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를 존중하는 세상이 오기를
어리다고 반말하지 말아요
어린이를 거쳐 나름대로 어른이 되고 난 이후에는 어린이를 만날 기회가 적다. 지나가다 마주치는 어린이가 다일 정도니까. 생각해보면 나는 동생도 없고, 사촌동생들과도 자주 만나는 편이 아니어서 어린이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몇 안되는 것 같다. 그래서 어린이를 만난다고 하더라도 내 동생처럼 마냥 편하게 생각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어린이에게 반말을 하는 어른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꼭 어린이가 아니더라도 자신보다 나이가 적어 보이면 바로 반말을 내뱉는 경우도 허다하다. 나는 나보다 나이가 많은 처음 본 사람에게 반말을 듣는 것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반말을 들어도 곧장 왜 나에게 반말을 하는지 되묻지는 않지만 항상 마음 한 켠이 좋지는 않았었던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나보다 어려 보인다고 할지라도 반말을 하는 것은 분명히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다. 어린이도 마찬가지이다. 처음 보는 어린이에게 반말로 말을 거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처음 만난 어린이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착한 어린이와 그렇지 못한 의도
아직도 예능 프로그램 중에서는 어린이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이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놀랍게도 나는 이 방송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물론 좋은점도 있을 것이다. 방송에 나오는 어린이들은 커서 자신의 어렸을 때 모습을 마음껏 보며 기억을 되새길 수 있을 것이고, 나 또한 티비 너머 어린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어린이들을 주요 출연자로 내세움으로써 일어날 수 있는 문제점들을 쉽사리 떨쳐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예능 프로그램이라 함은 시청자에게 재미를 주어야 한다는 목적이 있는데, 이를 위해서 때로는 어린이를 이용할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자꾸 들곤 한다. 대중들에게 귀엽고 순수한 어린아이의 모습을 어필하기 위해서 연출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분명히 찾아올 수 있지 않은가.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고나서부터는 마음편히 방송을 볼 수 없었다. 순수한 어린이의 모습을 담았다고 해서 그 의도까지 모두 순수한 것은 아닐 것이다. 반드시 이 사실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어린이를 존중하는 세상
어린시절의 일들이 하나부터 열까지는 다 기억나지 않는다. 좋았던 기억, 좋지 않았던 기억이 섞여 몇 개의 에피소드가 되어 부분적으로 드문드문 기억이 날 뿐이다. 어른이 되면 이렇게 어린시절의 일들을 점점 잊고 살면서 주변 어린이들에게도 관심이 없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보다는 그 때 느꼈던 감정이 앞서서 기억 나는 경우도 있다. 어린이도 자라나 어른이 되면 그 때의 감정은 분명히 기억할 것이다. 그러니 최대한 좋은 감정만을 안겨주고 싶은 마음이다. 어렸을 때 심각하게 하던 고민들을 어른들에게 말하면 그게 무슨 고민이냐고, 어른이 되면 다 알게 된다는 말을 종종 듣곤 했다. 마치 내가 하는 고민이 왜 고민인지 이해하지 못한다는 듯이.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이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처럼, 어린 시절 또한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그 나이때 할 수 있는 진지한 고민들이 여럿 존재한다. 어린이의 고민이라고 무시하지 말자. 대신 조금 더 귀 기울여 들어주자. 본인이 차별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어린이는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어린이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유감스럽게도 몇몇의 어른이다. 차별을 받은 사람이 목소리를 낼 수 없다면 누가 목소리를 낼 수 있단 말인가. 어린이를 귀여워하기 보다는 함께 세상을 살아가는 같은 사람으로서 존중해주는 어른이 되고 싶다. 그리고 어린이의 목소리를 드높여 줄 수 있는 몇몇의 어른 중 하나가 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