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식비 15000원 밥상에 공들이는 이유, 글쓰기

by 최다혜

밥상을 다 차리면, 큰 아이가 부엌 조명을 꺼준다. 애들 앞에선 찬 물도 못 마신다더니! 엄마가 밥상 사진을 찍을 때,


"음식 사진은 자연광이야. 무조건 자연광이지! 얘들아, 엄마 밥 사진 좀 찍을게."


하고 비장하게 전등 스위치를 내리는걸 너무 많이 본 탓이다. 5살 아이가 엄마 따라 부엌 조명을 끄고 자연광을 대령해줄때마다 느낀다. 이젠 나도 밥상 사진 찍는게 집밥의 마무리라는걸.


나는 집밥 사진 찍기를 좋아한다. 아니, 정확하게는 블로그에 집밥에 대해 쓰는걸 좋아한다. 블로그에 글을 쓸 글감으로서 일등 공신이 바로 '밥상 차림'이라 사진을 찍는다.


글감으로서 집밥 사진을 찍다보니, 비빔면에 양파채도 올려보고, 고추도 얇게 썰어 뿌린다. 락앤락에 담아 먹던 열무김치도 사진 찍는 날에는 괜히 예쁜 유리그릇에 담는다. 밥을 뜨다가 주걱에 남은 밥풀을 밥그릇 가장자리에 쓰윽 긁어버리는 버릇도, 사진 찍는 날엔 잘 참는다. 자연광 사진을 찍으려고 부엌 조명을 끄는 노력도 가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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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主)는 집밥이고, 객(客)은 블로그다. 하루 식비 15000원으로 살면서, 검소한 삶을 지향하는 절약 노력가의 밥상을 쓰는게 목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블로그를 위해 집밥에 더 공들이는 걸 보면, 이건 주객이 바뀌었다. 기특한 주객 전도다. 블로그에 더 잘 쓰고 싶은 욕심이 나서, 15000원 밥상을 허투루 차리고 싶지 않다. 영양도 균형있게, 그리고 메인 반찬도 하나씩 차리면서 집밥도 발전하기 시작했다.


사는(生) 대로 쓰기(作)도 하지만, 쓰는 대로 살려고 애쓰기 시작했다. 내 삶이 감당하지 못하는 글쓰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


가족 나들이를 갈 때, 도시락을 싸고 보온병에 시원한 물을 챙겨나가기 때문에 '도시락과 물'에 대해 글을 쓰기도 한다. 사는 대로 글 쓴 경우다.


반대의 경우도 생기기 시작했다. 도시락과 물에 대해 글을 쓴 덕에 때로는 외식 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결국 도시락과 물을 챙긴다. 하다못해 식빵과 쨈이라도 손수 챙겨간다.


블로그, 그리고 SNS. 시간 낭비 서비스라고 폄훼당하기 일쑤지만, 뭐든 그 가치는 활용하는 사람의 몫이다. 나에게 블로그는 시간 낭비 서비스가 아니다. '쓰는 대로 살 수 있도록' 돕는 촉진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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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시장인 북평 오일장이 열릴 때면, 탄소 배출물을 줄이고 레져도 즐기기 위해, 자동차 대신 자전거와 킥보드를 타고 간다. 그리고 비닐과 플라스틱 포장을 줄이기 위해, 집에 있는 비닐과 밀폐용기, 에코백을 챙겨가 담아온다. 이 때, 시장 할머니들께서 '아이고, 야물다.(야무지다)'며 칭찬해주시면, 뿌듯함에 하늘로 날아갈 것만 같다.


블로그 글쓰기. 욕심, 이기심, 불편함을 참지 못 하는 못된 마음에 간신히 섞여 있는 선한 가치들을 끄집어 낼 수 있는 통로다. 글을 쓰다보면, 내가 가진 마음 중 그나마 쓸만하고 깨끗한 것들을 툭툭 털어 쓰게 된다.


완벽하지 않지만, 내 삶을 가능한 순정하게 다듬는 친구.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살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친구. 수도권과 멀찍이 떨어져 강원도, 심지어 태백산맥까지 한 번 더 넘어야 나오는 동해에 사는 내가 'Social Network' 할 수 있게 해주는 'Social Network Service(SNS)'.


블로그 글쓰기, 매일 아침 틈만 되면 생각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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