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담은 글

by 경희

요즘 책을 최대한 많이 읽으려고 하고 있다. 그래서 며칠 전에 도서관에 가서 평소에 읽고 싶었던 책들을 몽땅 빌려 왔다. ​책을 가장 많이 읽었던 시기가 언제인지 생각해보면

초등학교 때 인 것 같다. 방학이 찾아오면 도서관에서 도장판을 하나 주었는데, 나는 그저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는 것이 좋아 매일 도서관에 가 도장을 찍곤 했다. 그리고 개학식 날. 학교에서는 그 도장판을 다 채운 사람이 나 하나뿐이라고 했다. 그래서 어리둥절한 상태로 전교생이 보는 앞에서 처음으로 상을 받았다.상을 받으려고 도서관을 간 것은 아니었는데 말이다. (그래도 상을 받으니까 기분이 좋긴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공부를 해야한다는 핑계로 책을 점점 소홀히 하게 됐다. 중고등학교 때는 책을 읽은 기억이 거의 없는 것 같다. 항상 책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은 머릿속에 가득한데 그만큼 실천이 잘 되지 않는다.

한 가지 다행인 사실은, 지금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가 한 권의 책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금 박정민 배우님의 쓸 만한 인간 이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한 가지 주제를 정해 그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이 무지 재미있어 보였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하루에 하나씩 아무 주제로 글을 쓰면 재미있겠다, 라는 생각. ​이렇듯 글이 우리에게 주는 힘은 매우 위대하다. 글로 영화를 만들고, 자서전을 쓰며, 때로는 이렇게 나를 움직이게 만들기도 한다. 어쩌면 글이 모여 결국 한 사람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조차 들게 한다. ​하지만 글을 쓴다는 것은 굉장히 부끄러운 일이다. 고칠 틈도 주지 않는 또박또박한 글자들이 우리를 가둔 채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 너무나도 낱낱이, 과감히, 그 누구보다 날카롭게 말해주기 때문이다.


​다른 이들처럼 화려한 비유와 멋들어진 표현을 사용해 기깔나게 글을 쓰지는 못하지만 오로지 내 생각을 꾹꾹 눌러 담은 글이라면, 그런 글이라면 조금 부족해도 써보고 싶다는 작은 용기가 어렴풋이 생겼다. ​무엇이든지 잠깐의 결심은 쉽다. 반짝 떠올랐다 그치는 결심이 아닌 속도가 느려도 천천히, 오래오래 지킬 수 있는 결심이길 내 자신에게 간절히 바란다.


​이 투박한 글들이 모여 내 이름의 에세이 한 권을 집필하는그날까지.

keyword
작가의 이전글창작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