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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혜 Feb 12. 2021

낭비 하면서도 풍요로울 수 있는 이상한 시대

자본주의의 규칙과 지구의 규칙은 다르다. 자본주의는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낼 수 있다. 하지만 지구에서는 불가능하다. 돈은 찍어내는 대로 무한히 증식할 수 있지만, 자원은 원한다고 원하는만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낭비 하면서도 풍요로울 수 있는 이상한 시대다. 불가능을 가능케 한 마법 같다. 당연히 마법이 아니다. 우린 지구인이니까. 지구에 발 디디고 살아가는 이상 지구의 규칙 속에서, 자본주의 규칙을 실현 중이다. 그러니까 당연히 누군가가 누렸다면, 어딘가는 분명 공백이 생긴다.


첫번째 공백은 누군가의 가난이고, 두번째 공백은 기후 위기와 쓰레기 재난이다.


진짜 눈에 띄지 않는 쓰레기들은 쓰레기통이나 배수로에 있지 않다. 다이소에 쌓인 무수한 저가 상품과 백화점 진열장에서 번쩍거리는 샤넬 백도 우리의 과잉 소비를 부추기는 쓰레기일 수 있다.

- <시사IN 669호> 중, 61쪽, 장정일(소설가) 칼럼

하지만 자본주의를 미워하기만 할 수도 없다. 그러면? 굶어죽기 딱 십상이다. 미워할 대상은 '돈'이 아니다. 내 욕망이다. 번 돈으로 과잉 소비해서, 더 편하고, 더 쾌적하게 살고 싶어 하는 내 욕망이다.


(* 번 돈 보다 많이 써서 가정경제를 파괴하는건 '과소비'. 벌이와 상관 없이 모자 쓰고 모자 사고 있다면 '과잉 소비'. 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낭비(파괴)를 통한 풍요말고, 지속가능하게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나는 절약과 저축이라 생각한다. 절약은 지구의 규칙이고, 저축은 자본주의의 규칙이다. 저축은 잉여를 축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많은 돈을 가진다고 해서, 더 많이 돈을 쓰고 싶지 않다. 돈은 돈 대로 축적하여 안전망을 구축하고, 검소한 생활은 자산과 상관 없이 꾸준히 이어간다면 어떨까?


(단, 이 때의 '저축'이란 은행에 돈을 넣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주식에 넣어둘 수도, 부동산에 묻어둘 수도 있죠. 부자되서 돈 많은 상태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돈으로 과잉 소비 하는게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물건을, 본디 훔친 것이 아니더라도, 필요 없이 소유한다면 그것을 훔친 물건으로 보아야 한다.

- <간디의 편지> 중, 마하트마 간디 지음

먼 훗날 더 풍요롭고, 더 쾌적하기 위해, 지금 검소하게 사는, 그런 절약 말고. 조금 불편해도, 내 삶이 실패한 것이 아님을 자신있게 알고 있는, 그런 단순한 삶을 바란다. 그러고도 남은 잉여 자본은 100세 시대를 위한 생명 수당 셈 친다.


낭비하면서도 풍요로울 수 있는 이상한 시대에서, '낭비'는 빼고 '풍요'만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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