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만한 인간

쓸 만한 책을 쓸 만큼 쓸 만한 그대

by 경희

밤에 운동을 하려고 거실에 있는 텔레비전을 틀었다가 우연히 특선영화로 막 시작하는 <감기> 를 보게 되었다. ​그리고 운동을 해야한다는 중요한 사실을 잊어버릴 만큼 빠져들어 진득하게 앉아 영화를 감상하던 도중, ​후반부 즈음에 박정민이라는 배우가 등장했다. 한 군인으로. 주연급 배우이신 분이 왜 조연으로 나오시지. 아, 맞다. 이거 칠 년전 영화지. 하는 생각이 드는 찰나에 ​나는 그의 짧은 연기에 강렬하게 한 방을 맞았다. 우연히 보게 된 영화에서, 우연히 보게 된 그의 연기에, 우연히 시선을 빼앗겨 버린 것이다. ​나에게 박정민이라는 배우는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 에서 맡은 역할을 위해 단 한번도 쳐본적 없는 피아노를 몇 개월동안 피나게 연습했다는 사실을 듣고 굉장히 대단하신 분이구나. 라고 생각한 게 다였지만, 갑자기 문득 그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낮에는 초록창에 박정민 이라는 이름을 검색해 그가 지금까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찾아보았고, 밤에는 유튜브에서 그의 얼굴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새벽에는 전 출연작들인 <그것만이 내 세상>, <변산> 을 보며 아침이 되어 해가 뜨는 것을 보고서야 잠에 들었다. (심지어 꿈에서도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며칠전에는 현재 상영작인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를 보기 위해 영화관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그리고 이렇게 <쓸 만한 인간> 이라는 책까지 손에 쥐게 되었다.


짧게 말하자면 이 책은 재미있다. 아마 재미있다라는 단어로 표현하는게 가장 맞을 것 같다. ​그만큼, 이렇게 내 마음에 쏙 들만큼, 매우 재미있다. ​나랑 개그 코드가 잘 맞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책을 읽으며 피식피식 숨길 수 없는 웃음이 새어나오는 나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책을 읽는다기 보다는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아 좋았다. 서로 이야기를 하는 듯한 느낌 덕분에 박정민이라는 사람과 한층 더 가까워진 것 같았다. 조금은 친해진 것 같은 기분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적당히 고집을 부릴 줄 알고,

다른 이에게 산뜻한 격려의 한마디를 할 줄 알며,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 자신을 표현할 줄 아는 사람.

​어딘지 모르게 어리숙해 보이지만 묵직하고,

조금은 엉뚱해 보이지만 날카롭고,

자신을 평범하다고 소개하지만 사실 누구보다 비범한

정말 매력적인 사람.


​박정민이라는 사람을 알게 되어서,

박정민이라는 이름을 부를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다​.

앞으로도 그의 이름을 많이 부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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