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인생 쥐뿔도 없는 게

by 경희

“연아. 나는 내가 죽기 전에 이 노래가 생각날 것 같아. 파노라마.”


어른이 되어갈수록 죽는 것이 두려워진다. 어느 날, 몇 시에, 어떻게 죽을지 알 수 없는 까닭일까. 그렇다고 굳이 알고 싶지도 않지만 말이다. 지금 당장 죽어도 후회 없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몇 번씩 다짐해도 지금 당장 감기는 눈꺼풀을 이겨내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기나긴 시간 꿈꿔온 버킷리스트보다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욕망이 더 우선이 되기 쉽다는 의미이다.


어린 날에는 죽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아이들은 왜 그런 생각을 품게 되었을까. 매일 죽고 싶다는 말을 내뱉는 친구들을 보며 사실 속으로는 이해를 하지 못했다. 왜 죽고 싶은 거지. 나는 한 번도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는데. 사소한 것에 기쁨을 잘 느끼는 편이다. 우연히 만난 작은 말차빙수가 눈을 동그랗게 뜰 정도로 맛있을 때, 돗자리를 깔고 앉아 기타를 들고 친구와 단둘이 걱정 없이 노래를 부를 때, 서서히 지는 노을을 말없이 바라볼 때 운이 좋은 날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도 생각한다. 이 작은 운들이 모여 사는 게 꽤나 괜찮아진다.


세상이 얼마나 맛있는 음식, 재미난 놀거리, 거대한 자연으로 가득 차 있는데. 삶을 져버릴 틈도 주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데. 자꾸만 사는 게 좋아져서 큰일이다. 물론 나의 이 단단한 마음이 영원히 가지 않는 날이 찾아올 수도 있겠지. 그래도 아직은 사는 게 좋은걸. 매일이 좋은 날일 수는 없겠지만, 마음껏 실패해 보고 마음껏 후회해보고 싶은 마음이다. 한 가지 이유가 나를 살게 하고, 때로는 한 가지 이유가 나를 죽게 할 수도 있을 테다.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찾아야 한다. 이 쥐뿔도 없는 짧은 인생 속에서 나를 살아가게 하는 단 한 가지 이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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