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데일리언 Feb 19. 2020

90년생이 왔다

펭수와 함께


최근 임홍택 작가의 '90년생이 온다'라는 저서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물론 집단의 일반화와 사회적 좌절감으로 인해 9급 공무원만 좇는 것처럼 표현한 것에 대한 유감은 있지만 '앞으로 이런 세대들이 몰려올 것이니 대비하라'는 조언을 주는 듯한, 기성세대들에게는 마치 예방주사 같은 책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90년생으로 표현된 Z 또는 밀레니얼 세대는 무엇보다 즉흥적이고 즐겁게 일하기를 좋아하며 개인의 존중이 최우선시된다. 현재 진행 중인 펭수신드롬의 까닭도 여기에 있다. 시대가 변했다고들 하지만 조직생활 속 은근히 남아 있는 마음속 응어리를 속 시원하게 풀어주는 펭수의 솔직한 언변과 자신을 사랑하는 모습에 대리 만족하며 그 매력에 대한민국이 푹 빠져있다. 그런데.. '금융회사'도 이런 세대를 소화할 수 있을까?


이러고 출근해?

93년생인 나는 서울시 강남구의 한 금융회사에 취직했다. 잠깐, 요즘 취업하기 힘들다던 그 세대가 아닌가? 이 곳은 나태의 추억에 사로잡힌 분들은 온데간데없고 자유롭고 활기가 넘치는 직원들이 가득하다. 그렇게 입사하게 된 나는 친구들을 만나 취업 턱을 쏘기로 했다. 퇴근 후 약속 장소에 18시 10분경 등장한 나의 모습은 친구들을 놀라게 했다. 금융회사에 취직했다더니 청바지에 가방도 없냐는 것. 정장에 구두를 신고 수많은 서류와 함께 출근했던 모 은행 인턴 시절의 나와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연'에 연연하지 맙시다. 

은행 인턴 첫 출근날 고향이 어디냐는 소장님의 첫 질문. 그때부터였을까. 열정적으로 한 가닥의 '연'을 더 찾으려 노력했다. 한날은 지점에 있던 대리님이 더 좋은 지점으로 발령 났다. 당연한 결과로 회식이 이어졌고 지점장님의 건배사와 함께 많은 이들은 내일 출근을 걱정하며 술을 마셨다. 그 날 나는 채워지는 술잔과 업무능력이 비례하는 기이한 현상을 겪었다. 시간이 흘러 데일리언이 된 나는 누적 대출액 2,000억 기념 회식을 했다. 사실 정직원이 되고 나서 겪는 첫 회식이라 각종 건배사와 술자리에서 상사에게 잘 보이는 법을 글로 배워갔으나 소용이 없었다. 술자리뿐만이었을까. 학연, 지연 등 각종 '연'에 연연하지 않았다. 지금도 나는 직원들의 신상조사보다는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를 궁금해한다. 사실 나는 자기소개서에 나이를 적지 않았다. 필요하지 않은 것은 필요가 없다. 


허물어진 님과의 장벽

아마존의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Jeffrey Bezos)는 효율적 커뮤니케이션과 창조적 아이디어를 위해 '피자 2판의 법칙'을 내세웠다. 빠른 의사결정과 개인의 역할을 중요시하기 위해서는 피자 2판을 먹을 인원으로 팀을 구성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데일리펀딩에는 새로운 원칙이 있다. 이름하여 '식지 않는 피자 2판'법칙이다. 우선 이 곳은 알아두면 쓸모없는 신비하고 잡다한 회의가 없다. 회의 안건을 정하고 결재를 받은 후 시간을 정해서 회의실을 예약한 뒤 PPT를 만들어 관련 자료를 프린트해서 돌리는 등 불필요한 절차가 없다. 협업을 위해 필요한 것은 해당 직원과의 눈빛 교환 3초면 충분하다. 그리고 피자 2판이 식기 전에 회의실을 나온다. 

하지만 열정은 있다. '이런 걸 해보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가 대중의 흥미를 사는 결과를 만들어낸다. N개를 포기한다고 하는 'N포세대'에게 성과와 결과라는 성취감은 그 무엇보다 달다. 성취감은 자의적 자기 계발을 위한 갈구로 이어진다. 감정노동이 줄어들고 최대의 효율을 위한 방법이 마련되어 있으니 중장기적 목표를 설정하고 최대한의 효과를 내기 위해 따르는 간헐적 고통을 감내한다. 그러면서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벌기 위해 정해진 시간 내에 업무를 마무리하도록 노력한다. 결국, 시간을 벌기 위해 돈을 번다.



2020년의 데일리펀딩 펭수들이여. 

올해도 같이 돈 벌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글 / 상품기획2팀 정창언 매니저

작가의 이전글 효율적으로 일하는 디자이너가 말하는 캐릭터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