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 하나, 반점 하나 허투루 쓰지 않겠다

by 최다혜

직장에 출근하지 않고, 집안일을 돌보는 어려움 중 하나. 바로 시간관리다. 핸드폰을 수시로 보거나, 집안일도 느릿느릿 늘어지게 한다. 여유로운 일상? 아니다. 그저 무기력하다. 매 주 기사 한 편 송고하기로 했는데 또 2주가 흘렀다. 바빴던 건 아니다. 아까운 시간을 흘려보냈다.


이럴 땐 장소의 힘을 빌리고 싶기도 하다. 출근하듯 카페에 가서 글을 쓰고 싶다. 하루 2시간을 오롯이 글에만 집중하겠다는 다짐으로 말이다. 그러나 의지 부족으로 돈을 쓰자니, 신념에 맞지 않다. 필요한건 집중력인데, 왜 커피를 마시려드는건지.


가장 원하는 방법은 있다. 아침에 후다닥 집안일을 해놓고, 더 이상 해야 할 일 없는 상태에서 글쓰기에 몰두하기다. 그런데 집안일을 하기 싫어 밍기적대다보면, 금세 아이들 하원 시간이다. 게으른 내가 싫고, 오늘 하루도 제대로 된 글 한 편 못 썼다는 생각에 짜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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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며 한량으로 살려고 휴직했다. 그런데 휴직하고 나니 한량에 대한 정의가 달라졌다. 아무것도 안하는게 진정 한량이다. 그러나 할 일 없는 한량은 불행하다. 더디 성장하는 자신이 몹시 싫지만, 적극적으로 더욱 뭣도 하기 싫은 그런 게으름뱅이 한량. 예쁘지 않다.


육아할 때는 시간을 귀하게 대접했다. 한 줌의 시간 속에서 미친 듯이 글을 썼다. 내 시간에 목 말랐고, 글로 해갈했다. 글쓰기야말로 육아에 지친 나를 위한 구원이었고, 글쓰기야말로 평생 나를 지탱해줄 유일한 방법이건만 뒤늦게 알게된거라 여겼다.


그런데 매일 글을 써야 한다는 강박. 매주 기사 한 편을 송고해야 한다는 압박. 기계적으로 글을 봅아내는게 영 불쾌하다. 신성한 나의 글쓰기가 'To do list'에 들어가버렸다. 글쓰기를 무례하게 대접하는 기분이 든다.


내 삶은 반듯하지 않아도, 글 쓸 때의 나만큼은 내가 생각하는 가장 바른 나였기에, 글을 안 쓸 수는 없다. 혼자 쓰던 일기보다 공적 글쓰기로 나를 더 곧게 세우고, 검열할 수 있는 훌륭한 장치다.


글을 써야한다. 그러나 억지로 쓰진 않을 것이다. 진심을 담은 글이어야, 나 같은 아마추어의 글은 침몰하지 않을테니까. 가라앉지 않기 위해 솔직하게 써내려가야 한다. 기계적으로 글쓰는 것 같은 찝찝한 기분으로 자판을 두드려도, 결국 글에 몰입하게 된다. 다시 나를 정돈한다. 단어, 어미, 반점, 따옴표 하나하나 허투루 쓰지 않으려는 마음으로 그렇게 글을 써내려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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