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자주 다니지 않는 편이다. 준비 과정이 다소 번거롭다는 작은 핑계로 인해. 계획을 짜는 것이 마음이 편한 타입이라 즉흥으로 떠나기가 힘들기에 여행을 가려면 그만큼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여행 계획을 짠다는 것은 설레면서도 한편으로는 조금 귀찮은 일이기도 하다. 이런 나에게 얼마 있지 않은 여행에 대한 한 조각의 기억이 있다면, 바로 라오스이다. 어찌 보면 내 의지가 아닌 반강제로 간 여행이었다. 나는 무조건 졸업 작품을 찍어야 했고, 수업을 듣다가 뒤늦게 하고 싶은 것을 찾았던 나는 이미 꾸려져 있는 팀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중에 감사하게도 나를 받아준 팀이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머지않아 나에게 해외로 떠나야 한다는 폭탄발언을 했다. 이름 하여 비행청춘 In LAOS. 여섯 명이 청춘들이 라오스로 떠나 일어나는 일을 그린 예능 휴먼 다큐멘터리였다. 그로부터 몇 달 후, 나는 라오스 한가운데에 있는 나 자신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얼떨결에 도착한 라오스는 모든 것이 천천히 흘러가고, 편안하면서도 나른하지만 왠지 모르게 정겨운 느낌이 드는 나라였다. 그리고 굉장히 고즈넉했다. 고요하고 아늑했다. 나는 라오스의 모든 것들이 마음에 들었다. 먹는 끼니마다 싹싹 긁어먹을 만큼 음식도 잘 맞았고, 물가가 저렴해서 야시장에서 부자처럼 이것저것 사들일 수 있었다. 여러 액티비티 또한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재미있었던 순간들도 떠오른다. 호기롭게 자전거를 탔지만 길을 헤매 겨우 도착한 유토피아 식당, 환상적인 꼭대기의 풍경을 보기 위해 올라갔지만 결국 아무것도 없었던 꽝 씨 폭포, 힘겹게 카메라를 들고 바람을 가르며 쌩쌩 달렸던 버기카, 모두의 소망을 담아 저 멀리 하늘로 날려보낸 풍등, 마지막 날 마법처럼 내렸던 빗줄기.
지금은 시간이 꽤 지나 라오스에서의 기억들이 모두 온전하지는 않을 것이다. 점점 좋았던 기억이 더 선명해지고 힘들었던 기억은 희미해지는 것 같다. 그래서 지금은 좋았던 기억이 더 많지만, 비행청춘을 촬영하는 내내 밤마다 울었던 날을 떠올리면 힘들었던 때가 더 많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히 라오스에 있었던 그 4박 5일이라는 시간이 내 인생에서 가장 치열했던 순간이었다는 점은 확실할 테다. 단순히 해외여행을 간 것이 아니라 촬영을 위해 간 것이었기 때문에 라오스에 있는 내내 마음이 편치는 않았지만, 라오스의 무더운 기온 만큼 땀을 흘리며 촬영을 어떻게든 무사히 끝마치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그때의 감정만은 아직 또렷하다. 지금은 오직 놀기 위한 목적만을 가지고 라오스를 갔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든다. 그래서 다음에는 더 가벼운 마음으로 라오스를 다시 가보고 싶다. '비행청춘'을 촬영하기 위해 라오스에 가있는 우리야말로, 비로소 그토록 찾던 빛나는 ‘청춘’이었을 것이다. 언젠가 나에게 나태함이 찾아올 때, 라오스에서의 치열한 순간을 떠올리며 나를 다시 다잡고 싶은 마음이다.
여행이라는 단어가 왠지 모르게 점점 낯설어지는 것 같다. 여행을 가기 위해 모아두었던 돈을 잠자코 넣어두는 시간이 속절없이 길어지면서 마치 처음부터 여행을 다니지 못했던 것 같은 느낌이다. 어디든 마음 편히 여행을 다니려면 정말 먼 미래에나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그 멀고 먼 미래가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당분간은 집 안에 앉아 몇 없는 여행의 기억들로 하루를 버텨야겠다. 그리고 머지않아 라오스에 또 다른 청춘을 보내고 있는 내 모습을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