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인 나는 수 십 만 원 짜리 핸드폰으로 논다. 아이들은 콩알 몇 개로 흥에 겨워 집으로 안 들어 가려 한다. 빈 요거트 병에 옮겼다가, 흔들었다가, 흙에 묻었다가, 둥글게 원 모양으로 놓았다가, 나뭇잎으로 감싸 보쌈도 만든다.
핸드폰을 살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인가, 아니면 콩알 몇 개로도 신날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인가. 구매력을 갖출 것인가, 구매력에 무관할 것인가. 돈이 많아야만 행복을 느낄 것인가, 돈과 상관 없이 삶을 즐길 것인가.
알고보면 둘 중 하나를 고르는 문제가 아니다. 원인과 결과다. 콩알과 흙장난으로도 내 인생이 살만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수 십, 수 백 만 원 짜리 핸드폰을 살 수 있는 사람이 된다. 신용카드로 사는 거 말고, 진짜 자기 자본으로.
경제적으로 넉넉한 사람이 검소한 이유는, 검소하기 때문에 넉넉하다.
그러면 왜 돈을 모으는걸까. 고작 콩알 몇 개로 놀아도 된다면 인생이 재미가 있긴 한걸까. 나는 돈을 복잡한 장비나 시설이 필요한 유희에 쓰고 싶지 않다. 따뜻한 밥을 먹고, 깨끗한 옷을 입고, 아이들을 기르고, 아늑한 집에 살기 위해 소비하고 싶다. 내가 사랑하는 가치와 소비하는 물건의 거리는 딱 이 정도가 적당하다.
인생의 재미는 콩알 몇 개에, 돈은 사랑하는 가치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