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자기 전에 영화를 한 편씩 보는 습관이 생겼다. 밤낮이 바뀐 탓에 제시간에 잠을 못잘 것이라는 끔찍한 사실을 이미 알고 있기에,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누워있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생산적인 활동을 하는 것이 이로울 것 같아 결국 영화를 보는 것을 택했다. 영화관을 찾는 일도 꽤 잦아졌다. 보통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가는데, 이번달에는 영화관에 무려 네 번이나 갔다. 영화관으로 향하는 내 발걸음이 조금은 의아하기도 했다. 영화가 이렇게 나에게 가까운 존재였나 싶었다.
사실 나는 영화를 멀리해왔다. 어쩌면 무서워했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영상을 전공한다는 명분으로 단편영화를 수차례 제작해 오면서, 나도 모르게 영화가 무서워졌다. 나 같은게 감히 영화를 보고 나서 어줍잖은 평가 따위를 해도 되는 것인지 두렵기도 했다. 그래서 일부러 벽을 두었던 것 같다. 하지만 요즘에는 나도 모르게 영화에 계속 눈길이 간다. 사실 정확한 이유는 아직 잘 모르겠다.
단시간에 몰입하고 싶어서인지, 깔끔하게 한 편으로 끝나는 것이 좋아서인지, 정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인지. 보통 영화를 보는 데에는 대략 두 시간 남짓이 걸리곤 하지만 한편의 영화를 만드는 데에는 수천하고도 수만 시간이 필요하다. 이 지독한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지금까지 영화를 가볍게 여길 수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들의 노고를 알고 있는 것이 어쩌면 행운일지도 모른다. 방금 본 영화가 어땠는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기 전에, 이를 완성해내기 위해 끝까지 고군분투한 사람들의 노력을 더 먼저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와 친하게 지내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하다. 조금 늦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부터라도 더 가까이 두고 싶은 마음이다. 보고싶은 영화가 있다는 것은 참으로 설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