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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일리언 May 10. 2021

당근마켓처럼되고 싶은
금융사가 있다

중고나라에는 없던 단짠단짠


혹시.. 당근이세요?

바니바니 바니바니 당근당근


“저기 혹시 당근마켓을 통해 저에게 물건을 사시기로(파시기로)한 분이 맞으신가요?”라는 말을 아주 경제적으로 줄인 문장이다. 이 문장 하나면 서로의 목적이 맞음을 확인할 수 있고, 처음 만나는 사이임에도 가타부타할 필요 없이 바로 본론으로 진입할 수 있다. 이것이 당신 근처의 마켓, 당근마켓이 단순한 중고거래 플랫폼을 넘어 정착시킨 일련의 아주 귀여운 문화다.


당근마켓이 없던 시절 우리는 중고나라를 통해 중고거래를 했다. 기존의 중고나라에 대한 인식은 썩 좋지 않았다. 언제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거래였고 경계하는 태도가 디폴트 값이었기 때문이다. 종종 TV를 통해 “중고거래 사기로 몇 억을 챙긴 일당...” 같은 뉴스를 접해왔기에 '운이 좋으면 좋은 물건을 건질 수 있는 거래'가 곧 중고거래였다. 판매자가 송장번호를 보내주어도, 택배가 우리 집에 도착했어도 그 박스를 열어보기 전까진 거래한 물건이 들어있을지 벽돌이 들어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스릴 넘치는 거래였다. 지인에게 “중고나라에서 이거 진짜 잘 건졌어”라고 하면 “축하한다”는 이야기를 들어 마땅했다. 판매자와 구매자의 이상한 대화도 난무하다 보니 “오늘도 평화로운 중고나라.jpg”라는 제목으로 올라오던 짤들도 “오늘도 중고로운 평화나라.jpg”로 진화하며 그곳만의 세계관은 확고해졌다.


그러나 당근마켓의 등장으로 중고거래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사기꾼 일지 모르는’ 익명의 상대방과 거래하던 기존 거래방식을 우리 집 근처 이웃과 거래하는 방식으로 바꾸어 놓았고, 이런 거래가 대중화되면서 중고거래에서 점점 사람 냄새가 풍기기 시작했다. “먼 사촌보다 가까운 이웃사촌이 낫다”는 속담도 옛말이 된 삭막한 사회에 당근마켓이 다시금 속담의 의미를 일깨워준 것이다. 게다가 젊은 층 아니면 특정 물품의 마니아층 위주였던 중고나라의 진입장벽을 깨부수고 2030을 너머 4050까지 중고거래의 매력에 푹 빠지게 했다. 덕분에 당근마켓 역시 많은 짤들을 생성하고 있지만, 중고나라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주는 것이 또 하나의 매력이다.


당근마켓의 짤들


이는 중고거래를 즐겨하지 않던 사람도 당근마켓 앱을 한 번쯤 설치해보게 만드는 요소가 되었고, 설치까지 하지 않았더라도 당근마켓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게 만들었다. 이와 같은 친근한 이미지는 당근마켓의 가장 큰 무기 중 하나이며, 많은 사람들의 일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예상했겠지만, “당근마켓처럼 되고 싶은 금융사가 있다”라는 제목은 우리 회사 이야기다. 엥? 금융사가 웬 당근마켓? 하겠지만 당근마켓을 롤모델로 삼는 점으로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부정적 인식을 깨고 사람들의 일상에 긍정적으로 스며든 점

중고거래에 대한 기존의 부정적인 인식 속에 출사표를 던진 스타트업이 기존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꾼 점. 그리고 그 덕에 사람들이 즐거워하고 일상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점. 그것은 P2P금융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자 큰 숙제와도 같다. 부정적인 인식에서 긍정적인 인식으로 전환시키는 것, 가장 어렵지만 가장 필수적인 일이다.


정형화되어있던 기존 거래방식이 하지 못했던 것을 해낸 점

당근마켓은 바로 옆집에 누가 살고 있는지도 잘 모르는 사회 상황 속에서 이웃과 이웃을 이어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 데에 일조했다. 거래 지역이 넓어질수록 원하는 공급이나 수요가 많아지는 것은 경제학상 당연한 이치지만, 그 덕분에 중고거래는 위험부담이 항상 존재했고 정보에 능한 사람들만 찾게 되는 문화였다. 그것은 정형화된 기존 금융권과 강화되는 금융 규제들, 그리고 그 덕분에 사각지대에 놓인 금융 소외계층의 상황과 닮아있다. P2P금융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 금융혜택 소외계층에게도 금융의 손길이 닿게 하여 제도권 금융이 하지 못했던, 할 수 없었던 역할을 해낸다.


좋은 게 뭐게요, 덤이 있다는 점

“이웃 좋은 게 뭐게요, 조금 더 챙겨드렸어요.” “아유, 뭐 이런 걸 다...” 당근마켓에는 덤이 있다. 처음 만나는 사람이지만 이웃이라는 나름의 지연(?)이 존재하다 보니 거래하면서 같이 쓸만한 것들을 챙겨준다던가, 아님 간식 한 봉지라도 덤으로 준다던가 하는 마음 따뜻한 일을 종종 겪어볼 수 있다. 우리 회사도 그렇다. 투자하면 무료 보험을 세 가지나 선물해준다. 여느 보험 가입처럼 절차가 복잡하지도 않고, 클릭 몇 번이면 자동으로 가입할 수 있다. (이쯤 되니 대놓고 홍보하는 것 같긴 하지만.. 맞다. 우리 회사 광고하는 거.)


앞으로 우리가 나아갈 길은 멀고도 험하겠지만 여러 방면에서 당근마켓이 걸어온 길을 닮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 금융이라고 해서 딱딱하고 어렵기보다는 따뜻하고 정 넘치는 일상 속 쉬운 금융. 오늘도 우리는 그런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바니바니 바니바니 당근당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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