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의 끝자락

by 경희

나에게는 무려 이십삼 년 동안 가지고 있는, 불치병 수준에가까운 습관이 하나 있다. 부끄럽지만 이는 바로 손톱 물어뜯기이다. ​이 습관은 대체 언제부터, 어떻게, 왜 시작한건지 기억조차 나지 않을 정도인데, 이 정도면 거의 세상에 나올 때부터 손톱을 물어 뜯으면서 태어난 것이 아닌가 하는 우스운 생각이 들 정도로 아주 오래전부터인 것으로 추정된다. ​나는 살면서 손톱이 있었던 적이 단 한번도 없다. 그래서 손톱깎이로 손톱을 자른 적 또한 단 한 번도 없다. 매우 놀라운 일이다. 사실 손톱이 없으면 불편한 것들이 참 많다. 손톱을 뜯다가 툭하면 피가 흐르기 일쑤고, 벽에 딱 붙어 있는 스티커를 떼는 건 꿈도 못 꿀 뿐더러 캔 음료 하나를 따기 위해서는 아등바등 안간힘을 써야 한다. 그래도 손톱이 없으면 이 정도는 감수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불편함을 알면서도 불편함을 모른척하며 살아왔다. ​개중에 손톱을 가장 심하게 물어 뜯을 때가 언제인지 떠올리면, 주로 심하게 긴장을 하거나 불안해할 때였던 것 같다. 이는 보통 시험기간에 극에 달했고, 그 때가 일 년중 자그마한 손톱조차 찾기 가장 어려웠던 시기였을 것이다. ​줄곧 이러한 이유 때문에 손톱을 못 기른 것을 보면 나에게 불안한 감정이 참 많이도 찾아왔나 싶다.


​하지만, 최초로 요즘들어 손톱을 기르고 있다. 의도치 않게 친구네 집에 있는 손톱 영양제를 발랐는데 그날부터 자연스럽게 손을 입에 갖다대지 않게 되었다. 매우 천만다행인 일이다. ​사실 이 방법은 어렸을때부터 수도 없이 해왔지만, 그때는 전혀 듣지 않더니 이제서야 좀 먹히나 보다. 아니면 드디어 내가 정신을 차리고 어른이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손톱을 기른다는 게 이렇게 가슴 뛰는 일이었나 싶다. 고개를 빼꼼 내밀고 있는 손톱을 보면 친구와 마주한 듯 반가운 마음이 든다. 손톱이 자라날수록 나도 같이 자라나는 느낌이 들어서 좋다.


​나는 지금 습관의 끝자락에 서 있다. 머지 않아 이를 이겨내고 기나긴 습관 속에서 완전히 벗어나리라 믿는다. 그리고 더 이상 손톱을 못살게 굴지 않는 멋진 어른이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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