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가난의 시대(김지선 저)』의 한 문장으로 삶을 만나다.
“멋은 오랜 시간 축적된 경험에서 나온다.
삶에서 누릴 수 있는 좋은 것들을 알아보는 안목에서 나온다.
...
무엇보다 세상과 관계로부터 분리되어 혼자 보내 본 시간들에서 나온다.”
[우아한 가난의 시대 中 김지선 저]
기록이 나를 구원한다고 믿는 내게는 여러 노트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단연 <나사용법> 노트를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는 거, 싫어하는 거, 스트레스 해소법, 살고 싶은 집, 이상향... 뭐 이런 걸 적어놓는 노트다. 말 그대로 나를 잘 달래주고 아끼는 법을 차곡차곡 적어둔 노트다. 다른 날보다 오늘 같은 날 <나사용법>이 유용하다.
기질적으로 긍정적이고 밝은 편이라(사랑과 희망의 스프링쿨러 ENFJ) 잘 넘어가지만, 이따금씩 참던 스트레스가 넘치는 날이면 편두통이 찾아온다. 오늘도 야근을 작정했는데 머리가 깨질 것 같아서 얼른 병원에 가서 약을 받아먹고, <나사용법>을 열었다. 스트레스 받으면 종종 자전거를 탄다고 써놨길래 잠깐 자고 자전거를 슝슝.
컴컴한 한강 다리 위를 지나는 기차도 보고, 한양대도 지나고, 의정부 라는 표시가 나올때까지 돌아올 에너지를 남기지 않고 계속 달렸더니 머리가 좀 맑아졌다. 바람 소리를 듣고, 구름이 걸린 나무도 봤다. 그리고 지금의 내 상황을 골똘히 생각하며 ‘존버’하기로 결정도 했다.
나는 자주 변하고 그래서 나에 대해서 자주 업데이트 하고, 아카이빙 해야한다고 생각이 든다. 삶에서 거지같은 것도 많지만, 나를 누리게 해주는 일도 많기 때문에. 열심히 적어두고 내가 나를 대접해줘야 하지 않을까. 혹시 스트레스로 힘든 분이 있다면 <나사용법>을 권하고 싶어서 글을 쓴다. 오늘 같은 날도 축적해서 우리 다같이 멋있게 나이 들어가고 싶다. 내 삶에 가장 멋진 순간은 내가 나를 누리는 시간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