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무엇이 가장 갖고 싶어요?
전혀 예기치 않은 곳에서 따뜻한 위로와 사랑을 받는 것이 인생인지도 모른다. 갑작스레 찾아온 뜨거운 사랑에 잠 못 드는 밤, 이 날은 무더운 코로나의 여름날이 었다. 오른쪽엔 딸, 왼쪽엔 아들과 자기 전,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엄마, 엄마는 뭐가 가장 갖고 싶어?"
느닷없이 아들내미가 묻는다. 막상 대답을 하려니, 내가 무엇을 갖고 싶은지 바로 답이 나오지 않는다.
"엄마는 우리 안이랑 호가 있으면 되지!"
"아니, 엄마, 그거 말고, 진짜. 엄마가 갖고 싶은 거. 예를 들면, 음... 월드카! 월드카 같은 거 엄마 뭐 갖고 싶어?"
"음... 엄마는... 그렇다면, 노트북이 갖고 싶어. 오피스 다 깔려있는 엄마 전용 노트북이 하나 있으면 좋겠어."
겨우 생각해서 이야기하자, 아들이 말한다.
"좋았어! 엄마, 그거 내가 사줄게. 나 용돈 이만큼이나 모았거든. 봐봐~"
하더니, 자기 용돈 주머니를 들고 온다.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딸이 말한다.
"호야, 노트북은 엄청 비싼 거야. 그 돈으로 안 될 테니, 누나 용돈을 다 줄게. 우리 둘이 돈을 합쳐서 엄마 선물을 사주자. 그게 좋겠지?"
아이들은 이제부터 신이 났다. 둘이 힘을 합쳐 용돈을 모아 엄마의 선물을 사줄 수 있다는 기쁨에 조급한 행복함이 묻어난다. 목소리는 연신 설렌다. 거기에 더하여, 엄마에게 반지를 사주고 싶다는 아들의 성화가 이어진다. 지금껏 커플링 한번 제대로 껴본 적 없던 나는 상상 속에서 온갖 반지를 상상해본다. 꽃반지, 하트 반지, 별 반지를 만들어내어 디자인을 설명하게 되었다. 오랜 기간 연애를 하면서, 한 번도 받아보지 못했던 반지를 아들은 보석바 사탕을 사서라도 엄마에게 주고 싶었다.
아이들의 그 마음이 고마워서 깜깜한 밤, 뜨거운 눈물 한가닥이 흐른다. 누군가에게 이토록 진심 어린 마음을 받고, 그들이 힘겹게 노력하여 얻은 용돈을 전부 털어서라도 해주고 싶은 선물의 주인공이 내가 될 수 있다는 사실! 그렇다. 나는 사랑을 받고 있다. 우리 아이들에게 진심으로 사랑받고 있다는 마음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어린 시절, 나 역시도 용돈을 다 털어 엄마에게 그토록 선물이 하고 싶었다. 정말로 선물을 사서 드리던 날의 한없이 행복했던 기억. 이제는 희미해져 버린 기억 속, 그 선물이 정확히 어떤 것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용돈을 털어 산 것을 보니 내가 접근할 수 있는 문구류가 아니었을까! 그걸 사기 위해 미리 용돈을 모으고, 끝내 살 수 있고, 사랑하는 엄마께 드릴 수 있음에! 내가 무언가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줄 수 있다는 그 사실에 희열을 느꼈던 그 순간이 떠오른다.
꽤 오래도록, 어쩌면 지금까지도 잊고 있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줄 수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오랜 가정 육아와 가정주부 동굴생활 속에서 서서히 잊혀가며 희미해진 것들, 그런 짜릿했던 속 시원하며, 행복한 기억들. 그런 기억들이 다시 아이들을 키우며 수면 위로 떠오른다.
아이들은 늘 내가 주는 것보다 더 큰 것들을 아낌없이 내어주고, 조건 없이 사랑해주고, 후회 없이 실천한다. 그런 아이들로 인해, 어른 아이는 더 배우며 진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다. 늘 내가 더 주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 무언지 모를 억울함이 조금씩 올라오는 얍샵한 마음이 들다가 번뜩 정신이 차려진다. 나는 누군가를 위해 내 전 재산을 이리 걸어 내어 줄 수 있단 말이던가.
깜깜한 밤, 설렘에 재잘대던 아이들의 말소리 대신, 포근한 숨소리가 들린다. 내 옆에 살아 숨 쉬는 보석 같은 순간들이 언젠가는 내 기억 안에서 희미해질까 봐, 주섬주섬 일어나 기록을 남긴다.