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킬 수 있는 말

by 경희

하루종일 널 생각해.

오늘 정말 잘했어.

까만 밤하늘 아래 금방이라도 쏟아질듯한 별.

나른한 공기 속 얼핏 들어버린 낮잠.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

이렇게 듣기만 해도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말이 있다.​


세상에는 말이 참 많다. 그래서 말을 내뱉는 것은 언제나 조심스럽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더 진하게 느끼고 있는 중이다. ​말로 정을 나누기도 하지만 때로는 말로 상처를 주기도 하면서, 우리는 말로 천천히 관계를 쌓아간다. 그래서 나는 조그만 말이라도 예쁘게 하려고 노력한다. 어쩌면 당연하면서도 가장 어려운 것일지도 모르겠다. ​예전에 좋아했던 말들이 있다. 사랑해라는 말보다는 좋아해라는 말이 좋았다. 좋아해라는 말보다는 보고싶다라는 말이 더 좋았다. 좋아해라는 말에는 부끄러운 감정이 느껴져서 좋았고, 보고싶다는 말에는 내가 곁에 없어도 나를 떠올린다는게 좋았다. ​하지만 좋아하지 않아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고, 보고 싶지 않아도 보고 싶다고 말할 수 있듯이 거짓된 말을 내뱉기가 너무나 쉽다는 사실을 알아버린 이후로는 그 말들이 더이상 달콤하게만 들리지는 않았다. 말속 깊숙이 있는 마음이 진심인지 거짓인지는 오직 그 말을 내뱉은 사람만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무엇이 진심이고 무엇이 가식인지 알기 어려워진 세상 속에서, 나는 진심이 한 스푼이라도 더 들어간 말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러다 요즘들어 좋아진 말이 있다. 오래오래 보자 라는 말이다. ​어쩌면 영원히 보자 라는 말이 더 좋을지 모르지만,

안타깝게도 영원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기에 끝까지 지킬 수 없다. 하지만 오래오래라는 말은 적어도 정해져 있는 삶 안에서 지킬 수 있는 말이 아닌가.​ 각자의 일상을 부여잡고 있느라 자주 볼 수는 없어도 서로의 마음이 같다면 오래오래 볼 수는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어본다.


​이렇게 겉만 번지르르해 잠시동안 나를 속이는 말보다,

투박하지만 천천히 내게 스며드는 말이 좋다.

지킬 수 있는 말.

그래서 더욱이 진심이 느껴지는 말.

그런 말이 좋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우울을 나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