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체육관 10분, 쏘서 15분, 점퍼루 10분, 롤러코스터 5분, 그리고 핑크퐁 유튜브 이어보기는 무려 30분! 온갖 장난감을 구비할수록, 어렸던 아이는 혼자 길게 놀 수 있었다. 아기체육관에 싫증을 내면, 쏘서를 태우고, 그 다음 타자는 롤러코스터나 아기 과자였다. 장난감과 간식, 동영상으로 돌려막기(?)하며 틈틈이 집안일 하고, 짬 내어 커피도 마셨다.
나가서 놀면 좋겠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예전처럼 마당이 없고, 현관을 열어봤자 보이는건 엘레베이터다. 엘레베이터를 타고 한참 내려가야 놀이터가 있고, 그마저도 자동차가 신경쓰여 마음 편히 놀 수 없다.
더구나 대가족 시대는 막을 내렸기에, 남편이 출근하면 나와 아이 둘 뿐이었다. 친정 엄마가 많이 도와주셨음에도, 여전히 어설픈 첫 육아는 벅찼다. 고단함을 장난감과 동영상으로 달랬다.
장난감과 동영상은 충분히 육아를 수월하게 해주는 '꿀템'이었다. 아이는 혼자놀기에 점점 익숙해져 갔다. "엄마, 놀아요. 아빠, 놀아요."라는 말에, 우리 부부는 '나도 좀 쉬자'며 건성으로 놀아줬다. 일하느라 지치고, 아이를 보느라 힘들었다. 저녁 시간 최선을 다해 아이로부터 등을 돌렸다.
미니멀라이프를 하면서 아이 장난감을 많이 덜어냈다. 그렇다고 빈 자리를 다시 채우지도 않았다. 순전히 불필요하다고 여기는걸 남 주거나 버렸을 뿐이다.
장난감을 버리지 않았다면, 혼자 장난감을 갖고 놀던 큰 딸은 여전히 혼자 놀았을 것이다. 엄마가 불러도 대답 없고, 어른이나 또래와 깔깔대며 구르는 즐거움을 외면했을 것이다. 일종의 장난감 중독에 시달렸을지도 모른다.
장난감을 버린게 온전히 교육적인 목적은 아니었다. 아이는 엄마가 육아 우울을 해소하기 위해 마구 치워버린 덕분에, 몇 개 되지도 않는 장난감으로 혼자 노니까 지루했다. 엄마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집안일 해야하는데..."하며 비싼척 하는 엄마랑 놀 수 밖에 없었다. 엄마, 아빠가 정 안 놀아주면, 어쩔 수 없이 말도 안 통하는 동생 앉혀놓고 먹이(?)주기 놀이를 한다.
참 다행이었다. 덜어낸 자리에 사람이 있었다. 장난감 대신 부모와 동생이 생겼으니 말이다.
덜어내기로 사람이 들어올 수 있었던 것이 아이 장난감 뿐이랴.
멍 때리며 보고 기억도 못 하던 웹툰, 그만 보려고 어플리케이션을 지웠다. 불필요한 시간을 버리고 내 시간을 얻었다. 습관성 외식과 카페를 줄였다. 불필요한 지출 대신 넉넉한 자금을 얻었다. 시간과 돈이 생기니 그 자리에 친구들이 들어왔다.
며칠 전, 친구들을 초대했다. 아침에 좋아하는 컨츄리 음악을 틀고 부지런히 집 청소 했다. 마트에서 장을 봐서 싱싱한 횟감과 해물 믹스, 맥주와 탄산수를 사왔다. 조리대 앞에서 대충의 준비를 해서 손님을 맞았다.
큰 돈 들인 거창한 상차림은 아니었지만, 소박하게나마 함께 하고 싶었다.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는 사람들끼리 모인 자리라, 단촐한 밥상마저 환호해줬다. 민망하지만 친구들의 박수는 달콤했다. 책 이야기, 미니멀 라이프 이야기를 나누니 시간도 훌쩍 갔다.
카페를 안 가니, 용돈도 넉넉히 남았다. 운전 연습 겸해서 카페로 갔다. 햇살이 봄볕처럼 따뜻해서 차에서 졸고 있는 아이들 옆에서 커피를 마셨다. 절약하니, 한 번 하는 카페 나들이에 좀 더 힘을 줄 수 있다. 고급 스페셜티 원두 드립커피였다. 남편은 산미 강한 르완다 원두와 나는 바디감 짙은 인도네시아 원두를 마셨다. 오후 출장을 1시간 남기고 마신 커피라 바쁘게 들이켰지만, 그 잠깐 누린 시간 덕분에 오후 독박 육아를 너그럽고 여유있게 했다.
덜어낸 삶. 그 자리를 물건으로 다시 채우지 않으니 사람과 시간, 돈이 들어온다. 삶은 점점 만족스러워지고, 세상이 선의로 가득차 보인다. 덜 쓰길, 참 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