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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여행 Apr 28. 2022

쓰고 싶으면 생기는 일

내적 동기의 힘

초등학교 3학년 아이의 체험학습보고서이다. 아이는 "해치웠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급하게 글을 해치웠다. 내용의 유기성, 글의 구조성, 논리 프레임 등을 다 떠나 "즐거운 글쓰기"가 주는 힘을 눈 앞에서 목격하였다.  너무 쓰고 싶어서 손이 먼저 나가는 모습, 빨리 쓰고 싶어서 손이 바빠지는 모습을 본다. 마지막 마침표하나 딱 찍고 나나 아이의 표정은 아쉬운 듯 통쾌한 듯 미소가 가득했다. 그것은 분명 즐거움이 주는 동력이었다.


이제 고작 열살이지만, 아이는 나이를 먹으면서 "즐거움"만을 추구하는 글이 아닌 자신이 써야만하는 여러 장르의 글들을 쓰겠지. 그 안에서 자신의 swot분석을 스스로가 하게 될테지. 아직은 어릴 때인 만큼, 원하고 행복한 글감들이 많이 많이 쌓여 작지만 큰 자산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문득 한다.



이렇듯, 아이가 가진 '자발적 힘'이 모여, 어느 순간 폭발하는 시기가 올 것이라 생각하긴 했는데, 그 어떤 것도 자율적인 내적동기 앞에서는 당할수가 없구나, 라고 많이 느끼게 되는 요즘이다.


"어쩌면 우리는 습관이 몸에 배도록 노력하라는 가르침의 희생양인지도 모른다. 습관이 몸에 밴다는 말은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 이 말처럼 억압적이고 틀린 말도 없다." <아주 작은 보통의 행복> 최인철저, 41페이지


습관의 힘은 크다. 하지만, 습관이라는 것 역시 생각하기 나름이다. 단 하루의 습관을 위하여 강제되는 비자발적인 요소들이 계속해서 쌓일 경우, 그것이 자기효능감이나 성취감으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정서 전반적으로 미치는 영향력은 어떠할까? 억압으로 다가오지는 않을까?


물론, 중요한 습관잡기이지만, 그 근간에는 학습자들을 향한 "내적동기"에 관한 이해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부쩍 하던 즈음 나누고 싶은 단상이 생겨 조심스럽게 글을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첫째 아이는 영어를 왜 공부해야하는지, 한국어에 대한 끝판왕 자부심과 자신이 처한 EFL(English as a Foreign Language)환경에서에서의 영어의 쓰임에 대해 전혀 필요성을 느끼지 않아 공부의 동기를 느끼지 못했다. 당시 그런 아이를 데리고 엄마표니, 아이표니, 학원표니 영어공부를 시키는 것 자체가 사실 어불성설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아예 아무것도 하지 않아버렸다. 뚝! (여기는 사실 아이의 성향과 기질에 따라 모두가 너무 다르므로, 나는 모험을 했는지도 모른다. 실제로둘째는 완전 성향이 전혀 다르다.  )


그리고, 아주 조금씩 '세계', '언어', 지구촌, 연대 등을 이야기하며 연대를 위한 수단으로서의 언어 측면에서 아이와 마음을 맞추고 열어가기 시작했다. 거기에는 학교에서 했던 굿네이버스 아동후원이 한 몫을 했고, 동네에 보이는 외국인 친구(실제 말을 하며 놀진 않지만)도 한 몫을 했고, 영화(나홀로집에부터 시작해서 크리스마스 연대기, 디즈니 만화 등등)도 한 몫을 했다.


그렇게 조금씩 영어 노출이 시작되었다.  나는 솔직히 영어를 반드시 ESL(English as a Second Language)환경처럼 배워야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도구이니까! 자신의 목표에 맞추어 이용할 수 있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아이의 영어목표는 native-like performance(원어민처럼 구사하는 영어)가 아니다. 자신이 필요한 것을 해낼 수 있는 정도의 영어이기에 기준치가 낮은 것일지도 모른다.


(참고: EFL환경은 우리나라에서 영어를 배우는 것, ESL환경은 영어권국가에서 영어를 배우는 것 으로 간단히 생각하면 차이점이 명확할 것이다. 즉, 교실 밖의 환경에서 얼마만큼의 언어노출이 되는냐가 차이의 관건이 된다.)


그러던 중, 아이는 어느순간 쓰고 싶어졌다. 너무 쓰고 싶은데 영어가 안나와서 답답함을 느끼고 이제는 막 되도 않는 말을 쓰는데 스펠링을 몰라서 계속 와서 묻는다. 스펠링은 엄마가 써준 것을 배껴쓰고 문장도 물어본것과 아이가 스스로 만들고 싶어 어거지노력+안간힘을 합친 것다.


그렇게 내적동기가 가져다주는 점프력이 주는 힘을 저도 아이를 키우며 경험하고, 그렇게 나의 학창시절을 반추하게 된다. 노력의 끝판을 봐야만 했던 그 시절. 너무 하고 싶어서 미친년 저리가라로 덤빌 수 밖에 없었던 시절, 무선 이어폰 따위 없어 줄줄이 긴 이어폰줄 변기에 빠지지 않아 다행일 정도로 미친듯이 듣고 따라하고 하고 싶었던 그 "안간힘"을. 그리고 안간힘을 써본 사람은 끝끝내 뚫고 갈거라 믿는다. 결과야 어떻게든. 남들의 평가, 시선 따위는 아랑곳 않고, 누가 뭐라하던말던 묵묵히 말이다.



습관은 물론 중요하지만, 습관의 기저에 깔린 아이의 동기부여에 대한 작은 인식이 가져올 변화를 기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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