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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onymous Sep 27. 2016

about MOVIE_CHILDREN OF MEN

생명의 의미

생명을 잉태한다는 것,

고로

평화를 수호한다는 것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필요 이상으로 복잡한 대사를 활용하지 않는다. 대신, 언어보다 전달 효과가 높은 비주얼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칠드런 오브 맨에서도 이와 같은 특징은 현저히 드러난다.


영화의 배경은 2027년 미래의 영국 사회를 비추고 있는데, 시작부터 끝까지 디스토피아적이고 음울한 분위기가 기저에 깔려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몰입도가 배가되는 것은 정말로 언젠가 이런 현상이 발생할 것 같다는 현재성과 사실성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출산율은 갈수록 저하되어 생산인구는 날로 줄어드는 가운데 양극화는 반대로 더 심해져 사회 분란만 증폭시키고 있다. 올바른 정보를 선별할 수 있는 성인이라면 누구나 인지하고 있는 현대 사회의 단면이자 치부이다. 만약, 이 상태가 몇 년 혹은 몇십 년 지속된다면 충분히 영화 속의 참담한 미래가 현실로 이어질 것이다. 반드시.


폭동과 테러가 끊이지 않는 혼돈의 도시로 묘사되고 있는 영화 속 LONDON

그래서 감독은 '생명'에 주목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종종 '우리 모두의 미래'라고 일컬어지는 아이 즉, 출산과 탄생이다. 다소 연관성이 떨어져 보일 수도 있다. 현실을 왜곡하고 있다거나, 비약이 심하다고 받아들일 수도 있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본인도 모르게 설득당한다. 그리고 공포와 경외의 감정이 동반된다. 공포는 단연 너무나도 사실적으로 그려진 미래의 암담한 외면으로부터, 경외는 그러한 혼돈의 한가운데서 피어난 가장 순수하고 신비로운 존재로부터 비롯된다.


감독은 이후 '그래비티'에서도 산모의 양수 속에서 유영하는 듯한 장면을 신비롭게 그려냈다

영화 속에서 '놀이터의 소음이 사라지면서 절망이 찾아왔다. 참 이상하지, 아이들 소리가 없는 세상'이라고 말하는 밀리엄의 대사는 간결하지만 반대로 궁극적이고 함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순간 나도 상상을 해봤다. 아이들이 없는 세상이라. 당장 떠오르는 어휘들이 무기력함, 도태, 혼란, 감성의 파괴와 같은 것들이다. 그들의 웃음소리에는 인간의 본성에 가장 가까운 순수함과 솔직함이 담겨있고, 마치 백색소음처럼 적잖이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요소임에 틀림없다. 다만, 아직까지는 '아이'라는 작고 신비로운 생명체의 존재를 당연시 여기기 때문에 부재할 경우의 종말론적 잿빛 사회를 머릿속에 그려보지 않는다. 이제 우리는 사실과도 다름없는 이러한 현대 사회 문제들의 결과를 두려워하고 또 두려워해야 한다. 물론, 저출산이라는 하나의 문제만으로 전체 사회가 와해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인류 종말의 이유 중 가장 큰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만은 확실한 사실이다. 사회를 구성할 인원이 조직되지 못하면 더 이상 사회라는 것은 존재할 수가 없게 된다. 더 무서운 사실은, 그 이전에 인류의 진화에 원천적이고 연쇄적인 에너지를 제공한 '희망'이 사라지고 '절망'만이 전 지구를 잠식시킨다는 것이다. 폭력과 비이성적 이기주의는 그 순간부터 시작하게 된다.


후반부, 갓 출산한 아기를 데리고 바다로 나가는 시퀀스는 정말이지 경이롭고 압도적이다

그래서 동반자 테오는 인류 마지막 아기의 가치와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깊게, 확실히 깨닫고 있다. 그 조그맣디 조그만 하나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를, 그리고 후대에 가져올 엄청난 영향력, 가령 역사를 바꿀 만큼의 엄청난 나비효과적 파급을, 알고 있기 때문에 지켜내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인간의 존엄성이 희생을 통해 발현된다는 것이 역설적이기는 하지만 테오는 자신의 신념을 따른다. 그리고 죽음과 함께 마침내 인류 마지막 희망인 '인간 프로젝트'를 만나게 된다.


LAST WORDS "아기와 떨어지지마, 무슨 일이 생기든 사람들이 뭐라든"

왜 인간은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 속에서 더 이상 온전한 순수를 유지하지 못하는 것일까. 아마도, 테오는 이미 어른이 되어버린 존재로서 유의미한 아기의 탄생으로부터 비롯되는 순수, 희망, 사랑, 평화, 연대와 같은 인간사 가장 소중한 가치들을 지키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정부, 종말론을 믿는 사이비 종교집단, 통제불능의 테러집단과 같이 이해타산을 종용하는 더러운 인간들로부터 바리케이드를 치고 가장 아름다운 사랑의 형태인 부모와의 연결과 유대를 가능케한다. 자기 소멸의 값을 치르면서.


인류의 평화라는 것이 어디서부터 기인하는지,

그리고 그러한 존재를 지키는 것이

어떠한 유의미적 가치를 지니는지 알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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