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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현 Nov 27. 2020

예측 불가 2020년, 기록의 시작

기록을 시작하게 된 이유

"너 J야 P야?" MBTI가 뭔지 아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질문이다. 조금 더 설명을 덧붙이자면 계획적인 사람은 J, 즉흥적인 사람은 P이다. 나는 전형적인 J형 인간이다. 항상 계획이 있어야 안정감을 느낀다. 계획이 있다고 해서 모든 것을 다 한치의 오차 없이 실행하는 것은 아니다. 늘 수정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계획이 있다는 것은 내가 걸어가는 길에 표지판이 있는 것 과 같다. 중간에 목적지가 바뀔 수도, 조금 돌아갈 수는 있더라도 적어도 어느 쪽으로 걸어가야 할지를 알려준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나는 이를 '안정적이다'라고 느끼는 것 같다. 그래서 새 해가 시작할때 나는 일년 동안 나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보곤 한다. 그러나 2020년은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흘러갔다. 내가 계획했던 것은 하나도 현실이 되지 않았다.


2020년 1학기에는 학교 수업을 들으며 설레는 마음으로 2학기에 교환학생을 갈 준비를 한다. 그리고 학교 교양수업으로 듣다가 포기한 것이 아까웠던  독일어를 배워본다. 그렇게 1학기를 마치고 7월에 미국 캘리포니아로 출국 해 대학교를 입학할 때 부터 내 로망이었던 교환학생 생활을 시작한다. 여름에는 캘리포니아 해변도 가보고 8월달 생일은 처음으로 새로 만난 사람들과 먼 타지에서 생일파티를 한다. 어렸을 때 부터 내 인생 영화로 꼽는 해리포터 테마파크가 있는 LA 유니버셜 스튜디오도 가보고 10월의 마지막날에는 할로윈의 본 고장에서 파티를 즐길 것이다. 12월은 행복한 고민을 한다. 학기를 마친 후 동부로 넘어가 영화에서 보던 미국 도심 속 크리스마스를 즐길 것인지 서부에서 따듯하고 날씨 좋은 크리스마스를 보낼 것인지를 두고 말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정말 '상상'에 그쳐버렸다.


바로 코로나19 때문이다. 아마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앞으로 이 단어만 들으면 고개를 절로 저을 것 이다. 그만큼 이 바이러스는 전 세계에 안좋은 기억을 안겨줬다. 처음에 코로나19라는 신종 바이러스가 발생했다는 뉴스를 접했을 때 '아 한달 정도 마스크 쓰고 다녀야겠구나'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나 그 한달이 두달이 되고 세달이 되고 어느덧 1년이 다 되어가고 있다. 결국 코로나 때문에 내가 상상했던 교환학생 생활은 물거품이 되었고 반 년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또 여름부터는 내가 또 한걸음 내 꿈에 다가갈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지내게 되었다.


2020년 1학기는 정말 지구가 멈춰버린 것 같았다. 그 멈춰버린 시간 속에 갇힌 내가 가장 많이 한 행동은 사진 앨범을 들여다보는 것이었다. 사실 평소에 사진 찍는 것을 즐기지도 않고 SNS 역시 거의 하지 않는 편이다. 한 편으로는 그 순간의 감정과 느낌을 즐기는 것이 중요하지, 그 때의 기록을 남기기 위해 몰두하다보면 그 순간의 감흥이 깨진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집에 가만히 머물면서 사진 앨범을 들여다 보며 내가 해왔던 활동들, 먹었던 음식, 가봤던 장소와 그때의 기억들을 떠올려 보니 기록 역시도 매우 소중하다는 생각도 들기 시작했다. 바로 내가 브런치를 시작하게 된 이유이다.


1학기를 허무하게, 정말 지금까지의 나와 비교했을 때 '아무것도 하지 않은' 1학기를 보내고 나서 2학기는 급하게 무언가 할 일을 찾아 나섰다. 그리고 또 예상치 못하게 나는 MBC 보도국의 기획취재팀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누구나 자신이 목표로 하는, 가고싶어하는 회사를 한 번쯤은 그려볼 것이다. 기자를 꿈꾸고 있는 나에게 MBC는 그런 곳들 중 하나였고 나는 여기서 펼쳐지는 새로운 환경들, 그리고 깨달음 등을 꼭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이제부터 J였던 내가 P처럼 생활할 수 밖에 없었던 순간부터 차근차근 기록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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