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이 하기 싫어 울었다. 밥을 먹기까지의 수고가 싫어 굶었다. 밥을 먹은 후의 수고가 싫어 배고픔을 택했다. 살아오며 특별한 재능이 없었다. 그렇기에 꾸준히 했다. 재능 없고 실력이 없어도 만으로 3년 이상의 시간이 넘어가면 겨우 평균 정도의 실력을 갖추게 되었다.
요리에서는 그 3년이라는 마법이 통하지 않았다. 12년 차 전업주부다. 12년째 꾸준했지만 여전히 평균 이하인 요리! 요리는 내게 하기 싫은 것, 그 이상이었다.억지로 했다. 나는 굶어도 식구들은 굶길 수 없으니까. 욕지거리가 나오기도 했다. 너무나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매일같이 꾸준히 하다 보면 살아생전 욕이란 걸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사람의 입에서도 욕이 나왔다.
마음이 불편했다. 음식은 사랑이라는데 엄마의 손길이 닿은 음식이 주는 힘이 있다는데, 나의 음식에는 푸념과 한숨과 욕이 들어가 있었다. 우리 식구들은 이런 음식을 먹었다.
아이가 아프다.
엄마가 편찮으시다.
나는 주방에 있다.
냉장고 속 재료 중에 시들 거리는 것들을 전부 처리하고 싱싱하고 좋은 재료를 골라 잡는다. 흐르는 물에 정성껏 씻고 다듬는다. 눈물이 흐른다.
"호오~호오~"
입김을 불었다.
"엄마 손은 약손~"
"딸 손은 약손~"
눈물로 되뇌며 칼질을 하고 불 앞에서 조리를 했다. 이 손길이, 이 입김이 약이 되어 아이에게, 엄마에게 들어가기를 간절히 바랐다.
"국물 낼 때 다시마를 빨리 빼라고 했잖아. 오래 넣음 국물이 지리다고."
신랑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얼른 오래도록 푹 불어버린 다시마를 뺀다.
"이런 거 할 때는 굴소스로 볶아야 더 풍미가 있어."
또다시 신랑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얼른 냉장고 속 굴소스를 찾는다.
고마워야하는데 전혀 고맙지 않았던 잔소리! 내게는 입 안에 들어가면 다 똑같은 맛이었기에 뜨거운 거 차가운 거 말고는 미각이 없는 내게 유독 풍미가 어쩌고 운운하던 신랑의 잔소리가 처음으로 고맙게 들린다.
한 상을 차려내고 마지막 숟가락을 얹으며 기도하는 마음을 갖는다.
"감사합니다. 잘하지는 못해도 요리를 할 수 있게 해 주셔서 이 밥을 먹을 수 있습니다. 정성과 진심이 먹는 이의 입으로 몸으로 들어가서 닿기를 기도합니다. 엄마손은 약손~ 딸 손은 약손~ 제가 해줄 수 있는 것은 결국, 요리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