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당(作黨)의 탄생

by 최다혜

1주일에 한 번 씩, 4주를 만나려던 절약모임이었다. 헤어지기 아쉬워 12주에 100만원 모으기 저축모임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12주가 끝날무렵, 한 두 명씩 운을 뗐다.


"모임, 이대로 끝낼 순 없지 않아요?"


그래서 절약을 사랑하던 11명은 글을 쓴다.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순서였다. 돈을 덜 쓰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지향하는건, 사치로운 생활이 아니라 가치로운 생활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옷이나 화장품으로 꾸밈새를 갖춰 박수받는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돈은 적게 쓰고 행복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결국 절약모임 1,2,3기 멤버와 은혜 언니가 다시 뭉쳤다. 소비보다 생산을 지향하는 글쓰는 무리, 이른바 작당(作黨)이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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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교환되지 않는 주부의 삶을 살다보면, 때론 제가 아무 것도 아닌 사람처럼 느껴졌다. Nobody. 아이를 키우고 살림을 꾸리다보니 하루하루는 휘발되버린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 시간만큼, 과거의 저는 스스로도, 타인에게도 잊혀져 버렸다. 흔적이 없으니, 유의미하지만 단조로운 일보다, 무의미하더라도 자극적인 나날을 보냈다. 쇼핑하기, 게임하기, 맛집 순례처럼 말이다.


하지만 되돌아보면 우리는 과거의 어느 시간을 열심히 살아냈다. 딸아이의 어린이집 일일교사를 자청할만큼 헌신적인 엄마로서, 내가 먹을 밥은 내가 지어먹을 줄 아는 자립적인 사람으로서, 예쁜 자연 풍경을 놓치지 않는 예술가이자, 책을 좋아하는 애서가로서 말이다. 기록되지 않으면 Nobody로 남을뻔했으나,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점점 Somebody가 되어 갔다.


작당은 기록하지 않으면 안타까운줄도 모르고 사라지는 자신의 감정, 역할, 도전, 그리고 성장을 글로 남기는게 목적이다. 나의 일상이 타인에게 공유되는 컨텐츠가 될 수 있도록 계기를 마련하는 거다.


그래서 무엇이든 쓴다. 책이든, 절약이든, 걷기든. 특별하지 않아보이지만, 메세지를 담아 읽을만한 콘텐츠로 재탄생시킨다. 각자의 2019년을 기록하는 작업이자, 글을 쓰면서 삶의 중심을 잡아나가는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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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인생>의 저자, 린다 그랜튼의 말처럼, 우리의 글쓰기는 Recreation(여가)를 Re-creation(재창조)으로 활용하는 일이다. 또한 시간 낭비 서비스라 조롱 받던 SNS를 진정한 사회적 연결망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로서 활용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 계발을 통해 퇴직 후에도 한 달 200만원을 벌 수 있는 콘텐츠 생산자로서의 길을 처음 디디는데 의의가 있다.


돈 한 푼 들지 않지만, 10년 뒤에 시급 5만원짜리 취미생활이었음을 깨닫는 날이 올까. 꼭 많은 수입을 약속하지 않더라도, 글쓰기가 가져다주는 '순정한 나를 다듬는 시간', '삶의 중심을 잡아주는 시간'이 되기도 할 것이다. 글쓰기는 절약처럼 손해 없는 유희다.


일주일에 한 번, 2시간씩 모였다. 장장 5개월짜리 모임이었다. 우리는 2019년에 쓴 글 중 베스트 에피소드를 모아 책 한 권으로 탄생시키는 중이다. 2020년 2월 자가 출판을 목표로 한다. 서식에 맞춰 쓰는 글을 인쇄하여, 책 모양으로 잡아가며 배시시 웃는 그녀들의 모습은 너무나 아름답다. 열정이 넘친다.


작고 아름다운 우리 동네에서 능동적 창작을 함께 한다. 시작이 있어야 작은 선물이라도 있을거란 마음으로 '책 한 권 내보기'란 무모한 도전을 한다. 혹시 책 한 권 못내면? 뭐 어떤가. 안 되도 그만이란 마음으로 했다. 적어도 시작해 봤기에, 글쓰기란 창조적, 생산적 취미를 들이게 됐는데 말이다.


작당(作黨) 멤버 11명. 그리고 글쓰고, 읽는 모두를 응원한다.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좋은 일은 일단 질러보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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