고 싶지 않아요. 아무리 해도
내가 한 행동에 따라 살 수밖에 없으니까.
찾지 않아도 아무리 싫어도 여기 있으니까.
도망치는 거예요.


도망치지 않고

스즈코와 동생은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일상을 전하고 서로를 격려한다. 동생은 친구들에게 괴롭힘 당하고 있었다고 스즈코에게 말한다. 자신을 놀리는 친구들 사이에서 떳떳한 누나를 보기 전까지 도망치려 했었다고. 그 말에 답변 준 스즈코의 편지 속 말들이 우리가 마음 속에 담아두었던 말이 아닌가 싶다. 자신이 늘 강하다고 생각했지만 살 곳을 옮겨가면서 자신이 약한 사람이었다는 알아버린 것처럼. 가족과 연인과 오래 함께하기 위해 말하지 않은 것이 관계를 지키는 일이라 생각했지만, 어느새 아무 말도 못 하는 일이 불행한 일이었다는 걸 알아버린 것처럼. 스즈코는 이사온 집마다 커튼을 옮겨달았다. 커튼은 밖와 안을 막는 역할을 한다. 매번 자신을 알게된 사람들에게 피해다녔지만 동생과 편지를 주고 받은 뒤 커튼을 활짝 연다. 아마 이제는 도망치지 않고 다가오는 모든 일에 맞설 준비가 되었다는 뜻이 아닐까?


강한 줄만 알았던 스스로가 작아보일 때가 있다. 어떤 일을 해도 의욕 없고 점점 자신감만 잃어가며 늘 불안한 채로 여전히 나를 모른 채로 겉돌았던 때가 있었다. 사람에게 상처 받으면 사람을 멀리했고, 상처 받을 것을 짐작하고 다가가길 겁내 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닌데" 오해 풀 힘이 없다. 하지만 사람에게 상처 받아도 사람에게 치유받는다. 사실 내 옆엔 내 상처를 보듬어주고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늘 있었다. 내가 받을 상처가 두려워 주변을 보지 못했고, 정면을 보지 못했을 뿐. 나도 이제 기지개 켤 때가 왔다. 움츠리지 않도록. 내가 어떤 사람이라고 정의 내리기 어렵다. 사람은 하나의 자아로 설명하기 어려운 사람이니까. 오히려 정의 내리면 그렇게만 살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앞으로도 겉돌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상처 받고 치유받으며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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