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마지막 출근을 했다.
1년간 기존 결제 모듈 유지보수 업무를 담당했고,
1년간 신규 론칭할 간편 결제 서비스 제작에 일원으로 참여했다.
정확히 2년간 웹 개발 실무를 해보면서 느낀 점은 아래와 같다.
다양한 업무 관련 프로그램들에 최대한 '빠르게' 익숙해져야 한다.
비전공자로서 개발 세계에 발을 들이고 채용되어 실무를 경험하는 모든 과정에서 프로그램 숙련도가 부족했다. 여기서 말하는 프로그램은, 각종 IDE (Intellij 등), 테스트 보조 프로그램 (Postman 등), 형상관리 툴 (Sourcetree 등), 업무 협업 툴 (Slack 등), 저장소 (Gitlab 등), K8S/ Docker Admin과 같은 것들을 포함한다.
CS 전공자들은 대부분 졸업 전 과제나 프로젝트 등 어떠한 경로로든 경험해볼 기회가 있을 것이다. 물론 '개발 실력'이 가장 중요한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본인이 일당백 가능한 천재가 아니라면 99%는 동료와 함께 일하게 될 터인데, 위에서 언급한 예시 프로그램들은 작업 우선순위에 따른 일정 조율 / 원활한 소통 / 빈틈없는 형상 관리 / 신속하고 정확한 테스트 기록 등 업무 전반에 대한 능력을 한 단계 향상하는데 필수적인 존재들이다.
나는 처음 코딩할 때부터 기업 입사를 목적으로 한 코딩 테스트나 언어 자체에 대한 학습을 주로 하다 보니 입사 전까지 이러한 프로그램들을 사용해본 경험이 없었고, 입사 초기 이것들과 관련해서 꽤나 곤혹스러웠던 적이 많았다. 따라서 가급적, 입사 전 어떠한 방식으로든 팀으로서 프로젝트를 진행해보길 권장하고 싶다. 그리고 본격적인 설계 및 개발에 들어가기 전, 팀원들끼리 코드 컨벤션이나 소통 방식, 소스 관리 방법, 자주 사용하는 툴들에 대한 장단점과 단축키 등을 간략하게나마 공유해보면 좋을 것이다.
규모가 있는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주저 없이 도전해야 한다.
주니어 개발자로서 성장하기란 생각보다 정말 쉽지 않다. 일단, 기회가 많지 않다. 업무 이해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루틴 하거나 난이도가 낮은 개선 위주의 안건들을 맡게 된다. 간혹, (내가 그랬던 것처럼) 사내에서 때마침 중요한 미래 먹거리 신규 사업을 추진하면서 부족한 리소스로 인해 주니어급까지 참여할 기회가 올 때도 있는데, 주저하지 말고 잡았으면 한다. 어떠한 직무든 성장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야근도 잦아지고, 특정 동료로 인해 뜻하지 않은 스트레스가 쌓일 수도 있다. '내가 왜 이걸 한다고 했을까' 자책하는 순간도 올 테지만, 결국에는 여러모로 크게 성장한 본인을 마주하게 된다. 후회 없이 열심히만 해도 반드시 마주하게 돼있다. 알게 모르게 도메인 지식, 코딩 스킬, 업무 센스가 체화된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
모르겠다면 => 충분히 찾아보고 => 그래도 모르겠다면, 최대한 빨리 도움을 청해야 한다.
알고 있다면 => 신속 / 효율적으로 코딩하고 => 반드시, 사수나 시니어의 피드백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
위 기본 철칙만 지켜도 더없이 편해진다.
다시 생각해보니,
뭐든 간에 조금이라도 애매하거나, 불안하거나, 직감적으로 이슈가 예상되는 경우 그냥 무조건 물어보는 게 좋다. 시니어 입장에선 당연히 귀찮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피하거나 몸 사릴 필요는 없다. 그랬다가 더 큰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내가 충분히 노력하고 있다'는 태도를 보이면 대부분은 기꺼이 도움을 주고 싶어 한다. 여담이지만, 개발자들 중 유난히 심성이 착한 사람들이 많다.
어쨌든 결론적으로 이렇게 한번 구르고 나면 자신감도 생기고, '아, 신규 프로젝트는 대략 이러이러한 단계로 진행이 되는구나' 머릿속에 큰 그림이 그려진다. 확실한 자산이다.
소회를 풀다 보니 길어졌는데,
결론적으로, 내가 회사를 그만둔 이유는 또 한 번의 '전향'을 위해서다.
웹 개발 > AI로의 이동이니 완전한 크로스오버는 아니다.
하지만, '코딩'이라는 공통분모를 빼면 딱히 유사한 요소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덕분에 이번 연봉협상도 나름 기대하고 있었는데, 끝내 인상 금액은 듣지도 못하고 사직서를 썼다. 아쉽긴 하나, 후회는 전혀 없다.
전향을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막연히 '보다 더 가치 있는 일'에 몰두해보고 싶어서.
AI 가 앞으로 세상을 어떻게 바꿀지는 모르겠다. 연일 새로운 논문들과 관련 뉴스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이 기술이 세상을 이롭게 할지 반대로 악용하는 또 다른 기득권을 양산할지 지금으로선 전혀 알 수 없다.
그러나,
'인간 사회의 질'을 한 단계 향상하는데 많은 부분 기여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나도 그 변화의 파고 한가운데서 되도록 선한 방향으로 이 기술을 이끌고 발전시키는 '참' 엔지니어가 되고 싶다.
일상의 작은 영역에서라도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순간까지, 낮은 자세와 열정을 유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